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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김영민 “평생 들을 욕 다 들었죠…그래도 난 운 좋은 배우” [스타★톡톡]

입력 : 2020-05-31 18:10:00 수정 : 2020-05-31 18: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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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당연히 욕먹어도 싼 인물이었죠. 아마 평생 들을 욕은 다 들은 것 같아요.(웃음)”

 

능청스러웠고 유쾌했다. 이제 마스크를 써도 사람들이 알아본다며 웃음을 터트렸고, “태오(박해준)보단 내가 조금 낫지 않느냐”며 어깨를 으쓱했다. 안방극장을 충격의 도가니로 만든 ‘부부의 세계’의 손제혁, 배우 김영민을 만났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고 시청률 2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어딜 가든 ‘부부의 세계’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를 비롯해 김영민, 박선영, 이학주까지 물 샐 틈 없는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김영민은 극 중 이태오의 동창 손제혁을 연기했다. 전원생활이 그립단 핑계로 고향 고산에 돌아왔지만, 사무실은 서울에 두고 출퇴근하며 수시로 외도를 즐기는 인물. 하다 하다 친구의 아내 지선우(김희애)에게도 유혹의 눈길을 보냈다. 뻔뻔스러움으로 시청자들의 뒷목을 여러 번 잡게 한 장본인이다. 

“촬영 초반엔 해준(이태오 역)이와 둘이 한참을 이야기했어요. (방송이) 공개되면 너랑 나랑 누가 더 욕을 많이 먹을까.(웃음) 당연히 이태오라고 생각했죠. 손제혁은 본능에 충실하고 욕구를 충족하고자 여성을 바라봤지만, 점차 변해가죠. 중간에는 마음을 잡아보려는 모습도 보였잖아요. 일차적인 생각만 하던 제혁이 잘못을 깨닫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으니 (더 나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변호할 수는 없는 인물이죠.(웃음)”

 

마지막화에서 손제혁은 새로운 여성과 장을 보던 중 티라미수를 보며 예림(박선영)을 떠올렸다. 대본상 그 여성의 이름은 ‘새 여자’였다. 김영민은 “‘아, 또 새 여자구나’ 싶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티라미수를 보면서 또 전 여자를 생각하지 않나”라고 머쓱한 웃음을 띤 그는 “그런 남자들의 모습을 짧게나마 보여줘서 좋았다”라고 했다.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제혁과 예림은 헤어졌지만, 예림은 혼자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하죠. 여성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혁을 통해서 그런 부류의 남성상을 보여주는 것 같고요. 원작이 여성 캐릭터에 집중됐다면, ‘부부의 세계’는 부부의 관계를 더 많이 보여줬어요. 우리 사회에 있는 여성 문제를 더 많이 다뤘죠.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현실적인 일이라 생각해요.” 

 

“손제혁 같은 인물도 주변에 꼭 있을 것만 같았어요. 야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바람도 자주 피울 것 같은, 덜 떨어지고 찌질한 인물 말이에요. 자기 욕구 채우기 급급한 인물에 대한 느낌이 생겼어요. 제 안에 그런 모습(?)들을 끌어내려 노력했죠. (웃음) 싱크로율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웃음) 그래도 삶의 동반자에 대한 배려가 섬세하지 못하다는 점은 (비슷해요) 말과 행동을 통해 상처를 주기도 하죠. 저도 다른 남편들과 비슷해요.”

 

손제혁은 예림을 통해 희망을 볼 수 있는 인물이 됐고, 마지막 장면은 그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영민은 “예림이는 놓쳤지만, 인생은 찾았을 것 같다”라며 손제혁이 또 한 번 가정을 이뤘으리라 점쳤다. 이태오는 다시는 가정을 못 꾸릴 것 같은 느낌이라고 강조하면서. 

 

반면 시청자의 속을 단단히 긁은 대사가 있었다. “네가 남자를 몰라서 그래. 옆에 여자가 있어도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오고, 다른 여자가 있어도 그 전 여자가 생각나고. 그래 남자는”.

 

극 중 손제혁이 아내 예림에게 내뱉은 대사다. 김영민은 일부러 그런(?) 콘셉트를 잡았다고 이야기했다. “보통 남자는 다 그래∼”라고 거들먹거릴 수 있는 인물이 손제혁이었다. 남자들끼리 모여 ‘첫사랑은 절대 못 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지금 잘하면 되지만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못남 남자들의 이야기처럼. 가능하면 안 좋은 모습으로, 못난 모습이 부각될 수 있도록 뭇 남성들의 모습을 손제혁에게 입히고자 노력했다.

파격적인 연기, 파격적인 전개, 파격적인 연출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김영민이 꼽은 ‘충격신’ 첫 번째는 이혼 후 다시 잠자리를 가진 지선우와 이태오의 장면이었다. 충격의 이유는 ‘현실적’이었기 때문. “대화도 싫을 것 같지 않나,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충격적이었다”고 말하면서도 다분히 현실적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끊어지지 않는 부부의 끈 같은 게 있다. 육체적인 것으로 표현됐지만, 그만큼 인간이 나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댔다. 

 

그리고 “사랑하지만, 용서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이혼을 택한 예림과 제혁의 이별신. 그간 쌓아온 호흡을 폭발시킨 신이었다. 몰입도도 높았고, 이 부부의 역사가 보여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갖자는 예림의 말에 “심심하면 개를 키워”라고 무안을 주는 제혁의 대사도 인상 깊었다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까’ 싶었지만, 사실은 마음에 든 대사였다. 손제혁이라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적나라한 대사였기 때문이다. 

 

올 초 tvN ‘사랑의 불시착’에 ‘부부의 세계’까지 연이어 흥행작에 출연했다. 두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을 합하면 50%를 넘어선다. 숫자가 잘 와 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고’라는 생각에 입이 찢어질 듯 좋았다고. 그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너무 들뜨지 않도록) 채찍질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사랑의 불시착이’ 행운 같은 작품이었다면, ‘부부의 세계’는 운명적인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연달아 대박이 난 시청률도 그렇지만, 훌륭한 스태프와 배우진 사이에서 연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 정말 운 좋은 시간이었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운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배우로서 긴 행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르락내리락하는 순간의 연속일 테니까요. 그래서 살짝 겁도 났죠. 언제나처럼 하나하나 겸손하게 잘 해나가는 게 중요할 거라 생각해요. 자신을 다독이고 있어요.”

 

물론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생겼다. 모든 조건이 완벽한 작품을 만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는 “‘부부의 세계’도 조용히 시작했지만 좋은 결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면서 “지금처럼 충실히 걸어간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의 기운을 내뿜었다. 

 

그는 ‘우연’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시청자에게 김영민은 이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내달 4일 개봉 예정인 영화 ‘프랑스 여자’로 이번엔 극장 관객을 만나는 그는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인 JTBC ‘사생활’의 출연도 확정 지었다. 작품이 연달아 공개되고, 쉬지 않고 작품을 만나는 것도 다 운이 따라서라고 이야기한다. “어깨에 힘 안 주고 살려고 한다”는 말로 겸손을 부리다가도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테니 많이 응원해 달라”고 활짝 웃는 배우 김영민. 2020년 하반기, 또 한 번의 흥행을 기대하게 한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매니지먼트 플레이,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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