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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김준한이 말하는 ‘봄밤’ 그리고 ‘사랑’

입력 : 2019-08-11 10:12:31 수정 : 2019-08-11 18: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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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김준한이 ‘봄밤’의 권기석, 그리고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털어놨다. 

 

김준한은 MBC 드라마 ‘봄밤’에서 부유한 집안과 빠른 두뇌회전, 적절한 승부욕을 지닌 완벽에 가까운 남자 권기석을 연기했다. 권기석은 오랜 연인 이정인(한지민)의 이별 통보에 불안함을 느끼며 어떻게든 되돌려보려 노력한 인물. 오랜 연애에서 결혼으로, 평범하고 동시에 오점 없는 인생을 완성하기 위해 살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유지호(정해인)라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고, 이정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적인 감정을 그려갔다.

 

종영 후 스포츠월드와 만난 김준한은 “반응들이 너무 다양하다. 한쪽으로 쏠려있지가 않다. 보통 편향성이 있는데, ‘불쌍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찌질하다’ ‘꼴 보기 싫다’ ‘왜 저러냐’ 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게 이 작품만의 매력인 것도 같다”고 밝게 이야기했다. 무언가를 규정짓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멀리서 바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봄밤’의 매력인 것 같다고 짚으면서 “보는 분들도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바라봐주신 것 같다. 그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고 했다. 

여러모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권기석을 연기한 김준한. 그는 어떻게 권기석을 바라봤을까. “내가 기석이가 어떤 인물이라고 정의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어떻다고 이야기해봐야 항변일 뿐”이라고 답한 그는 “사실은 남들이 봐주는 기석이가 오히려 객관적인 기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나는 기석이가 뭘 원하고, 뭘 하고 싶은지, 뭘 향해가고 있는지 조금 더 알고 싶었고 공감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시청자들의 원성을 자아내던 권기석도 ‘사랑’으로 인한 이유 있는 말과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기석이가 집착하고 구질구질하게 갈 수 있었던 건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고 하면 흔히 아름다운 것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석이가 하는 것도 사랑이다. 다만 그 방법이 자기중심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랑”이라고 이유를 찾았다. 

 

사랑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평가할 땐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본인은 사랑이라 생각하고 밀어붙인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은 어떻게 변질된 지 모르는 거다. 사실 그렇게 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쉽지가 않다”면서도 “기석이가 단순히 승부욕으로 이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무리 승부욕이 대단해도 그렇게까지..기석이의 상실감, 그것에 대한 반작용이 일그러진 사랑의 형태로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시청자도 그랬지만, 그 또한 다양한 시각으로 권기석을 바라보는 듯했다. 

이정인을 두고 유지호와 치열한 대결 구도를 펼쳤다. 비겁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열정적이기도 했던 권기석은 미혼부인 지호에게 상처가 될 말과 행동들을 일삼았다. 

 

“그쯤에는 기석이도 방향키를 완전히 잊어버린 걸 수도 있다. 어떤 동력에 의해 움직여 왔는데, 그렇게 망가지다 보니 스스로도 뭘 하고 있는지 잃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지호에게 했던 이야기는 지호가 기석이에게 했던 이야기를 돌려준 거다. 정인이를 향한 사랑의 과정에 유지호와의 대결도 일부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 있었고, 어쨌든 둘을 찢어놓기 위해서 결과적으로 효과는 없었지만 자기 나름의 노력이었다. 어떻게든 이 사랑의 승부에서 승자가 되려는 기석이의 방법이다.” 

 

