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황현희의 눈] ‘N번방’, 언제까지 분노만 해야하나

입력 : 2020-03-29 17:08:28 수정 : 2020-03-29 16:52:4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한민국은 또다시 심각한 성범죄에 노출이 되었다. 잊힐 만하면 고개를 내미는 소식은 언제까지 나올지 한숨만 가득하다. 이른바 ‘N번방’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음란물을 만들게 했다. 그들의 신상을 이용해 협박하고 피해자들이 직접 영상을 찍게 만들어 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켜보게 했다.

 

일명 박사라고 불리는 자가 검거되었고, 그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었다. 너무나도 평범했다. 그의 사회생활과 학교생활 역시도 너무나도 평범했다. 우리는 어쩌다 이런 끔찍한 괴물을 만나게 되었을까. 그는 분명히 영웅 대접을 받았을 것이고 그 방에 있던 자들은 그에게 환호를 보내줬을 것이다. 익명이라는 벽 뒤에 숨어 개인의 신상을 담보로 잡혀 있었을 어린 약자들에게 감정의 배설을 쏟아내며 쾌락을 누렸을 그들의 행동에 치가 떨린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행동은 온라인상에서도 하면 안 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고 살고 있었던 것인가. 그 방에서 영상물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직접 저지르는 일이 아니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죄의식이 덜하였던 것일까. 텔레그램은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었으며 비트코인은 돈거래의 흐름이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얼굴이 공개된 그 날 그는 많은 기자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했다. 덧붙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지목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반성의 기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심지어 준비한 문장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에는 오히려 사건의 시선을 다른 곳에 쏠리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한 범죄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텔레그램 박사와 26만 참여자들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힘들다고 한다. 현행법상 성 착취 범죄를 처벌할 만한 법이 없고, 그 영상을 촬영한 자가 피해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한다. 현재 법안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형량을 가감할 수 있는 기준도 없다. ‘N번방’ 가담자들은 그냥 음란물을 소유한 사람으로밖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법이 없으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분노만 해야 할까. 도대체 언제까지 그냥 적당한 형량과 적당한 판결을 할 것인가. 이제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명확한 답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N번방’의 처벌이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또 다른 ‘N번방’이 나오라고 부추기는 일밖에 안 될 것이다. 부디 아동성범죄와 관련된 더 강력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개그맨 황현희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