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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6번 타자’ 박병호 ”요즘엔 제가 놀림대상이에요“

입력 : 2020-08-10 05:00:00 수정 : 2020-08-10 09: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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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요즘엔 제가 후배들한테 놀림대상이 되기도 해요. 그래도 참 고맙죠.”

 

 국가대표 4번타자 박병호(34·키움)는 최근 석 달 동안 동료 앞에서 어깨를 펼 수 없었다. 팀은 외국인 타자 없이 고공행진.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내야수 에디슨 러셀이라는 촉매제까지 얻었다. 반대로 박병호의 7월까지 타율은 2할 초반대. 타순은 4번이 아닌 6번. 개인 성적과 자리 모두 박병호라는 이름 석 자와 괴리감이 컸다. “괜찮다. 내려놓았다”고 말하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도 박병호에게는 선택지가 몇 없었다. 실력으로 한풀이를 하느냐, 참고 웃느냐 둘 중 하나였다. 반등은 경기에서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 그래서 박병호는 더그아웃에서 웃었다. 부진한 동안 라커룸이나 더그아웃에서 방망이를 잡고 고뇌하는 모습도 숨겼다. 혹시나 한참 어린 후배들이 볼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고참으로서 잘 나가는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았다.

 

 박병호는 “지금 타격에서 안 맞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렇다고 나 스스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동료 앞에서 표출하는 게 정말 팀이나 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냥 잘하는 동생들을 응원해주는 게 지금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성적은 체력에 문제없는 선에서 연습으로 감을 찾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마음이 동생들에게도 통한 것일까. 고개를 숙일 때쯤이면 항상 김하성, 이정후 등 후배들이 거침없이 다가갔다. 박병호가 아무리 부진해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가가 장난을 걸었다. 기술적인 조언이나 위로가 되는 한 마디가 없어도 무엇보다 큰 힘으로 작용했다.

 

 박병호는 “부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린 후배들이 가까이 와주는 게 정말 고맙다. 지금 어떻게 보면 내가 후배들에게 놀림대상이 되기는 한다”면서 “하성이나 정후뿐 아니라 우리 팀 후배들이 정말 야구를 잘한다. 정말 그 안에서 역할을 찾아서 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많이 쌓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내려놓은 듯하면서도 속으로 내심 부러웠던 것 한 가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태동한 바주카포 세리머니다. 김하성, 이정후, 에디슨 러셀 등 중심 타자뿐 아니라 김혜성, 전병우 등 모든 야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장난감 대포를 쏠 때마다 박병호는 웃고 박수 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처음으로 바주카포를 잡은 지난 6일 KT전에서는 작동 방법을 몰라 후배들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박병호는 “사실 애들이 바주카포를 쏘는 게 정말 부럽기도 했다. 어떻게 쏘는지 몰라서 후배들에게 엄청 물어본 뒤에야 쏠 수 있었다”면서 “그냥 마냥 그렇게 즐겁게 지내려고 하고 있다. 정말 좋은 팀 분위기에 어떻게든 동참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그토록 바랐던 바주카포 손맛을 접한 만큼 반등을 향한 욕구도 크다. 손혁 감독의 타순 조정에 담긴 배려, 먼저 우당탕 다가오는 후배들, 그리고 4번타자로서의 자존심까지 다  갚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박병호는 “자포자기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다”며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은 없지만 스스로 야구를 잘하고 싶다. 예전 타격처럼 타석에 들어갈 때 자신감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강조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스포츠월드DB, 키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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