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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중에도 열일”… ‘롤’ 향한 열정 가득했던 박준규 대표 별세

입력 : 2020-01-15 18:05:17 수정 : 2020-01-15 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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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4세… 지병인 간암으로 사망 / 2014년 라이엇 게임즈로 이직 / 전략 분야·배급사업 총괄 거쳐 / 2019년부터 한국 사업 진두지휘 / 점유율 46.3%로 업계 1위 수성 / 측근 “책임감·주인의식 큰 귀감”

[김수길 기자] “솔직히 게임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라이엇 게임즈에 와서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군요. 이젠 제 업무의 전부가 됐죠. 거의 메일 ‘롤’(라이엇 게임즈에서 제작한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줄임말)만 해요.”(웃음)

지난 2019년 여름 기자와 만나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안을 함께 걷던 박준규 라이엇 게임즈 한국법인 대표는 라이엇 게임즈, 그리고 ‘롤’과의 인연을 이렇게 말했다. 옆에 있던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홍보총괄 역시 “대표님이 사실상 회사에서 최고 레벨”이라며 추어올렸다.

박준규 대표는 2014년 라이엇 게임즈에 합류한 이후 ‘롤’ 마니아로 변신했다. 그는 사내에서 최고 수준의 레벨에 도달했다. ‘롤’ 10년 역사를 담은 키아트.

10여분을 지나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도 박 대표는 줄곧 ‘롤’에 대한 갈증을 전했다. “제가 만약 행운이 있어서 개발자가 된다해도 지금처럼 훌륭하게 만들지는 못할 거 같아요. 현재의 ‘롤’은 정말 최고의 게임이라고 자부하고 싶어요.”

실제 박준규 대표는 2014년 라이엇 게임즈로 이직하기 전에 근무했던 KPMG와 CJ E&M에서는 게임 사업에 대해 피상적이었다. “아! 게임이 참 큰 사업이 되겠구나. 그런데 곁에서 보는 것에 불과했죠. 2014년 드디어 기회가 왔어요. 라이엇 게임즈로 갑니다.”

박준규 라이엇 게임즈 한국대표가 만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지병인 간암으로 별세했다. 박 대표가 ‘롤’ 10주년 행사에서 이용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우연과 인연을 반반씩 섞어 라이엇 게임즈에 합류한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한국법인의 전략 분야를 담당하게 됐다. 2015년부터는 배급사업을 총괄했고,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이던 2019년 새해가 밝자마자 라이엇 게임즈의 한국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랬던 그가 한 해를 넘기자마자 돌연 생을 마감했다. 사인(死因)은 간암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수척해진 모습을 보며 주위에서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유난히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은 잠시라도 그에게 나태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라이엇 게임즈는 ‘롤’ 출시 10주년을 맞아 디자인을 새롭게 변경했다.

박 대표는 부임 첫해부터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회사의 동력인 ‘롤’이 서비스 10주년을 맞았고, ‘롤’의 뒤를 이을 후속작들도 여럿 공개됐다. 기자와 동석한 자리에서도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일이 손에서 쉽게 떠나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이라며 말끝을 흐렸을 정도다. 다가올 자신의 내일을 짐작해서일까. 2019년 연말 회사 안팎에서 일어난 각종 이슈에는 더 가열차게 대응했다. e스포츠와 관련한 현안을 놓고서는 직접 풀어보겠다는 의지로 공청회를 오가며 설명과 설득을 거듭했다. 결과는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그의 부재로 인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가 돼버렸다.

‘롤’ 10주년 기념 스킨.

황망(慌忙)하게 떠나게 된 그를 두고 업계에서는 만 44세라는 젊은 나이와 열정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작은 발자취는 오히려 그의 빈자리를 더 추억하게 한다. ‘롤’은 여전히 국내 게임 시장에서 점유율 46.3%(게임트릭스, 1월 14일 기준)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기록하면서 1위를 수성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미국 본사의 각별한 사랑은 변치 않는 진리로 꼽힌다. 특히 한국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오진호 초대 한국법인장(현 라이엇 게임즈 글로벌 퍼블리싱 총괄)을 시작으로 차기 이승현 대표에 이어 박준규 대표까지 바통을 물려받으면서, 알려진 것만으로도 누적 6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롤’ 이용자의 이름으로 문화재청에 기탁했다.

발인이 있던 11일 수많은 업계 인사들과 회사 임직원들은 서울 삼성의료원에서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애도했다. 박 대표를 잘 아는 한 측근은 “정작 별세하기 직전까지도 업무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며 “짧았던 시간이지만 1년 동안 경영자로서 보여준 책임감과 주인의식은 큰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라이엇 게임즈에서 자체 운영하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파크’를 찾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준규 대표(왼쪽)가 주먹팅을 하는 모습.

◆ 故 박준규 라이엇 게임즈 한국법인 대표

미국 다트머스대 영문학 학사

2004년 KPMG

2011년 CJ E&M 글로벌사업팀

2014년 라이엇 게임즈 한국법인 전략팀

2015년 라이엇 게임즈 한국법인 퍼블리싱 총괄

2019년 라이엇 게임즈 한국대표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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