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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못 배워서 그래"

입력 : 2019-02-24 10:13:56 수정 : 2019-02-24 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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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워서 그래.”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특히 많이 하락하자 한 국회의원이 던진 말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해 표현하여 그의 발언에 오해가 있을까 봐 더 자세히 발언을 들여다보자면, 그는 “이분(20대)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 세력들, 전 정부 시절이었다”라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한다”라고 했다. “지금 20대를 놓고 보면 그런 교육이 제대로 됐나 하는 의문은 있다”면서 “그래서 결론은 교육의 문제점에서 찾아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혹시라도 내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 그분의 정확한 말을 담아 보았다.

 

사실 저 말은 누군가에게 논리로 막히거나 먹히지 않을 때 종종 슈퍼패스(Super Pass) 같이 쓰이는 말이다. 누군가를 자신의 의견과 달라 무시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해 쓰는 말이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라는 말일 것이고,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를 갑자기 만들고 나타나 왜 모르냐며 “좀 배워라”라고 말하는 그들이 그럴 것이고, 토론 중에 말문이 막히면 목청 높여 하는 말이 “모르면 배우세요”일 것이다.

 

이 말은 여러 말로 다르게 직업군으로 나눠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문화라는 틀에 대입해 보자.

 

만약 한 영화감독이 본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들 영화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아마 못 배워서 그랬을 것이다. 교육을 통해 문화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인터뷰를 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해줘야 하는 걸까?

 

개그맨들은 어떨까? 개그 코너를 심혈을 기울여 만든 후 선보인 무대에서 관객이 웃질 않았다 하여 “사람들이 웃지 않은 것은 수준이 낮아서 그래. 웃음을 잘 알려주지 않은 우리 개그맨 모두의 잘못이야“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받아 줄 수 있을까? 이보다 큰 정신승리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게 과연 이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말인가 싶기도 하다. 만약 내가 쓴 이글 역시 아니꼽게 느껴졌다면 한마디 하고 싶다. 

 

“미안하다. 못 배워서 그렇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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