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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 김영재 “배우로 20년, 버텨온 나를 칭찬하고 싶어요” (인터뷰②)

입력 : 2020-10-19 20:56:15 수정 : 2020-10-19 2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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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시청자의 상상을 깨고 ‘착한 선배’로 남았다. ‘비밀의 숲2’의 김영재는 시청자에게 긴장을 선사했고, 작품에 여유를 불어넣었다. ‘비숲러(‘비밀의 숲’ 열혈 시청자)’에게 ‘김사현’이라는 극 중 이름을 단단히 각인시킨 배우 김영재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2’는 검경수사권 조정 최전선의 대척점에서 다시 만난 고독한 검사 황시목과 행동파 형사 한여진이 은폐된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쳤다. 극 중 김영재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파견된 검사 김사현을 연기했다. 황시목(조승우)와는 정반대의 인물. 사회생활을 한다면 김사현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람직한 직장인의 모습이었다.(인터뷰 ①에 이어)

 

사실상 배우 생활은 조직을 향한 충성심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면에서 의외의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는 김영재는 “(평소엔)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다 보니 주변의 말을 듣는 게 편할 때가 있더라. 촬영할 때 디렉션을 주시면 편할 때처럼(웃음) 모를 때 알려주는 선장님(감독님)이 계시면 의지할 수가 있다”면서 “위에서 까라면 까는 게 어떻게 보면 단순한 거다. 검경협의회도 무기만 안 들었지 거의 전쟁터 같은 느낌이다. 폭력 없는 전쟁터, 거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묘한 긴장감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극 초반 김사현을 설명하는 단어는 ‘꼰대’였다. 여느 직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선배, 언제고 ‘라떼는 말이야∼’라고 훈수 두기 시작할 것 같은 직장인 밀이다. 그러나 김영재는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나서야 그 대사가 ‘꼰대’ 같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자연스러웠다. 스태프도 그랬다.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세게 와 닿았다”라고 놀란 김영재는 “아직 의미도 못 깨달았는데, 나는 이미 꼰대가 되어 있었다”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사현은 꼰대 기질도 있고 쪼잔하기도 하고 잘 삐지기도 하고 ‘라떼’가 맞아요. 그래도 예쁘게 선을 지켜나가는 어른이지 않을까요.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나요?) 50%는 넘는 것 같아요.(웃음) 20대 때는 온갖 세상 고민을 다 가진 것처럼 무게 잡고 살았는데, 40살이 넘어가면서 더 해맑아졌어요. 그래서 지금의 사현이 나온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못했을 거예요.”

 

이어 김사현을 의심한 황시목이 방을 뒤지던 신을 언급했다. 후배의 의심에도 문을 잠그고 퇴근하는 쿨(?)한 퇴장에도 김사현스러움이 묻어나왔다. 그러자 김영재는 “봐라, 김사현은 착한 사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너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우 부장을 의심해야지 왜 나를 의심해!’ 정도의 심정이었을 거예요. 더 화낼 것 같았는데 뒤끝이 없었죠.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생각을 했어요. 문을 열면서 이미 표정으로 다 보여줘서 화는 못 내겠더라고요. 대본에도 그렇게 나와 있었고요. 실제로 화를 잘 못 내는 성격이에요. ‘서동재는 죽을 뻔했다’라는 대사도 밖에 들리니까 눌러서 내뱉죠. 그러다 한마디 외칠 때는 지르는 통쾌함이 생기더라고요.(웃음)”

 

‘비밀의 숲’ 두 시즌은 수많은 ‘비숲러(‘비밀의 숲’ 열혈 시청자)’를 양산했다. ‘비밀의 숲’의 인기 비결을 묻자 김영재는 “일단 시즌1의 힘이 큰 것 같다. 웰메이드 추리극에 황시목이라는 유일무이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지 않나. 황시목과 한여진의 조합도 그렇다”면서 “사회에 대한 판타지까지 섞여서 더 열광하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니 시즌2에 세계관이 확장됐고, ‘비밀의 숲’ 현실판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라고 답했다. 

 

당연히 시즌3을 향한 기대감도 솟구치고 있다. 배우들도 ‘비숲러’ 만큼 바람을 가지고 있다. “소중한 캐릭터를 한 번으로 보내긴 아쉽지 않나”라고 입을 연 김영재는 “만일 다음 시즌이 있다면 지금처럼 끌려다니진 않을 거다. 조금 더 만류하고,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비슷한 결이지만 강원철 선배하는 다른 느낌으로 황시목의 조력자가 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한여진(배두나)의 성장을 향한 소망도 덧붙였다. 그는 “장건(최재웅) 형사의 전화를 받고 울었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 시즌 3가 나온다면 가장 궁금한 건 여진이가 어떻게 살아나갈지다. 여진이 사이다처럼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조 그룹을 무너뜨리진 못해도 쨉은 날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처음엔 멋모르고 시작한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20년 경력을 채웠다. 결혼하고는 더 진지하고 필사적으로 연기에 몰두했다. 그리고 ‘비밀의 숲2’를 만났다. 김영재에겐 2020년도 이번 작품도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사며든다(사현에게 스며든다)’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김사현의 은근한 매력이 시청자를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비밀의 숲2’를 통해서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됐어요. 처음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땐 SNS도 없었고, 그저 묵묵히 제 일을 해왔을 뿐이었죠. 뜻깊음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 좋았는데 이런 사랑과 관심을 주시니 더 뭉클하고 행복해요. 어떤 사람들은 한 직장에 10년 있으면 빛을 볼 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20년이 됐고, 이렇게 버텨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버티다 보니 김사현을 만날 수 있었어요. 나름대로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JTBC ‘바람이 분다’에서는 변호사를, 올해 SBS ‘하이에나’에서는 판사를, ‘비밀의 숲2’에선 검사를 연기했다. 이쯤 되면 ‘법조인 전문배우’라고 부를 법도 하다. “이렇게 생겨서 그런가 보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보인 김영재는 “그래도 고민은 된다. 계속 법조인을 맡다 보니 조금 확장해서 오피스물도 해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내놨다. 김사현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면 인물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장건처럼 형사 캐릭터도 탐이 난다며 “‘비밀의 숲2’을 계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왓쳐’의 한석규 선배님 같은, 혹은 수트 입은 형사도 좋다”라고 말했다.

 

김영재는 ‘비밀의 숲2’를 통해 ‘김사현’이라는 극 중의 이름을 얻었다. 앞으로도 ‘김영재’라는 이름 말고 인상 깊은 캐릭터로 사랑받고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영재는 앞으로 맡게 될 작품, 그 작품 속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 배우의 길을 완성되길 바라고 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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