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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29 13:37:47, 수정 2019-05-29 13:37:48

    [류시현의 톡톡톡] 걷기의 미학

    •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 여행을 나가면 주구장창 걸어다니는 게 일인데 정작 내가 태어난 우리나라에서는 왜 걸어다니는 것에 인색했을까. 운전을 못했던 어렸을 때는 모든 곳을 걸어다녔었는데…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차를 버리기 시작해봤습니다. 서울을 여기저기 다닐 때는 자동차 대신, 세계에서 제일 편하고 좋은 이른바 BMW(Bus, Metro, Walikng)를 이용하는 거고요, 지방을 다닐 때도 자가운전보다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겁니다. 그랬더니 다른 세상이 보이더군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재밌고 신나는 곳이 많다니…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원인은 ‘속도감’이 아닐까 합니다. 자동차는 천천히 가도 시속 30㎞정도, 사람의 걷기는 시속 4㎞정도. 사람의 눈이 잘 관찰할 수 있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연구 결과를 찾아본 적은 없지만 제 경험상 천천히 걸을 때도 놓치거나 지나치는 일이 있는 것으로 짐작컨대 자동차의 속도는 이동을 위한 것이지 관찰을 위한 속도는 아니라고 사료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원인은 ‘공간감’. 차로 움직일 때는 움직임이 제한적입니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길만 들어가야 하는데 요즘 맛있다는 집이나 재밌는 곳들은 어찌 그리 골목골목 숨어있는지. 자동차로 움직이다가 일방통행에서 마주 오는 차라도 만나는 날엔 괜시리 머피만 탓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 두 발로 걸어다닐 때는 못가는 곳이 없지요. 심지어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는 탐험 의식도 불끈해서 길을 잃어버리더라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와중에 나만의 비밀 공간을 찾게 되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차가 없으면 앤트맨이 부러울 일도 없습니다. 가는 곳마다 주차장은 만차, 차를 세울 곳은 찾아지지 않고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앤트맨처럼 차를 작게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어가면 딱 좋겠는데’라는 상상, 저만 해본 것 아니겠죠. ㅎㅎ 그리고 요즘 하루에 만보 걷기 하시는 분들 많으시던데 건강을 생각해도 걷기가 좋아요라는 말은 너무 상투적. 오히려 ‘더 많은 맛집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으려면 더 많이 걸으세요’가 현실적일 듯하네요.

       

      이태원, 경리단길, 북촌, 서촌, 익선동, 부암동, 성수동, 상수동, 연남동 등 아침과 저녁 살랑살랑 걷기 좋은 날씨에 갈 곳도 이렇게 많습니다. 발편한 운동화 신고 어디로든 출발. 어떨까요.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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