이쯤 되니 김준한에게 권기석의 ‘불쌍함’을 이야기한 지인들의 속마음도 궁금해졌다. 그는 “기석이가 되게 모자란 사람이니까. 여러모로 공감능력도 부족하고 정인이의 마음을 전혀 몰라줬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 권기석의 문제점은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감지를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 김준한은 “(그런 점이) 불편한 진실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람은 다 모자란 데 그게 나쁜 건가? 저 사람을 나쁘다고 생각해버리면 나도 나쁜 건데…. 하는 공감대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권기석의 모자람을 이해한 걸까. 그는 “이해해야 연기할 수 있었다.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흉내 내며 연기할 수 없기에 옳고 그럼에 대한 판단은 미뤄뒀다고. 권기석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연기하는 배우가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해버리면 ‘신의 관점’이 되지 않나. 최대한 그런 판단을 배제하고 연기하려 했다. 대신 결과물을 본 시청자들의 평가들은 다 일리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흠도 있고, 흠이 아닌 부분도 있고. 어떤 점에 주목해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인(한지민)과 걷잡을 수 없는 사이가 된 후 남서방(이무생)과 기석의 술자리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이 승부의 끝을 봐야 한다는 관성 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계속 가버린 상태였던 것 같다. 사실 결말은 본인도 예상하지 않았을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상황이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망가진 두 사람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통쾌하게 다가온 그 장면을 위해 김준한은 직접 소주 한 병을 들이켰다. “진짜 술을 마시고 찍었다. 형(이무생)은 맥주 한 잔 정도를 마셨는데, 나는 더 마셔야 할 것 같더라. 소주 한 병을 십 분 동안 들이켰다. 그리고 30분 정도 대기하고 촬영에 들어갔다”는 그는 자신의 술 기운(?)과 감정을 기다려 준 감독과 동료 배우, 스태프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봄밤’은 특히나 안판석 감독의 배려를 깊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안판석 감독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김준한은 “너무 너무 좋으신 분이다. 진짜, 너무 많이 배웠다”며 입이 마르도록 극찬했다. “일단 배우들을 존중해주시는 분이다. 배우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신다.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배우들이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를 한다”며 확신의 눈빛을 보인 그는 “어느 한 사람 튀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건 분명 감독님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준한의 설명에 의하면 안판석 감독은 촬영하며 컷을 많이 나누지 않았다. 배우가 반복해서 연기하지 않고 한 번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했다. 그 자체로 훨씬 “살아있는 연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원 테이크로 촬영하니까 더 최선을 다해서 할 수밖에 없고, 실수하더라도 밀어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냥 사는 것처럼’ 가야겠다 싶었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훨씬 편하게 연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간’, ‘봄밤’까지 해피엔딩과 거리가 먼 사랑을 연기해야 했다. 이쯤되면 ‘일반적인 로맨스’를 꿈꿀 법도 하다. 김준한도 “해보고 싶긴 하다”며 웃음 지으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진짜 좋아한다”고 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해롱이(이규형)과 헛헛한 로맨스를 그렸던 김준한. 첫 작품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이번 작품도, 당시 그 작품도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이 정말 셌다. 지원이 같은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는 멋진 친구였다. 말만 앞서는 사람이 있다면, 말은 없어도 묵묵히 진심 어린 사랑을 하며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실제 김준한은 어떤 사랑을 할까. 그는 “나는 많이 서툰 편이다. 서툴다는 걸 알고 있고, 그래서 조금씩 나아져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입을 뗐다. 

 

“예를 들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하면서는 이런 게 진짜 멋진 사랑이구나 하는 걸 배우게 된다. 반대로 기석이를 보면서도 배우는 게 있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만 봐도 이러면 왜 안 되는지, 그게 상대방에게 어떤 아픔을 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무너트릴 수 있나 생각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걸 삶에 적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이론은 박사다(웃음)”

 

어렸을 땐 ‘불타는 사랑’도 해봤다는 그는 “내가 녹아내릴 정도로…. 그랬다”고 했다. 가슴 찢어지는 느낌을 받아보기도 했고, 또 아플까 싶어 다시 연애할 엄두가 안 나기도 한다고 답했다. “그때도 이기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관계에 대해 생떼를 쓴 것 같기도 하다. 성숙한 사랑이 단순히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눈여겨봐 주고, 보살펴봐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랑의 형태는 항상 변하니까. 서로 노력하고, 지속할 수 있는 사랑. 또 맞춰서 변화하기 위한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의미를 찾고, 삶의 아름다움을 찾는 모든 것들이 재밌는 거니까. 다음 연애가 기대된다. (웃음)”

 

자신을 가혹하게 바라보는 편이라는 그는 칭찬을 들어도 방송을 보면서는 ‘에휴,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하며 후회를 하곤 한다고. 여러 번 돌려보고 답답해하고 괴로워하는 시간도 자주 있다. 그렇지만 100% 만족하긴 힘드니까. 그리고 그 모습 또한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꿋꿋하게, 묵묵히, 또 열심히 해나가자 생각한단다.

 

김준한은 ‘작품에 도움이 되는 배우’를 꿈꾼다. 관객들이 작품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배우다. 항상 작품 속에서 그 인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쉬지 않고 일하는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 하나다.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하는 점이다. “글(대본)을 처음 보면서 내가 이 작품을 어떤 의미로 보게 될까 생각한다. 좋은 의미로 다가온다면 용기도 생기고 욕심도 생긴다. 좋은 작품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변함없는 마음이 뒷받침한다”고 답하면서 “거기에 매력 있는 배우로 다양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역할까지 주어진다면 더 감사한 일”이라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봄밤’이 가지는 의미를 묻자 그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진 작품”이라고 답했다. “어떻게 보면 곪아버릴 수도 있는 상처를 꺼냈다. 당장은 생각의 대립으로 볼 수 있지만, 지금 그렇게 하지 않고 서로 무시해버리고 각자 돌아버린다면 애초에 해결될 수 없다. 같이 생각하다 보면 작은 변화가 생기고 많은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자유로운 연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좋은 경험으로 남지 않을까.”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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