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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특혜 논란 '한옥호텔'…새해엔 속도 낼까

입력 : 2018-12-26 03:00:00 수정 : 2018-12-26 14: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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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추진 7년 됐지만 지지부진
신증축 불가지역 조례 바꿔 허용
장충기 개입 의혹 여전히 걸림돌
이부진 대중 호감도 좋아 큰 기대

[정희원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호텔신라를 이끄는 이부진 사장의 내년도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단연 ‘한옥호텔’ 건립 진척이다. 이는 호텔신라가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사실상 이부진 사장이 아니었으면 ‘진작 엎어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전문경영인이 자꾸만 장애물에 부딪히는 한 사업을 오랜 기간 뚝심있게 밀어붙이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부진 사장이 고려하는 한옥호텔의 모양새는 어떨까. 한옥호텔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부지 내 지상 2층, 지하 3층 규모의 한옥호텔, 지상 2층, 지하 4층 규모의 면세점으로 확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 장충단 근린공원, 지하주차장까지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전남 여수, 인천 송도 등에 각각 40실·30실 규모의 한옥호텔이 있지만, 호텔신라가 지으려는 만큼 큰 규모의 한옥호텔은 전무하다. 이부진 사장은 평소 고택문화 등 전통문화 계승에 앞장서는 만큼 한양도성과 잘 어우러진 한옥호텔을 지음으로써 관광 인프라로 활용할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사장이 한옥호텔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옥호텔을 통해 신라호텔의 심각한 주차난과 노후화된 면세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재 신라호텔의 주차대수는 450대 안팎에 불과해 호텔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호텔 자체가 경사진 곳에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나쁜 편이다. 한옥호텔이 들어선다면 가용할 수 있는 주차대수가 1000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한옥호텔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면세점 규모도 확장되는 만큼 수입원이 늘어난다. 애초에 호텔사업은 부동산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인건비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률이 낮은 구조다.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의 경우 모두 호텔사업에서 내는 적자를 면세점사업이 충당하는 구조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호텔신라가 사실상 면세점을 확장하기 위해 한옥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앞서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사업은 끊임없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11년 이후 한옥호텔 사업은 4번의 반려·보류 끝에 2016년 3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 심의를 통과하며 최종 승인됐다.

당시 도계위에서는 자연경관 훼손·재벌 특혜가 우려된다는 주장과 일대 숙박업소 확보·관광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맞섰다. 5차례 시도 끝에 2016년 3월 도계위에서 수정가결 결정을 내렸다. 끊임없이 도계위가 지적한 규모 등을 수정하면서 얻은 결과다.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첫 계획보다 규모를 줄여서라도 사업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화재청 심의와 올해 7월 환경영향평가 문턱도 넘었지만, 아직 ‘교통영향평가’의 관문이 남은 상황이다.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은 이제 겨우 한발짝을 뗐지만, 여전히 몇몇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선, 건립을 두고 재벌 특혜라는 시선이 따라다닌다. 신라호텔이 점찍은 한옥호텔 부지는 1983년부터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새로운 숙박시설은 지을 수조차 없었고 기존 숙박시설도 일부 수리만 가능한 개발이 불가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서울시 도계위는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건립이 가능하도록 호텔 신축 및 증축을 시행할 수 있는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한 바 있다.

또한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장과의 문자 의혹 등 한옥호텔 허가 과정에서 삼성이 그룹차원의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아직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았다. 장충기 전 사장은 최순실게이트가 드러나기 직전까지 삼성그룹의 실세로 불린 인물이다. 한옥호텔 건도 장충기 전 사장이 상당한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사장은 장 전 사장에게 한옥호텔 건립안이 통과된 바로 다음날인 2016년 3월3일 “도와주신 덕에 장충건이 잘 통과됐다”면서 “회사 자체 역량으로는 어려운 일이었는데 호텔에 큰 일이 있을 때 마다 사장님 도움을 청하게 돼 송구스럽고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장충기 전 사장은 현재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사이에서 삼성그룹 합병 건과 관련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고 2017년 불구속 기소돼 삼성을 퇴직했다. 이후 2017년 8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중이다.

이 같은 현실에도 ‘이부진’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 덕분에 호텔신라는 종래의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시각도 있다. 이부진 사장은 대중에게 경영 능력 이상의 호감을 주는 인물로 꼽힌다.

한편,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드릴 말이 없다”는 입장만 취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교통영향평가 등 과제가 남아있지만, 한옥 호텔은 총 43실로 2022~23년 경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완공 목표에 따라 2023년으로 묵묵히 남은 단계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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