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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09 03:00:00, 수정 2019-05-08 18:38:50

    [스마트 인터벤션] 멍든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당뇨발’... ‘혈관건강’이 핵심

    • “선생님, 저는 당뇨발이 아니라, 그저 발가락에 멍이 든 건줄 알았어요.”

       

      최근 내원한 환자에게 ‘당뇨발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족부궤양으로 인해 이미 두 번째 발가락이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뜻밖의 진단에 초로의 환자는 사색이 됐다. 평소 혈당관리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만큼 당뇨발이란 말에 무척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여느 당뇨병 환자가 그렇듯, 그 역시 당뇨발의 무서움을 익히 알고 있었다. 병원을 찾은 것도 발에 상처가 가시질 않았다고 느껴서다. 다행인 것은 궤양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좀 더 방치했다면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비수술적 치료법인 혈관개통술을 적용할 수 있었다. ‘혹시나 발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한숨을 쉬던 환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시술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초여름에 접어들며 당뇨발을 우려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당뇨발은 말초혈관질환, 신경병증, 궤양 등 당뇨병으로 인해 생기는 발의 모든 문제를 아우른다. 높은 혈당이 몸 곳곳의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면서 발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여름에는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세균 번식이 빨라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은 질환 때문에 혈관이 망가지거나, 혈관확장기능이 저하돼 있어 당뇨발에 취약한 것도 크다.

       

      당뇨병 환자의 60~70%는 당뇨발을 경험한다. 발톱을 깎다가 생긴 작은 상처, 발바닥의 작은 물집 등 일상에서의 작은 요소로 인해 유발돼 더욱 무서운 질환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경미한 상처로 그칠 일이 당뇨병 환자에겐 큰 문제로 이어지는 셈이다. 발가락 등 말초 부위의 색이 변하는 특징적인 증상이 없을 경우 ‘다리가 저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적잖다. 문제는 이를 단순 다리 저림으로 여기고 방치한다는 데 있다.

       

      과거엔 무조건 ‘절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요즘엔 절단 부위를 최소화하려는 만큼 발가락 절단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후에 나타난다. 발가락 절단 후 당장은 상처 부위가 넓어지는 것을 멈출 수 있지만, 자칫 절단부위가 제대로 낫지 않고 염증과 괴사가 심해지면 추가절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다. 발가락 절단에서 시작해 여러 차례에 걸쳐 결국 발을 전체적으로 절단하는 셈이다.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보존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관련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특히 인터벤션 시술의 일종인 ‘혈관개통술’이 도움이 된다. 이는 막힌 혈관을 뚫어 혈액이 제대로 돌도록 유도해 당뇨발 환자의 말초혈관을 살리는 데 핵심을 둔 치료법이다.

       

      당뇨발 환자의 상당수는 발끝까지 혈액이 제대로 돌지 않는 폐쇄성 동맥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당뇨발 환자의 동맥폐쇄증은 일반적인 동맥경화와 달리 무릎 아래쪽 소동맥 폐쇄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혈관개통술은 폐쇄된 소동맥들을 개통시켜 발가락이나 발 상처로의 혈류를 원활히 만들어 조직내 저산소증을 극복하고 면역세포를 충분히 공급해 상처를 회복시키는 원리를 쓴다.

       

      혈관개통술은 이미 북미·유럽 등 선진국가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치료다. 국내서는 아직 보편적인 치료법은 아니지만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우수한 치료성적을 자랑한다. 국내 의료진의 연구결과 혈관재개통술의 성공률은 90%, 다리보존률은 95%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10년 전만 해도 상처가 낫지 않는 당뇨발은 ‘아까워도 빨리 다리를 절단하는 게 덜 고생하는 방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는 ‘다리절단’ 이후의 악순환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을 때의 일이다. 보존적인 당뇨발 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뿐 아니라 사회적 의료비용까지 절감해줄 수 있다.

       

      그렇다고 혈관개통술이 모든 당뇨발에 100%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치료 마지노선이 있다. 당뇨발을 예방하고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칙은 ‘규칙적인 관찰’이다. 발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멍이 든 것처럼 색깔이 변한다면 당장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빨리 병원을 찾을수록 치료에 드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당뇨발의 근본적인 원인인 ‘혈관문제’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단순히 외관의 상처에만 치우치다보면 문제의 핵심요소를 파악하지 못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확률이 높다. 이는 환자 자신이 스스로 깨닫기 어려운 만큼 정기적으로 주치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혈관개통술로 당뇨발을 치료해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혈당을 꾸준히 정상수치로 유지해야 한다.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당뇨발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혈관개통술은 이미 문제가 생긴 증상을 개선할 수 있지만, 미래에 생길 질환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에 의학적 기술이 접목됐을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재익 민트병원 대표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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