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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 한국 체육, 폐쇄성부터 부셔야 한다

입력 : 2019-01-10 07:00:00 수정 : 2019-01-09 19: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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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17살의 꽃다운 나이, 꿈을 꾸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악몽을 꿨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송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눈물을 훔치며 4년의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심석희(22·한국체대), 더는 울지 않고 용기를 냈다. 폐쇄적 집단인 한국 체육의 부작용을 깨트리기 위해 일어섰다.

 

한국 체육에 참변이 일어났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는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4년 전인 고교 시절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전까지 약 4년간 상습적으로, 그것도 한국 체육의 산실인 태릉 선수촌 라커룸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준다. 심석희는 앞서 상습 폭행에 이어 이번 성폭행까지 조재범 전 코치를 추가 고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심석희 사건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체육계 만연한 폭행 및 성폭행,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밝혔다. 새로운 단체를 신설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연내 한국 체육계 전반에 걸쳐 민간 주도의 전수 조사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실효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014년 1월 체육계 반드시 사라져야 할 스포츠 분야 4대 악(惡)으로 폭력과 함께 승부조작,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를 지목했다. 이 시점은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시기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어느 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말뿐인 허울이었다.

 

한국 체육계 관계자는 한목소리로 “한국 체육 특유의 폐쇄적 집단 문화의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엘리트 체육을 시작하는 초중고 시절부터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감독, 코치의 입김에 따라 선수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푸념한다. 선배의 말에 후배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단체 종목에서 더 빈번하다. 이는 엘리트 체육에 국한하지 않는다. 앞서 대학 체육과의 이른바 ‘군기 잡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폐쇄적 집단 문화의 부작용이 바로 폭력이다. 상명하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 이뤄진다. 성폭행 역시 마찬가지다. 피해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가해자와 처벌자도 다 제 식구이다. 절대 권력을 가진 자를 예방할 수도, 처벌할 수도 시스템이 없다.

 

단적인 예가 국가대표 선수촌이다. 심석희는 태릉선수촌 라커룸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여자 배구대표팀 코치 역시 선수촌 내 음주는 물론 성추행까지 저질렀다. 당시 해당 코치가 타 종목 코치와 술자리를 함께했다는 의혹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대한체육회는 묵인했다. 당시 선수촌 내 CCTV 역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피해자만 낙인 찍혀 체육계를 떠나는 일이 파다하다. 심석희 역시 계속 스케이트를 신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제는 확 뒤집어야 한다. 폭력 및 성폭행, 비위 근절을 위한 새로운 단체를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방안이 있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 체육의 폐쇄성을 무너트리고 클린 체육을 위한 방책을 고민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스포츠월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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