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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더그아웃스토리] ‘또 한 번의 가을’…SK 박정권 “나는 행복한 선수입니다”

입력 : 2019-10-16 07:00:00 수정 : 2019-10-15 2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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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인천 이혜진 기자] “나는 참 행복한 선수입니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순 없다. 영원할 것만 같던 찬란한 순간들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저만치 멀어져 있기 마련이다. ‘베테랑’ 박정권(38·SK)의 시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영광들을 뒤로 하고 조금씩 끝을 향해 달리는 듯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박정권은 “누구에게나 마지막은 있는 것 아닌가.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계속 한다고 해도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이 내겐 기회다”라고 말했다.

 

박정권은 대표적인 ‘가을사나이’다.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박정권의 방망이도 덩달아 매서워지곤 했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60경기에서 타율 0.299(187타수 56안타) 11홈런 40타점 28득점 등을 올렸다.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홈런(7홈런)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작년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8-8로 팽팽히 맞선 9회말 그림 같은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박정권은 “이미지만 그렇다. 이제는 좀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껄껄 웃었다.

 

자신의 첫 가을을 기억하고 있을까. 2007시즌 한국시리즈였다. 박정권은 “그때는 진짜 옆을 보지 못할 때였다. 형들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닌 것 같다. 솔직히 기억도 잘 안 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붉은 유니폼에 대한 추억만은 생생하다. 박정권은 “이번 포스트시즌 원정경기에선 붉은 유니폼을 입기로 했는데, 옛날 생각이 나더라. 마치 해태 왕조처럼 강해보이는, 그런 느낌이 조금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쁘지 않은가”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을과 찰떡호흡을 자랑한다고 해서, 그 길이 항상 쉬웠던 것은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곤 엔트리 입성조차 장담하기 어려웠다. 역할 또한 백업 대타로 한정적이다. 박정권은 “각오는 하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엔트리에 넣어주신 것은 분명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의미다. 더그아웃에서 넓은 시야로 분위기를 이끄는 게 내 몫인 것 같다.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나가게 될 텐데 그저 내 스윙만 하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년간 박정권은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1군에 있는 시간보다 퓨처스리그(2군)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잠깐씩 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2군 생활을 하는 것은 퍽 낯선 일이었다. 박정권은 “처음엔 미치겠더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친구들과 밥도 먹고 얘기도 주고받다 보니 나는 참 행복한 선수였구나 느끼게 됐다. 처절하게 훈련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 불평불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정권의 가을이 또 한 번 무르익고 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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