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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 ‘버티기도 무용지물’ 중소형 FA들의 백기 투항, 시간은 구단 편

입력 : 2019-01-28 07:15:00 수정 : 2019-01-28 09: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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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버티기의 끝은 결국 선수들의 항복이다.

 

일부 대형 선수를 제외한다면 꽁꽁 얼어붙었던 FA 시장에 ‘해동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나 선수 측의 일방적인 ‘백기 투항’에 따른 해동이다. 그동안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겨우내 버텨왔던 선수들도 눈앞으로 다가온 새 시즌 스프링캠프에 두손 두발을 들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조건에도 선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계약이 급한 쪽은 구단이 아닌 선수다.

 

잠잠하던 시장에 파동을 일으킨 선수는 LG 박용택(40)과 KT 박경수(35)였다. 박용택은 지난 20일 2년 총액 25억원에, 박경수는 21일 3년 총액 26억원에 원소속팀과의 계약을 확정 지었다. 예상했던 대로 베테랑 FA를 향한 금전적 대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계약 기간에서만 일정 부분 대우를 받았을 뿐이다.

 

팀 내 존재감이 상당한 두 선수도 ‘돈 잔치’에서 비켜났는데,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했다.

 

구단의 제시안에 반발해 그동안 계약서 사인을 미뤄왔지만, 박용택·박경수 계약이란 선례와 기준점이 발생하며 ‘버티기’가 무의미해졌다. 줄다리기로 구단의 태도를 바꿔보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스프링캠프를 앞둔 시점은 구단별 전력 구상이 완료된 시점이기도 하다. 이적 시장의 문도 사실상 닫혔기에 원소속구단은 중소형 FA를 향해 서두를 필요도, 태도를 바꿀 필요도 없었다. 현역 생활 연장 의지가 강한 선수들은 줄다리기를 거듭하며 오히려 초조함만 더해졌다.

 

시간도 자신의 편이 아닌 ‘초읽기’에 돌입하자 선수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단 하나, 항복뿐이었다. 항복을 선언했음에도 구단은 여전히 냉정했다. 계약 기간은 물론 계약금에선 일말의 정도 느낄 수 없었다. 철저하게 과거 공헌도를 배제한 채, 미래 활용도만을 따져 선수의 가치를 매겼다.

 

아직 만 30세가 채 되지 않은 내야수 김상수(29)는 지난 25일 계약 기간 3년, 총액 18억원에 삼성과 FA 계약을 맺었다. 전성기에 해당하는 나이임에도 공식처럼 여겨졌던 ‘4년 계약 기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게다가 옵션도 4억 5000만원에 달했다. 보장액이 박경수(20억 원)보다도 적었다. 과거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지만, 달라진 시장 분위기 속에서 도리가 없었다.

 

27일 한화와 FA 계약에 합의한 송광민(36) 역시 좋은 조건을 보장받지 못했다. 계약 기간 2년, 총액 16억 원의 조건이 담긴 계약서에 사인했지만, 예상보다 계약 기간도 짧았고, 옵션 역시 4억 원에 달한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전 3루수란 타이틀도 ‘FA 대박’을 안겨주진 못했다.

 

어느 때보다 냉정함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시간 끌기는 이제 갑을관계를 뒤바꿀 묘안이 아니다. "FA를 신청했을 때, 구단이 계약 협상만 적극적으로 해줘도 감지덕지한 시대다"라던 한 베테랑 선수의 한숨 섞인 푸념은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대변한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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