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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日에 불어오는 ‘제 4차 한류 붐’

입력 : 2020-07-05 14:00:32 수정 : 2020-07-05 18: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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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전국지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이 ‘제4차 한류 붐’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자 토요엔터테인먼트 섹션 ‘주간 엔타메’를 통해서다. 돌이켜보면 지난 2017년 11월 ‘제3차 한류’를 처음 주장하고 나선 것도 요미우리신문이었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막 일본진출에 성공하고,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세를 불리던 시점이다. 그로부터 불과 2년 반 지난 지금, 그새 또 ‘4차’로 넘어갔단다. 이쯤 되면 ‘n차 한류’ 선언 전문매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막상 기사를 읽어보면 의외로 근거 자체는 설득력 있다. 짧은 기간 내 3차에서 4차로 넘어간 건 한류 ‘소비층’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란 것.

 

 기사는 먼저 KBS2 ‘겨울연가’가 일본 NHK에서 방영돼 신드롬을 일으킨 2004년경을 1차 한류로 규정한다. 드라마 중심 붐이었고, 그 절대적 소비층은 중장년 여성층이었다. 그러다 2010~12년 사이 소녀시대, 카라, 빅뱅 등 K팝이 일본 메인스트림 시장에 상륙한 시점을 2차 한류로 꼽는다. 여기서부턴 그 소비층이 20대 젊은 여성층까지 확대된다.  그리고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등이 1020 여성층을 꽉 잡기 시작한 2017년 무렵이 3차 한류다. 이때부턴 패션, 뷰티, 먹거리 등 여성라이프스타일 전역으로 한류가 퍼지게 된다.

 

그럼 4차 한류는?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그 소비층이 드디어 그간 완강하게 한류를 거부(?)해온 중장년 남성층에까지 전달된 상황을 가리킨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스’ 등 드라마 중심으로 이게 이뤄졌단 얘기다. 최근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시장,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 등 중장년남성 유명 인사들이 위 한국드라마들을 언급한 상황 등도 거론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론, 먼저 아카데미 작품상 위력으로 일본서 47억 엔 이상을 벌어들이며 2020년 통산 흥행 1위를 유지 중인 ‘기생충’ 대히트 영향,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드라마를 접하기가 훨씬 간편해진 환경,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중장년 남성층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소비가 왕성해지고 있단 점 등을 꼽았다.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원인들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넷플릭스 등장과 그 역할이라 봐야 한다. 일본서도 넷플릭스 등 각종 OTT는 ‘대세’로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올해 초 추정치로 일본 넷플릭스 유료가입자 수는 430만 정도까지 치솟았다. 단순수치론 한국을 앞섰다. 나아가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그보다 대폭 증가했을 가능성도 높다. 아무리 이런저런 변화가 느린 일본이라지만, 기존 편성형 방송보단 각자 유리한 시간대에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창고 쪽이 대세란 점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요미우리신문 측에서 규정하는 ‘3차 한류’와 ‘4차 한류’는 서로 연결된다. 둘 다 그 소비층 확대 근본원인이 같기 때문이다. 모두 ‘넷 기반 뉴미디어 플랫폼’ 등장을 통해 기존 콘텐츠 유통 장벽이 무너지면서 벌어진 현상들이다.

 ‘3차 한류’ 중심이었다는 K팝 한류만 해도 그렇다. 2012년 전후로 이명박 대통령 텐노 발언 및 한국드라마로 낮 시간대를 ‘때우던’ 일본방송사들 앞에서 혐한시위가 빗발치는 상황이 이어지자, 각 방송사들에서 한국콘텐츠 방영을 의도적으로 줄여 끝난 게 ‘2차 한류’다. ‘3차 한류’는 그런 올드미디어 블로킹에도 불구하고 1020 젊은 세대들이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 K팝 인기를 계승하며 그 기반이 쌓인 흐름이다. 그러다 트와이스와 방탄소년단 중심으로 그 인기와 영향력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마침내 지상파방송 등 올드미디어 측에서도 마지못해 K팝을 반영, ‘3차 한류’가 완성됐다.

 

 결국 ‘4차 한류’와 같은 맥락이다. 기존 올드미디어 특유의 유통 장벽, 즉 기존 유통권력들이 ‘허락’해줘야 비로소 그 나라 소비자들에 전달될 수 있었던 한계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무력화돼버린 흐름 말이다. 올드미디어에 나와야 스타가 될 수 있는 시절을 지나, 장벽 없이 자유로운 뉴미디어를 통해 이미 스타가 됐으니 올드미디어에서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되는 분위기가 그렇게 완성됐다.

 

 이 같은 뉴미디어 유통 장벽 붕괴는 이제 철통같던 일본만화시장 진출까지 가능케 하고 있다. 카카오재팬 웹툰서비스 픽코마 성과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픽코마 거래액은 전년 동월대비 242% 증가하고, 2분기 거래액은 전년대비 213%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픽코마 콘텐츠 인기상위 1~10위 중 9개가 한국작가 작품이었다. 이 역시 ‘신암행어사’ 등 일본 플랫폼=유통권력 ‘허락’을 받고 진출해야 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전반적으로 한류 확산은 뉴미디어 확산과 정확히 같은 궤를 그린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한국문화콘텐츠에 대한 낯설음과 불신으로 생긴 해외시장 유통 장벽이 뉴미디어 등장을 통해 깨지며 콘텐츠 그 자체로서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된 흐름이라 볼 만하다. 그런 점에서 요미우리신문 전매특허와도 같은 ‘n차 한류’ 개념은, 상황을 소비층 확대 측면에서 바라보려 한 의도 자체는 평가할 만하지만, 실제적으로 한류 확산의 ‘본질’은 건너뛴 해석이라 볼 수도 있다.

 

 특히나 일본 내 한류 확산과정은 이 같은 ‘본질’을 단계별로 정확히 보여주는 모델에 가깝다. 올드미디어 ‘허락’을 받아 진출하기 위해선 보아, 동방신기 등처럼 철저히 현지화 모델을 택해야만 했던 2000년대 초중반 분위기에서, ‘2차 한류’는 그보다 ‘뉴미디어 문이 조금 더 열린’ 상황 덕을 보며 시작됐다. 그 중심 격 소녀시대, 카라 등은 일본에 처음 상륙했을 때 이미 뉴미디어를 통해 다져진 일부 열혈팬층 기반으로 올드미디어에 무혈입성 할 수 있었다. 그런 흐름이 더욱 강화된 게 3차고, 결국 ‘최후의 문화소비자’ 중장년 남성층까지 도달한 게 4차다. 사실상 뉴미디어 득세 연대기와도 같다.

 

 물론 모든 종류 한류성과 핵심은 결국 한국문화콘텐츠 자체의 ‘힘’이라고 보는 게 정석적 해석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혁명’이란 개념도 궁극적으론 ‘안 될 일’을 되게 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될 일’의 진행속도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하는 차원이란 점도 인지해둘 필요가 있다. 한류 혁명 본질은 결국 뉴미디어 혁명이었단 얘기다. 요미우리신문처럼 단순히 그 소비층 확대만 바라보고 있으면 한류현상 자체의 ‘맥’이 안 잡힌다. 나아가 미래한류가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도 가늠해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뒤늦게 5차, 6차, 7차로 숫자만 계속 새로 다는 ‘사후 규정’만 늘어갈 뿐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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