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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 ‘3분 안에 볼 찾기와 무광택 골프볼’

입력 : 2019-04-22 13:26:07 수정 : 2019-04-22 13: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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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러프로 날아간다. 여차하면 볼을 못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럴 땐 뭘 해야 할까? 알을 깔(몰래 볼을 내려놓는 속임수) 준비를 한다고? 못살아. 정답은 프로비저널볼(잠정구)을 치고 나가는 것이다. 프로비저널볼이 페어웨이에 안착하면 이제 원구(처음 친 볼)를 찾을 시간이다. 볼이 있을 법한 곳까지 간 다음 캐디와 함께 볼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볼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른 플레이어들과 캐디들까지 합세한다. 볼 끝을 정확히 보지 못한 탓에 수색 범위가 넓다. 입술은 바싹 타 들어 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원구를 겨우 찾는다. 뛸 듯이 기쁘다. 들고 간 클럽으로 냉큼 러프 속 볼을 페어웨이로 레이 업(좋은 자리로 보내는 것) 한다.

 

페어웨이에 있는 프로비저널볼은? 캐디가 눈짓을 알아듣고 집어 올린다. 이 때 갑자기 다른 플레이어가 이의를 제기한다. 볼을 찾기 시작한 지 3분이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옥신각신하다 결국 경기위원이 와서 따진다. 다른 플레이어의 캐디가 “볼을 찾기 시작할 때 시계를 봤다”고 진술한다. 3분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는 증언이다. 또 다른 플레이어들과 캐디들도 3분이 넘은 것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큰일 났다. 이 경우엔 어떻게 되는가? 규칙대로라면 볼 찾기 시작한 지 3분이 지나면 그 볼은 ‘분실구’다. 즉, 죽은 볼이다. 찾았던 말았던 마찬가지다. 분실구를 치면 어떻게 될까? 오구(잘못된 볼)를 친 것이 된다. 2벌타를 받는다. 벌타만 받으면 끝인가? 아니다. 바로 잡아야 한다. 살아있는 볼을 다시 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에 살아있는 볼은 어떤 것인가? 그렇다. 프로비저널볼이 살아있는 볼이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프로비저널볼은 이미 집어 올리지 않았던가? 살아있는 볼을 부당하게 집어 올렸으니 1벌타다. 물론 추가로 받는다. 집어 올린 프로비저널볼을 리플레이스 하고(원래 위치에 내려 놓고) 쳐야 한다. 어디 있었는지 정확히 모른다면? 그 지점을 추정해서 내려 놓고(플레이스) 치면 된다. 3분을 넘겨서 찾은 볼을 앞뒤 안 재고 친 대가는 이렇게 참혹하다. 지금 같은 경우엔 총 3벌타(오구를 친 것 2벌타와 프로비저널볼 집어 올린 것 1벌타를 합쳐서)를 받고 다시 쳐야 하는 것이다. 새 규칙에 볼 찾는 시간이 3분으로 줄고 나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오늘은 약간 다른 이유로 골프 규칙 중 볼 찾는 시간 얘기를 꺼냈다.

 

바로 시인성(視認性)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시인성. 명확하게 눈에 잘 들어오는 성질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얼마나 눈에 잘 띄는지’이다. 어떤 골프볼이 시인성이 높을까? 흰색볼일까 아니면 컬러볼일까? 이 문제는 후일로 넘기고 다른 것을 먼저 짚어 보자. 무광택 볼이 눈에 더 잘 띌까 아니면 광택이 있는 볼(이하 유광택볼)이 눈에 더 잘 띌까?

 

정답은? ‘거리에 따라’ 다르다. 눈앞에서는 무광택 컬러볼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무광택 컬러볼의 그 애간장 녹이는 색감이란. 골프볼 회사에 몸담고 있어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 몇 더즌 얻을 수 있는(진짜로 그런가?) 나도 탐이 날 정도다. 그러나 서너 발짝만 떨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거리에서는 무광택볼보다 유광택볼이 조금 더 잘 보이기 시작한다. 진짜냐고? 진짜다. 더 멀리 떨어지면? 예를 들어 여남은 발짝쯤이면? 차이가 점점 커진다. 유광택볼이 상당히 눈에 잘 들어온다. 쉰 발짝쯤 떨어져서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광택을 살린 볼(유광택볼)이 광택을 죽인 볼보다 훨씬 더 눈에 잘 띈다는 얘기다. 굳이 몇 퍼센트 눈에 더 잘 띄냐고 따질 것도 없다. 구두를 반짝반짝 닦는 이유가 무엇인가? 광을 내기 위해서다. 왜 광을 내는데?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잘 닦은 구두와 안 닦은 구두. 어떤 것이 눈에 더 잘 띌까? 물어보나 마나다.

 

시인성 차이는 골프볼이 날아갈 때도 마찬가지 결과를 만든다. 분실구가 제일 많이 나는 드라이버 티 샷은 얼마쯤 날아가는가? 힘 좋은 골퍼라면 200m는 너끈하다. 그래서 저 멀리 볼 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무광택볼이 그런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실험해 봤냐고? 물론이다. 내가 몸담은 곳이 어떤 회사인가? 섭씨 몇 도에서 볼이 가장 잘 튀는지(반발력이 가장 큰지)도 실험해본 회사 아닌가? 섭씨 몇 도에서 가장 반발력이 크냐고? 그 답을 모른다면 절대 화씨벽 애독자가 아니다. 이미 한 얘기이니 이전 칼럼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다시 시인성 얘기로 돌아가자. 그래서 우리 회사는 고민을 제법 했다. 지금도 하고 있고. 골프 규칙이 바뀌면서 볼 찾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골프볼 소비에 미칠 영향을 따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무광택 컬러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줄어든 볼 찾는 시간과 유광택볼보다 못한 시인성. 그렇다고 레크리에이션 골퍼들이 사랑하는 무광택 컬러볼 라인을 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차선책을 택했다. 바로 무광택 컬러볼 중에서도 명도가 높은 색상 위주로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토너먼트에 나서는 선수라면 유광택볼을 쓰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큰 승부를 즐기는 아마추어 고수들도 마찬가지다. 진검승부 세계에서 시인성이 떨어지는 볼로 치다가 혹시 손해를 본다면? 누구 탓을 할 것인가?    

 

김용준 프로(KPGA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ironsmit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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