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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윤영삼의 유쾌한 상상 "아들이 2019년을 기억할까요"

입력 : 2019-10-15 09:30:00 수정 : 2019-10-15 19: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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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인천 전영민 기자] “저번처럼 던지면 분유값도 못법니다.”

 

 지난 6일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고척 스카이돔. 9회말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친 터라 양 팀 선수들은 녹초가 됐다. 반면 경기 종료 후에 더 힘을 낸 선수가 있었다. 경기 내내 누구보다 마음을 졸였고 승리를 확정지은 후엔 곧장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출산이 임박한 아내에게 힘을 주기 위해, 그리고 세상 빛을 보는 아기를 품에 안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키움 윤영삼(27)은 그렇게 아빠가 됐다.

 

 약 일주일 전 ‘복덩이’를 본 순간부터 윤영삼의 사고방식이 달라졌다. 27년 평생을 단순히 야구선수로서만 살아왔다면 이젠 누군가의 아빠가 됐다는 사실이, 한 가정의 가장이란 책무가 윤영삼을 자극한다. 윤영삼은 “아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깨끗해보일 수가 있을까”라며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세상이 어땠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마냥 행복해 보이고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고 말한다.

 

 플레이오프까지 오는 과정에서도 힘이 빠지지 않았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가을야구도, 고된 훈련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이전에도 최대한 즐기면서 야구를 해왔는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조금 더 치밀하게 상황을 그려가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해둔다.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등판 내용도 지겹도록 복기했다. “이전의 나였다면 마운드에서 한 차례 부진한 일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저번처럼 던지면 분유값도 못번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털어놨다.

 

 가을야구에서 임팩트를 남기고픈 욕심도 있다. 훗날 아들이 커서 자신이 태어난 해에 아빠가 어떤 일을 했는지 검색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윤영삼은 “아기가 조금이라도 크면 내가 야구선수라는 사실을 알텐데 어떤 선수였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며 “‘그땐 내가 이런 일을 했다’라고 말을 해야 할텐데 그게 한국시리즈 우승이면 어떨까 싶었다. 우승하는 과정에서 내가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하면 최상의 시나리오다”고 강조했다.

 

 야구 내적으로 새로운 동기부여가 나타났다면 일상에선 변화가 생겼다. 평소 즐겨하던 쇼핑도 이젠 자신의 위한 게 아니라 아들을 향한다. 쇼핑몰도 아기 옷이나 장난감 위주로 검색해뒀다. “아기가 조금 크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게 아기 옷부터 보게 된다. 옷이 아니면 장난감을 찾아보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고 운을 뗀 윤영삼은 “이제 내 옷을 사는 건 사치다. 청바지도 이제 한 벌을 사면 6~7년씩은 입어야 할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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