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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 거북이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입력 : 2019-01-10 07:00:00 수정 : 2019-01-10 09: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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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규칙에 관하여 <7편>

 

1부터 180까지 한 번 세어보라. 어떤가? 금방이다. 진짜로 세어봤다고? 뱁새 김용준 프로 칼럼 애독자가 맞다. 3분? 생각보다 짧다. 볼 찾는 시간이 3분으로 줄었다. 볼 찾기 시작한 지 3분이 지났다면? 아쉬워도 돌아서야 한다. 분명 있을 법한데 보이지 않을 때 그 서운한 마음은 나라고 다르겠는가? 그래도 미련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샷도 살아난다. 경기 속도도 지킬 수 있고.

 

만약 3분이 다 지난 다음에 찾은 볼을 치면 어떻게 될까? 엄연히 규칙 위반이다. 경기 속도만 따지면 시원하게 OB가 나는 거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로스트 볼(분실구)보다는 말이다. 물론 OB나 로스트 볼이 나면 2벌타를 받고 나간 곳(혹은 볼이 사라진 곳) 가까운 페어웨이에 기준점을 잡고 두 클럽 이내에 드롭할 수 있기로 로컬 룰을 정했을 때 상황이다. 그렇다. 원래 규칙은 아니지만 로컬 룰로 그렇게 정할 수 있다. 가깝지만 엉뚱한 곳으로 볼이 날아갔다면 처음부터 잘 판단해야 한다. 확실한 OB인지 아니면 로스트 볼이 날 가능성이 있는지를.

 

3분을 다 써서 찾아본 다음에야 로스트 볼이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치겠다고 주장하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가까운 곳으로 날아가 OB나 로스트 볼이 났다면? 1벌타 받고 제자리에서 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을 것이다. 2벌타 먹고 멀리 못 나가서 치기 보다는. 이처럼 가까운 곳으로 갔는데 OB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도 로스트 볼이 날 확률이 있다면? 애초에 ‘프로비저널 볼’을 치고 가는 것이 멋진 골퍼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대한골프협회가 영어 그대로 번역을 했다. 그러나 ‘잠정구’란 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경기 속도와 관련 있는 새 규칙은 또 있다. 40초다. 샷 할 때 제한 시간 말이다. 40초는 생각보다 짧다. 이 시간은 연습 스윙을 하고 어드레스하고 나서 치는 동작만 재는 것은 아니다. 준비 시간도 일부 포함한다. 다른 플레이어가 친 볼이 떨어져 멈췄다면 내 시간을 재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40초 이내에 치기. 권고사항이긴 하지만 엄연히 꼭 지켜야 할 매너다. 혹시 늘 아슬아슬하다면? 프리 루틴(샷 하기까지 하는 일련 행동)을 바꿔서 연습하기를 권한다. 뱁새 김 프로 너는 어떠냐고? 뜨끔해서 한 번 재 봤다. 나는 다행히 40초는 안 넘긴다. 20초 조금 넘는다. 그래도 한 번 어드레스 했다가 풀면 시간이 빠듯할 테니 루틴을 조금 더 단축해 보려고 한다.

 

순서에 상관없이 쳐도 되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스트로크 경기 방식에 한해서지만. 우리가 흔히 하는 것이 스트로크 방식이니 깊게 따지지 않아도 된다. 내 순서이든 아니든 늘 샷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됐다 싶으면 쳐도 된다. 샷 하기 직전에 ‘갑니다’ 하고 약간 큰 소리로 주위에 알리면 좋다. 내가 하는 방법이다. 안전도 안전이고 혹시 다른 플레이어 샷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짓이다. 그린 주변에서는 순서 상관 없이 치려다 어수선해질 것이 뻔하다. 그러니 멀뚱멀뚱 서 있어서는 안 될 판이다. 눈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내 볼이 홀에 더 가깝더라도 먼저 플레이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품앗이해가며 깃대 시중을 들어야 할 상황도 자주 생길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캐디만 믿고 기다린다면? 기껏 규칙을 바꿨는데도 별로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적어도 경기 속도 면에서는 말이다. 순서에 상관 없이 플레이 할 수 있는 것. 나도 해 보니 경기 속도를 높여 준다. 바로 이거다 싶을 정도다. 아직 필드 경험이 부족해 뭘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비결이 있다. 같은 조에서 제일 잘 치는 사람과 눈을 자주 마주쳐라. 그의 눈이 말해 줄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하는 이 모두가 초보라면? 할 수 없다. 캐디가 왕이다.   

 

‘맥시멈 스코어(Maximum Score)’ 경기 방식을 로컬룰로 정할 수 있게 한 것도 기억하자. 홀마다 최대 점수를 정할 수 있는 경기방식 말이다. 예를 들면 ‘더블파’까지만 세기로 했다고 치자. 이미 더블파를 했다면? 그 홀에선 더 이상 샷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더블파 한 뒤에도 정 연습샷을 하고 싶다면? 지연 없이 해야 한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방해가 되지도 않아야 하는 것을 말할 것도 없고.

 

플레이 속도와 관련해서 나도 아직 답을 못 낸 숙제가 있다. ‘내 차례이고 이미 온 그린 했는데 뽑아 놓은 깃대를 다시 꽂고 퍼팅 해도 되는가’하는 문제다. 퍼팅할 때 깃대를 꽂든 빼든 상관 없게 바꾼 새 규칙 탓에 생긴 질문이다. 규칙만 따지면 내 맘대로다. 그런데 내가 꽂고 퍼팅을 한 뒤에 다른 플레이어가 다시 빼고 퍼팅하기를 원한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 분명하다. ‘유명한 선수가 탄소섬유로 된 깃대는 꽂고 퍼팅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는 기사까지 나온 마당이다. 각자 캐디가 있을 때야 큰 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라운드 형편이 어디 그런가? 어찌하면 좋을까? 댓글로 의견을 내 주기를 기다린다.

 

김용준 프로(KPGA 경기위원) ironsmit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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