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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06 16:35:10, 수정 2019-01-06 16:59:17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한국영화, ‘반쪽자리 흥행’의 탈출구는?

    • 연초를 맞아 대중문화산업에선 지난 한 해 결산자료들을 일제히 내놓고 있다. 각 미디어 역시 이를 받아 그에 대한 논평을 내놓는다. 그중 일목요연한 총평으로 통일되고 있는 게 바로 영화산업이다. 한 마디로 이거다. ‘블록버스터는 죽고 작은 영화들은 살고’. 물론 근거 없는 얘긴 아니다. 지난 한 해 ‘염력’ ‘인랑’ ‘명당’ 등 100억 원 이상 제작비를 들인 기대작들은 차례로 무너진 반면, ‘완벽한 타인’ ‘너의 결혼식’ ‘리틀 포레스트’ 등 중저예산 영화들은 깜짝 히트를 기록하며 손익분기를 크게 넘겼다. 이외에도 많다. 이변이 많았던 한 해다.

       

      그런데 여기서 분석을 그치면 사실상 반쪽짜리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근간’을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한편 단순히 ‘블록버스터는 죽고 작은 영화들은 살고’란 식 트렌드 너머에 있는 보다 중요한 현상도 놓치게 된다.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저 ‘작은 영화들은 살고’ 부분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얼핏 그간 블록버스터 편중 영화시장이 각종 다양한 영화들로 그 부(富)를 나눠 갖는 상황이 연상되기 쉽다. 그런데 실상은 그 반대다. 당해 전체 흥행수익 중 흥행 톱10 영화들이 차지하는 비중 면에서, 2017년은 32.2%였는데 비해 2018년은 34.1%에 이르렀다. 톱10 편중이 약간 더 심하다. 중급예산영화 흥행기준인 200만 이상 관객동원작 수로 봤을 때도 그렇다. 2017년 개봉작 중 36편이 200만을 넘겼던 데 비해 2018년 개봉작은 32편만 넘겼다.

       

      그런데 또 대박흥행 기준으로 여겨지는 500만 이상 관객 동원은 2017년에 9편, 2018년은 12편이다. 2018년에 보다 적은 영화가 200만을 넘어섰는데 500만 이상은 또 2018년 쪽이 많다. 단순한 결론이 도출된다. 2018년 쪽이 사실상 승자독식 현상은 더 짙다는 것. 소위 ‘되는 영화만 됐다’는 것이다. 중급흥행 뒷받침이 매우 미미했다. 언뜻 기이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이는 비단 대중문화산업 차원을 떠나 각종 대중시장에서 지난 한 해 빈번하게 벌어져온 일이다.

       

      예컨대 국내 주요 유흥가 상황을 보자. 수익이 떨어지는 통에 점포 폐업률이 높아져 유흥가 공실률도 덩달아 늘고 있다지만, 그냥 거리를 지나쳐보면 어디나 여전히 사람은 많다. 지표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생각해보면 쉽다. 이런 게 바로 불황기 정서란 것이다. 똑같은 소비를 하려 해도 모험적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인다. 그러면서 인터넷 등 정보로 ‘실패하지 않을 가게’를 찾아 조심스레 소비하려 든다. 그러다보니 소위 ‘되는 가게’, 이미 어느 정도 정평이 난 가게들은 그 앞에 줄이 늘어설 정도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그만큼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가게들은 아예 파리를 날린다.

       

      영화 등 대중문화상품 소비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모험적 소비를 줄이려는 경향이 일다보니 ‘남들 다 보는 영화’에 쏠리는 밴드웨건 현상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럼 저 ‘작은 영화들이 살았다’는 현상은? 저 ‘작은 영화’들, 대부분 비평적으로나 초반 관객반응으로 꽤나 호의적이었던 영화들이란 데 방점이 찍힌다. 작아서 성공한 게 아니다. 거리를 두던 비평가들 평가마저도 참고해보는 조심스러움, 방어적 소비 지향이 더 짙어졌단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화제성만 충분하면 가볍게 소비하던 블록버스터들도 이젠 ‘그것만으론 안 되는’ 선택들이 됐다. 관람 만족도를 더 섬세하게 살핀다. ‘염력’ ‘인랑’ 등 대대적 블록버스터 실패작들은 대부분 여기서 탈락된 경우들이다. 이전과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일단 통과돼야 밴드웨건이건 뭐건 누릴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그럼 그만큼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건 위 현상의 골자를 잘못 본 반응이다. 위 현상의 골자는 ‘선택받는 영화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갑이 얇아지다 보니 모험적/개성적 소비가 줄어 몇몇 안전한 영화들로만 선택이 쏠리고, 그렇게 선택이 줄다보니 그 기준이 상대적 ‘좋은 영화’에 대한 탐색전으로 옮아갔을 뿐이다. 어찌됐던 불황이다. 특히 대중문화상품 주 소비층인 청년층 지갑이 말라붙은 시기다. 아닌 게 아니라 연간 전체관객 수도 전년도에 비해 300만 명 이상 떨어졌다. 한국영화산업의 위기가 맞다.

       

      그런데 여기서 시선을 달리해볼 필요도 있다. 일본대중문화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에 대해 대부분 “탄탄한 내수시장이 낳은 갈라파고스적 환경의 한계”란 진단을 내리곤 한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간 한국영화계가 딱 갈라파고스 직전 상태였다. 내수는 점점 커져갔고 흥행법칙은 공고해졌다. 가장 싼 가격으로 가장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레저란 점, 그리고 애초 스토리성 자체를 즐기는 대중 취향 등 여러 지점에서 영화 장르가 선택받은 결과다. 그런데 이제 영화마저 불황 앞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현 경제 상황 토대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각박해질 가능성이 높다. 갈라파고스까지 제대로 가보지도 못한 채 무너질 수 있다.

       

      이처럼 피치 못할 내수절벽에 접어든 현 상황이라면 사실상 탈출구는 하나밖에 없다. 콘텐츠 해외수출 활성화 모색이다. 2000년대 초반 IMF 외환위기 여파-피지컬음반시장 저하-인터넷 불법음원유통 만연 등 삼중고 벼랑 끝 K팝 산업이 걸었던 길 그대로 말이다.

       

      마침 ‘부산행’과 ‘신과 함께’ 1, 2부의 홍콩, 대만 등지 대히트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보다 치열하고 광범위한 홍보 전략으로 ‘아시아의 할리우드’ 목표를 세우는 방법밖엔 없다. 넷플릭스 등 2차시장 글로벌공룡들이 탄생된 현 시점이야말로 오히려 상황은 더 호의적이다. K팝도 그랬듯 넷기반 서비스야말로 언제나 기존 글로벌유통권력 앞에 고개숙여야했던 한류의 주효한 확장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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