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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느림의 미학' 가득… 데이트하기 딱 좋네

입력 : 2019-02-27 03:00:00 수정 : 2019-02-26 19: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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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슬로시티 충남 예산 / 올 지명 사용 1100주년 맞아 / 관광활성화 노력… 명소 개발 / 내달 예당호 ‘출렁다리’ 오픈 / 자연 환경과 어우러져 ‘일품’ / 국밥·어죽 등 먹거리도 많아

[예산=정희원 기자] 서울에서 버스로 2시간 남짓 달려 예산에 다다르니, 너른 호수를 가르는 큰 다리가 보인다. 하얀 다리에 퍼진 빗살이 마치 커다란 황새 같다. 주변에 ‘처음 보는 다리같다’고 하니, 오는 4월 6일 공개되는 예산 ‘출렁다리’라고 한다.

소리내어 불러보면 얌전하게 들리는 충남 예산군은 이름답게 아름다운 관광명소를 가득 품고 있다. 올해는 예산군 지명 사용 1100년을 맞아 관광 활성화에도 힘쓴다.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관광지와 소머리국밥·광시 한우·어죽 등 풍부한 먹거리, 일상에서 지친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까지 갖추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도 1박 2일 동안 휴식을 즐기고 갈 만하다. 서정적인 지역 분위기에 ‘데이트 명소’로 추천 도장을 꾹 누른다.

예산에 도착하자마자 대흥면에 위치한 일명 ‘슬로시티’를 찾았다. 지난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는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을 의미한다. 자연과 역사, 문화와 전통을 갖춰야 슬로시티로 지정될 수 있다. 예산 대흥면은 2009년 슬로시티가 됐다.

예산 대흥면의 슬로시티는 수산 정상에서 예당호까지 이어지는 낱낱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득 담고 있다. 이 동네를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예산 느린꼬부랑길’은 2018년 2월 ‘이달의 걷기 여행길’에도 선정된 바 있다. 산책로는 3개의 코스로 나뉘는데 5.1㎞의 옛이야기길은 90분, 4.6㎞의 느림길은 60분, 3.3㎞의 사랑길은 50분이 걸린다.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산책하다보면 주민들의 느린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특히 몇몇 집 앞에는 ‘달팽이’ 모양의 장식품이 늘어져 있는데, 이는 ‘들어와서 잠깐 쉬어도 좋다’는 뜻이다. 달팽이미술관, 달팽이 학교 등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들도 속속 숨어 있다.

무엇보다 곳곳에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살아 숨쉰다. 서로의 곳간으로 밤새 볏단을 날랐다는 이성만과 이순만 형제 이야기는 전설이 아닌 대흥마을에 전해오는 실화다. 대흥마을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이 서렸다.

슬로시티에는 조선시대 예산 대흥군 헌청이었던 ‘동헌’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동헌은 역대 군수들이 집무를 보던 정청이다. TV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의 세트장으로도 활용될 정도로 아름답고 소박한 모습을 자랑한다. 봄철에는 벚꽃명소로도 인기다. 동헌 내부에는 장독대가 가득 늘어서 있는데, ‘인증샷’을 남기기에 좋다.

슬로시티를 지나 예산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를 예정인 출렁다리를 찾았다. 약 한달 반 먼저 걸어본 출렁다리에서는 예당호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이 곳은 전국 최장 인도교인 길이 402m로 예당호를 가로지르고 있다. 출렁다리와 이어지는 산책길도 조성했다. 5.4㎞인 ‘느린호수길’이 주인공인데, 이는 슬로시티의 느린꼬부랑길과 연결된다. 이 구간을 산책한 뒤 예당호 주변의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운치 있다.

아름다운 사찰을 찾고 싶다면 예산 수덕사를 둘러보길 추천한다. 수많은 고승석덕을 배출한 한국불교의 선지종찰이다. 수덕사 주변은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낮은 구릉과 평탄한 들녘이 서로 이어진다. 계곡이 골마다 흘러내리는 소금강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덕사는 백제사찰로, 백제 위덕왕(554597) 재위 시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내 옛 절터에서 발견된 백제와당은 백제시대 창건설을 방증하고 있다. 대웅전은 국보 제49호로 지정됐다. 고려 충렬왕(1308년)때 건립된 목조 건축물이다. 당시 사용한 나뭇결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아름다운 무늬를 자랑한다. 또 불교의 원류와 시대에 따른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불교문화재 600여점을 소장 전시해 탱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함께 둘러볼 만하다.

수덕사에는 고암 이응로 화백이 요양하던 수덕여관도 있어 들러보길 추천한다. 이 화백이 한국전쟁 때 피난처로 머물던 집으로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작품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충청남도 기념물 제103으로 지정돼 있다. 초가지붕을 이은 여관은 그 모습만으로도 이채롭다. 정면 5칸, 뒷편으로 각각 6.5칸과 4칸이 ‘ㄷ’자형으로 날개를 이룬다. 여관 뒤뜰에는 이응로 화백이 새긴 바위그림이 그대로 남아있다. 넓적한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는 한글 자모들이 풀어져 서로 엉키면서도 아름답게 풀려 가는 조화를 이룬다. 이응로 화백이 머물기 전,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화가 나혜석이 불교에 심취해 묵었다고도 전해진다.

예산에 들러 관광지를 들러봤다면, 명물 덕산온천에 들러 하루 묵어보자. 덕산온천은 1917년 처음으로 탕을 이용한 온천으로 개장된 곳이다.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사료에서 600년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개와 다리를 다친 학이 날아와서 상처를 치료하고 날아갔다는 이야기가 내려올 정도로 탁월한 효능을 자랑한다. 덕산온천은 49도 이상의 천연중탄산나트륨 온천수가 나와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 환자들도 즐겨 찾는다. 인근의 호텔에서는 온천수가 콸콸 나오다보니, 대중탕을 이용하지 않고도 객실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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