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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현장] ‘개콘 1000회’, 비난보단 칭찬이 필요할 때

입력 : 2019-05-13 14:31:00 수정 : 2019-05-13 14: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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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지상파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방송 1000회를 앞두고 있다. ‘개콘’은 지난 1999년 파일럿 방송으로 첫 선을 보인 후 20년 간 명맥을 이어온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2003년 인기코너 ‘봉숭아학당’으로 49.8%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1000회 평균 시청률은 16.6%에 육박하지만 현실은 6%대 시청률이 고작이다. 이에 제작진과 코미디언들이 한 데 모여 ‘코미디’가 나아가야할 현실을 이야기했다.  

 

13일 오전 여의도 KBS 쿠킹스튜디오에서 KBS 2TV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개그콘서트’의 원종재PD, 박형근PD,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등이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는 ‘개그콘서트’의 시작을 함께했던 대선배 코미디언 전유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0회를 했을 때 주변에서 500회, 1000회 이야기를 이야기 했다. 그땐 형식적인 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1000회가 됐다. 그동안 많은 선후배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이어 강유미는 “신인 때 300회 특집에 참여해 감격스러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3사 코미디 프로그램이 다 없어졌는데, ‘개그콘서트’가 명맥을 잇고 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개그콘서트’를 만들어 준 선배님들, 지금 이끌어주고 있는 후배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고, 유민상은 “1000회를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 예전에 농담처럼 ‘서태지 결혼, 음악과 결혼’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유민상 결혼, 개콘과 결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젊은 시절을 아이디어를 짜며 ‘개콘’과 보냈다. 앞으로도 ‘개콘’과 행복한 부부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센스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현장은 비교적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현재 3사 코미디 프로그램 중 ‘개콘’이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콘’의 시청률, ‘가학성’ ‘비하’ 이슈 등 코미디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현실이다.

 

원종재 PD는 “최근 공개 코미디 부진이 사실이다”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태동기에는 신선하고 새로운 코미디였다. 프로그램이 20년동안 끌어왔다는 게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과거의 ‘개콘’이 너무나 사랑받았기 때문에 지금은 상대적으로 더 기세에 못미치고 있다. 이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 그게 제작진의 노력이자 고민이기도 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이라는 모토로 끌어왔다. 다시 ‘개콘’을 살리고자 선후배들이 똘똘 뭉쳐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지금까지 ‘개콘’을 이끌어 온 건 전적으로 코미디언들의 힘이었다. 그분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취재진의 질문에 원 PD는 “‘개콘’에는 가학성이나 비하 내용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코미디언을 뽑을 때 조차 ‘얼굴 못생긴’ 개그맨의 메리트가 없다. 못 생긴 걸 못 생겼다고 말 못하는 시대다.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주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그런 코너를 짜서 올리면 지금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고 어려움을 표했다.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의 개그 소재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원 PD는 ‘어쩔 수 없는 변화’라고 짚었다. 그는 “지상파 코미디로서 맞는 말이다. 오랜 시간 비난, 심의와 싸워왔다. 다만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다.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신봉선은 “우리는 플레이어의 입장으로 말하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사실 유민상 선배가 개그맨들 사이의 ‘아이디어 뱅크’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공중파에 녹이는 과정이 어렵다. 방법을 찾고 연구 중”이라면서 ”‘개콘’을 나갔다가 돌아온 입장에서 ‘요즘엔 왜 예전처럼 못할까’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있었을 때보다 제약이 너무 많더라. 예전에 내가 활동했던 코너들은 지금 무대에 올릴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후배들을 생각하며 눈가가 촉촉해진 신봉선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녹화를 마치고 좁은 사무실에서 일주일 내내 노력한다. 선배랍시고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있다. 답답하기도, 기특하기도, 대단하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와 ‘개콘’을 접목하기 위해 선후배들이 계속 생각하고 있다. 더 나은 코너를 내놓을 수 있도록, 박수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진심으로 당부했다. 

 

선배 코미디언의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전유성은 “아쉽게 생각하는 건 ‘개콘’의 첫 시작은 대학로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코미디를 TV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점점 결정권이 방송으로 옮겨오면서 나태해지고 식상해졌다. 그 과정에서 그만둔 친구들도 많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못 가는 거다. 초심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조언을 건냈다. 

 

한편, 오는 19일 방송될 ‘1000회 특집’은 지난 20년을 정리하고 기념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원 PD는 “1000회 동안 약 1500여 개의 코너, 90만 명의 관객들이 ‘개콘’을 찾았다. 과거 레전드 코너, 현재 방송되고 있는 코너까지 총 18개의 코너가 준비됐다. 특별히 KBS홀에서 진행되며,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최대한 중단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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