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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 위 '쑨양패싱'…쑨양이 광주서 마주한 현실

입력 : 2019-07-24 14:06:49 수정 : 2019-07-24 14: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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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우승한 중국 쑨양(왼쪽 두번째)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메달을 차지한 영국의 던컨 스콧(오른쪽)은 쑨양을 둘러싼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자리를 피하고 있다.

[스포츠월드=광주 전영민 기자] 두 개의 메달과 두 차례 시상대 소동. '도핑 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쑨양(28·중국)이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 23일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이 열린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쑨양이 1분44초93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두 번째로 골인했다. 이후 1등으로 레이스를 마친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1분44초69)가 부정 출발로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쑨양이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쑨양이 등장할 때부터 열띤 응원을 펼치던 중국 응원단의 목소리는 점차 커졌다. 쑨양이 수상을 위해 트레이닝복을 입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쑨양은 같이 시상대에 오를 세 선수에게 두 차례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동메달을 차지한 던컨 스콧(22·영국)이 쑨양의 손을 뿌리쳤고 쑨양은 격분하며 스콧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스콧은 쑨양이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기념 촬영을 할 때에도 응하지 않고 홀로 떨어져 다른 곳을 응시했다.

 

지난 21일 경영 남자 400m 결승전 시상식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있었다. 은메달을 수확한 맥 호튼(23·호주)이 시상대에 오르지 않았다. 쑨양은 “나를 존중할 필요는 없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선수들은 호튼의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도리어 호튼에게까지 경고를 내린 FINA의 선택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우승한 중국의 쑨양이 시상대에 함께 올라서기를 거부하는 동메달리스트 영국의 던캔 스캇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예견된 일이다. 쑨양은 지난 2014년 5월 중국반도핑기구(CHINADA)의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타났고 3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9월엔 도핑검사를 위해 자택을 방문한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의 테스트를 방해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FINA가 ‘경고’로만 조치한 탓에 세계 수영계에선 ‘솜방망이 징계’라는 얘기가 세어 나왔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졌다.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미국, 호주, 영국 등 수영 강국들은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쑨양에 대한 적대심과 FINA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스포츠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약물’이란 행위를 자행한 쑨양과 그를 감싸준 집단에 대한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쑨양은 논란이 심해졌을 때 “공개 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열리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재판 과정을 공개해 떳떳하게 서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선수들 사이 분위기는 이미 냉각됐다. 쑨양의 의지와 별개로 선수들은 쑨양이 쌓는 메달과 기록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도리어 선수촌 식당에서 선수 200여 명이 호튼에게 박수를 보냈다. 쑨양이 메달을 차지해도 환호하는 건 쑨양과 중국 팬들 뿐이다. 약물로 얼룩진 영광, 광주에서 보이는 쑨양의 현실이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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