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웨인라이트와 몰리나…‘신인’ 김광현을 일으켜 세운 ‘큰 형님들’

입력 : 2020-10-23 13:00:00 수정 : 2020-10-23 22:46:2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여의도 전영민 기자] 최고 투수였던 KBO리그와 달리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는 그저 아시아에서 온 신인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악재가 줄을 이었다. 어쩔줄 몰라하던 김광현(32)에게 손을 내민 건 파트너 야디에르 몰리나(38)와 애덤 웨인라이트(39·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김광현은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시즌의 소회를 전했다. 이달 초 귀국해 2주일 동안 의무격리를 마친 직후다. 김광현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시즌 개막이 미뤄지고 개막 이후에도 진행과 중단이 이어지면서 호텔에서만 있는 게 가장 힘들었다. 완벽한 몸 상태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올해 평소와 다른 출발을 경험했다.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정부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구단도 방역과 예방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개막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정은 붕 떴다. 한국 귀국 후 다시 미국 출국을 고민하던 김광현은 혹여나 하는 생각에 잔류하기로 결심했다. 김광현은 “당시 한국이 더 안전했고 지금도 미국보다 한국이 확진자 비율도 적다”면서도 “그런데 혹시나 미국에서 입국을 금지하면 어쩌나 생각했나.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인데 그 기회조차 받지 못할 게 조금 걱정이 됐고, 다시 시차를 적응해야 한다는 걱정도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벼운 캐치볼조차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는 공간이 없던 것. 야구장은 물론 실내 연습장 심지어 웨이트 트레이닝실도 사용할 수 없었다. 호텔방에서만 묵던 김광현에게는 최악의 조건. 그때 웨인라이트가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김광현과 50m 캐치볼을 소화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폐쇄된 공원에 몰래 들어가 80m 롱토스를 소화하기도 했다. 마침 공원 보안관도 웨인라이트의 팬이었기에 출입을 용인했다고.

 

 김광현은 “이거는 뭐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라며 뜸을 들인 김광현은 “아무도 없는 공원에 웨인라이트와 조용히 몰래 들어가서 둘이서 캐치볼을 했다. 보안관 분이 몰래 들어가게 해줘서 할 수 있었다. 포수가 없어서 피칭까지 할 수는 없었지만 그 경험 덕분에 준비를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큰 형님 웨인라이트가 훈련을 이끌었다면 둘째 형님 몰리나는 김광현의 정규시즌을 동행했다. 긴장한 표정도 감추지 못하던, 모자마저 잘못 쓰고 나온 김광현에게 여유와 편안함을 제공한 은인이다. 김광현은 “몰리나는 내가 공을 잘 던질 수 있게 해준 첫 번째 은인이다. 마운드에서 타자가 못 치는 공이 아니라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을 던지게 하는 포수다”라며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사인으로 내는 게 나에 대해 공부 연구 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이다. 내년 후년에도 같은 팀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