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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 "나랏말싸미, 안봐요"… 역사왜곡 논란에 관객도 외면

입력 : 2019-07-31 18:25:57 수정 : 2019-07-31 19: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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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김대한 기자] 소위 말해 ‘국뽕’을 노렸다가 ‘역사왜곡’으로 철퇴를 맞은 격이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가 관객들에게 외면받으며 개봉 1주만에 극장가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사극 전문가’로 불리는 조철현 감독과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 박해일이 의기투합한 자체로 좋은 성적을 기대했던 얼마 전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나랏말싸미’는 지난달 30일 하루 6만 121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88만 51명을 기록했다. 전날 3위였던 ‘나랏말싸미’는 애니메이션 ‘레드슈즈’에게도 밀려 4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개봉과 동시 박스오피스 1위로 진입했으나 점점 힘을 잃더니 4위까지 내려앉게 됐다.

 

앞으로의 흥행을 내다보는 지표인 예매율에서 ‘나랏말싸미’는 10위(31일 오전 8시 기준)에 턱걸이했다. 금주 쟁쟁한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랏말싸미’는 극장가에서 더욱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흥행세도 꺾였고, 영화에 대한 혹평에 보이콧도 거세지고 있어 자칫하면 100만 관객도 달성하지 못한 채 극장가에서 씁쓸하게 퇴장할 수도 있다.

 

‘나랏말싸미’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한 이유는 바로 역사왜곡이다.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은 세종대왕임이 학계의 정설인데, ‘나랏말싸미’는 신미 스님이 한글 창제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를 다뤄 논란이 됐다. 이 자체가 세종대왕의 업적을 무시, 소위 말하는 ‘팩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영화를 통해 전달하는 사실을 온전한 ‘팩트‘라고 믿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사실들을 공부하고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만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조철현 감독은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조 감독은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1443년 12월 30일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가 떠올랐고, 그 공백을 활용한 드라마 전개에서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된 캐릭터”라며 “‘나랏말싸미’가 전달하려 했던 뜻과 관객의 뜻이 일치되지는 못했지만, 위대함과 남기신 업적에 대한 존경심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미가 범어를 비롯한 외국어에 능통했고 대장경을 깊이 공부했다고 언급한 실록 기사들까지 감안하면 1443년 12월 이전의 역사 공백을 개연성 있는 영화적 서사로 드라마화할 만한 근거는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다. 역사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신미가 한글 창제에 관여했다는 것은 허구’라고 지적한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문종 즉위년 1450년 4월 6일 기록에 남아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세종이 신미라는 이름을 들은 해는 1446년, 접견한 해는 1450년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왜곡하지 않고서 훈민정음 창제에 신미가 참여했다는 것은 시기상으로 불가능하다. 기록이 없다 할지라도 신미가 한글을 만들었다는 설은 말이 안 된다고 역사학사들은 재차 강조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역사 왜곡’이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잣대를 댈 수 없다”며 “다만 ‘명량’(이순신을 다룬 영화)도 소송이 걸린 것처럼 ‘성군’ 세종이 잘 못 그려진 것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연 배우 송강호의 무책임한 태도도 흥행 참패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을 통해 개념 있는 배우로 떠오른 송강호는 ‘나랏말싸미’의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모름지기 주연 배우라면 본인의 연기뿐 아니라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지금 송강호는 책임감은커녕 논란에서 회피하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관객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의 역사의식이 의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giback@sportsworldi.com

사진=스포츠월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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