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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심은우 “현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문 두드렸죠” [이슈스타]

입력 : 2020-05-31 13:54:57 수정 : 2020-05-31 17: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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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부부의 세계’가 안방극장을 충격과 공포 속에 몰아넣으며 엔딩을 맞았다. 그리고 매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 속에는 배우 심은우가 있었다. 지선우(김희애)의 든든한 조력자로, 데이트 폭력의 공포 속에서 변화해 나가는 입체적 캐릭터로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심은우에게 ‘부부의 세계’는 데뷔 6년 차에 만난 운명 같은 작품이었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고 시청률 2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어딜 가든 ‘부부의 세계’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를 비롯해 김영민, 박선영, 이학주까지 물 샐 틈 없는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극 중 심은우는 동거 중인 남자친구 박인규(이학주)에서 데이트 폭력을 당하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민현서를 연기했다. 그러던 중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기 위해 지선우(김희애)를 만났고,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서로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여름 오디션을 보고 종영 인터뷰를 하기까지 10개월여가 흘렀다. 스포츠월드와 만난 심은우는 “촬영 들어간 게 엊그제 같다. 시간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진다”며 온몸으로 종영의 아쉬움을 전했다.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뜻깊은 나날이었다. 

 

쉽지만은 않은 역할이었다. 현서가 놓인 상황도 이어진 전개도,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민현서는 지선우와 이태오가 펼친 ‘부부의 세계’ 사이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극을 채워갔다. 심은우는 “현서가 되어 고민했던 시간이 굉장히 보람 있었다”고 돌아봤다. 현장에 있는 내내 행복했고, 배우로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현서와의 작별이 아쉽지만, 새로운 인물을 만나기 위해 현서를 보내고 있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심은우에게 ‘부부의 세계’는 민현서와 만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과정이었다. 닿을 듯 닿지 않은 탓에 ‘이게 과연 현서가 하고 싶은 표현일까’ 의심도 많이 했다. 현서의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이제야 “현서가 응답해준 것 같다”며 밝게 웃을 수 있게 됐다. 투자한 노력만큼 뿌듯함도 배가 됐다. 열심히 문을 두드렸고,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먼저 ‘고구마’라는 단어를 꺼냈다. “현서에게 고구마같이 답답한 상황이 많지 않았냐”고 웃으면서. 답답하다 느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건 ‘현서는 왜 그랬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본에는 설명되지 않는 현서의 과거와 배경을 상상하고 구축하려 노력했다. 가장 먼저 생각한 건 현서의 가장 환경이다. 절대 화목하지 않았을 거라 예상했고, 부모님의 사랑에 결핍을 느꼈으리라 짐작했다.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깊게 뿌리박혀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인규와의 첫 만남도 상상했다. “처음부터 때리진 않았을 거다”라고 웃으며 답한 그는 “처음엔 퇴근할 때 데리러 오고, 사랑과 신뢰를 느낄 만큼 잘 해줬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믿음을 느끼면서 깊게 빠졌을 것 같아요. 상처 입은 사람이 상처 입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인규와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분명 상대의 상처도 봤을 거예요. 사랑받지 못한 인규를 내가 더 사랑해주고 믿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겠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를 사랑해줬던 기억이 떠오르는 거죠. 내가 조금 더 믿어주고 버텨주면 돌아올 거라는 착각 속에서요.”

 

‘부부의 세계’는 끝났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민현서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데이트 폭력이 사회 이슈로 대두할 만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심은우는 “검색도 해보고, 주변의 이야기도 들어보니 데이트 폭력이 생각보다 많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보 수집만으로는 와 닿지 않았지만, 직접 그 상황에 놓여보니 확 다가왔다. 현서의 집에서 구타를 당하고 지선우의 구출을 받는 장면이었다. 폭행 후 현서의 몰골, 맨발로 뛰쳐나가는 상황, 다시 끌려오는 상황들이 심각하게 느껴졌다. 피해자의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시청자도 현서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끔찍한 폭력에 치를 떨었고, 아픔을 느끼고 분노를 느꼈다. 두려움에 떠는 현서의 눈빛이 화면을 뚫고 전해졌다. 여기엔 심은우의 ‘맞는 연기’도 한몫했다. “맞고 살지는 않았는데…”라며 귀여운 미소를 지은 심은우는 “표정이 리얼하다는 말은 들었다”며 자신만의 비결(?)을 전했다. 

 

“진짜 맞는 것처럼 보이려면, 실제로 안전하게 맞아줘야 해요. 합이 안 맞으면 위험하기도 하고 더 어색해 보이기도 하거든요. 요가로 단련돼서 그럴까요? (웃음) 몸 쓰는 건 잘할 수 있었죠. 넘어지더라도 안전하게 넘어졌어요. 무술 감독님께 칭찬도 받았죠. 맞는 저보단 때리는 인규가 더 부담될 거란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몸을 더 내던진 것도 있어요.”

 

당하기만 하던 현서는 지선우를 만나 서서히 변화했다. 자신이 놓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고, 결국 새로운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 선우와 현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서로를 바라봤고, 서로의 선택을 보며 잘못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방아쇠가 됐다. 비록 필요로 만난 사이였지만, 서로를 구하고 구해주는 순간이 반복되면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보기 싫은 모습까지도 보게 되면서, 서로를 가장 걱정하는 관계가 된 것이다. 

 

심은우에게 민현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질문을 던지자 그는 “현서는 자기 생각이 있는 친구였다.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인규라는 끈이 죽음으로 끊어졌기 때문에 현서의 인생은 흰 백지가 됐을 것”이라면서 “지금과는 다른,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심은우는 2015년 독립 영화로 데뷔해 SBS ‘원티드’(2016), ‘수상한 파트너’(2017), KBS2 ‘라디오 로맨스’(2018), tvN ‘아스달 연대기’(2019) 등을 거쳤다.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준비한 끝에 ‘부부의 세계’를 만났다. 

 

그동안 수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탈락의 쓴맛을 더 많이 맛봐야 했다. 민현서는 준비된 심은우에게 주어진 캐릭터였다. 그는 “나도 모르게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동안의 경험이 쌓여서 현서를 해낼 수 있었다고 하는 생각에 더 감사한 나날”이라고 행복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심은우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얘가 그 애야?”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하지만 이름까지는 기억나지 않는 배우. 그러나 ‘왜 나를 못 알아볼까’ 하는 속상함보다 더 다양한 변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크게 다가왔다. ‘부부의 세계’로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알린 그는 이제 민현서와는 또 다른 변신을 꿈꾸고 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앤유앤에이컴퍼니,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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