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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한국형 新공포 ‘암전’, 놀랍도록 무섭고 신선하다

입력 : 2019-08-08 21:14:59 수정 : 2019-08-09 09: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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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유레카!”

 

뜻밖의 발견이다.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결을 담은, 놀랄만한 작품이 나왔다. 광기 어린 인물들의 폭주가 깊이감이 다른 공포를 선사했고, 끝날 때까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블랙홀 같은 공포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진정한 공포를 맛보고 싶다면 후회없는 선택이 될, 마성의 공포영화 ‘암전’(김진원 감독)이 여름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기세다.

 

영화 ‘암전’이 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암전’은 신인 감독이 상영금지된 공포영화의 실체를 찾아가며 마주한 기이한 사건을 그린 공포영화. 배우 서예지는 공포영화에 경도된 신인 감독 미정 역을, 진선규는 10년 전 공포영화 ‘암전’의 감독이자 ‘암전’을 찾아다니는 미정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는 미스터리한 인물 재현 역으로 분했다. 

 

메가폰은 해외 유수 영화제가 먼저 알아본 김진원 감독이 잡았다. 김진원 감독은 독립영화 ‘도살자’로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금지구역 부문 상영작 중 유일한 한국영화로 주목받았던 인물. 그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내공을 앞세워 여태껏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공포영화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신들린 연출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베일 벗은 ‘암전’은 한 단어로 요약하면 ‘무.섭.다.’ 그 자체다. 공포영화의 본질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암전’은 공포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을 기대 이상으로 충족했다. 빈티지한 미장센, 거친 질감의 사운드 그리고 차분하다 못해 창백하기까지 한 배우들의 연기톤이 영화 초반부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마치 86분 동안 귀신의 집에 감금된 것처럼, 보면 볼수록 온몸을 엄습하는 공포가 예사롭지 않았다.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실제처럼 그려낸 점도 공포의 질을 높였다. 김진원 감독은 2005년 폐쇄된 군산의 국도극장을 주 촬영지로 정했고, 실제 폐가를 섭외해 촬영을 진행하는 등 리얼리티를 높였다. 또 스산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조명과 미장센 등 디테일한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독히 한국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느낄 공포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영화를 본 다음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거나 혹은 오래된 건물을 지나가기 꺼려질 만큼, 공포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 중심에는 서예지와 진선규가 있었다. 서예지는 공포영화에 적격이란 생각이 들 만큼, 창백한 비주얼과 차분한 보이스가 영화의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졌다. 그의 묵직한 연기톤 덕에 영화 속에 푹 빠져들 수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서예지의 눈으로 공포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특히 몸을 내던진 서예지의 열연은 4DX 못지않은 공포감을 체감하게 했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광기와 집착을 버리지 않는 서예지의 눈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했다. 

 

첫 공포영화에 도전한 진선규의 새로운 변신도 놀라웠다. ‘범죄도시’를 통해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강렬함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손에 진땀을 나게 할 정도. 비주얼 만으로도 긴장감을 부여하는 진선규의 아우라가 ‘암전’의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뿐만 아니다. 스토리도 군더더기 없었다. (귀)신들린 연출은 더할나위 없었다. 무엇보다 관객들로 하여금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김진원 감독의 여유가 소름끼치도록 놀라울 정도였다. 마치 ‘컨저링’으로 공포영화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제임스 완이 떠오를 정도였다.

 

끝날 때까지 관객을 절대 놓지 않는, 블랙홀 같은 공포영화 ‘암전’. 서예지, 진선규 그리고 김진원 감독의 열연과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형 공포영화가 탄생한 것 같다. 제17회 블라디보스톡 태평양-자오선 영화제 공식 초청작. 8월 15일 개봉. 

 

giback@sportsworldi.com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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