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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축구계 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양송희 프로가 전하는 말

입력 : 2021-08-13 08:29:00 수정 : 2021-08-15 00: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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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일은 크게 생각 안 했어요,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프로축구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홋스퍼,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리고 작가까지. 양송희 프로(32)가 밟아온 길이다.

 

 양 프로는 지난 12일 스포츠월드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제가 하는 말이 정답은 아니지만 축구계 취업을 꿈꾸는 분들께 일단 제 삶의 모토인 ‘저질러야 시작되니까’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 필요한 스펙은 뭐가 있나요

 바야흐로 뉴노멀 시대다. 안 그래도 얼어붙었던 취업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보다 힘들어졌다. 애초 많이 뽑지도 않았던 스포츠계는 더 바늘구멍이 됐다. 그래서 이색적인 행보를 밟은 양 프로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양 프로는 “비책을 알려드리면 좋겠지만 프로팀이나 연맹에서 일하는 데 정답은 없습니다. 대신 ‘차별화된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며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축구를 이만큼 잘 알고 있다’는 걸 피력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지원자가 다 마찬가지니까요. 남들이 안 한, 남들에게 없는 걸 보다 강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2013년 5월 인천 구단에 입사했는데 그 전에 여자축구대회에 직접 선수로 뛴 경험이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으로 참가했었습니다. 미드필더로 뛰어 송라드(양송희+제라드)였습니다(웃음). 선수로 지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필드의 땀을 아는 직원이 되겠다고 자기소개서, 면접 때 강조했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에겐 없는 그 경쟁력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고 설명했다.

 

 또 “제2외국어가 있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단에서도 영어를 종종 쓸 일이 있고 연맹에서는 생각보다 영어로 업무를 할 일이 많습니다. 잘하면 잘할수록 좋다고 봅니다”고 덧붙였다.

 

 

 ◆ 토트넘을 거쳐 연맹으로

 양 프로는 2018년 여름 잘 다니고 있던 인천을 그만뒀다. 특별한 문제나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너리즘에 빠졌다. 한곳에 오래 있으면서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 프로는 “원래 대학 때 스포츠 관련 전공을 하면서 ‘해외 구단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어느덧 6년 차가 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고 지금이 떠날 기회라는 마음이 들어 영국으로 떠났습니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좇아 사직서를 제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양 프로는 소위 ‘금수저’도 아니다.

 

 양 프로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미친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영국에 가서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을 때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뒷일은 생각 안 하고 떠났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았을 뿐 특정 구단에 일자리를 얻고 영국행 비행기를 탄 것도 아니었다. 양 프로는 “그냥 일단 떠났습니다. 저질러야 시작된다는 삶의 모토를 믿었습니다. 영국에 가서 런던 연고 프로팀에 다 지원해봤습니다. 한국과 달리 영국 프로팀들은 공식 홈페이지에 리크루팅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그중 토트넘이 연락에서 연락이 왔고 리테일 스토어에서 1년간 일하게 됐습니다”고 설명했다.

 

 EPL이라는 큰 무대에서 팀은 어떻게 돌아가고 굿즈는 어떤 식으로 판매가 되고 소비자들의 니즈는 어떤지 등등 축구 산업에 대한 것들을 현장에서 체득하며 공부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다. 때마침 연맹에서 홍보팀 경력직 직원을 뽑았다. 인천에서 홍보팀으로 활동한 경력에 토트넘서 일한 것을 더해 연맹에 지원했다. 그렇게 양 프로는 연맹 직원이 됐다.

 

 

 ◆ ‘저지르기’는 계속된다

 양 프로는 인천, 토트넘 그리고 연맹에서 일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요즘 대세가 된 ‘부캐’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양 작가’라는 부캐가 생겼다.

 

 양 프로는 “대학교 과제로 ‘인생의 목표’를 써낸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스포츠 마케터가 되면 나의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애초 인천 시절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지만 이야깃거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며 “그런데 토트넘, 연맹을 거치면서 말할 것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토트넘에서 있으면서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쓰는 습관을 들였고 토트넘에서의 1년치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연맹 업무 관련일을 글로 썼습니다. 그런 것들을 담아 ‘저질러야 시작되니까’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양 프로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막힘이 없다. 소소한 굴곡은 있었지만 눈에 띄는 실패와는 거리가 있다. 내디딘 발걸음이 전부 스토리가 되고 신의 한수였다. 소위 잘 풀린 케이스.

 

 이에 양 프로는 “운이 없었다고는 말을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를 못 잡았을 겁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무책임한 말은 감히 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만 저지르지 않으면 시작도 없다고 재차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업준비생분들이 축구계에 종사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으나 제가 처음 축구계 입사할 때만 해도 여자 직원이 있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질 때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저질렀고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인천, 토트넘을 거쳐 연맹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라며 “축구계에 지원하시는 분들의 스펙은 점점 상향 평준화가 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신만의 강점, 이야기가 있어야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 강점,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대신 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과 약간의 확신이 든다면 과감하게 도전해야 차별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계속 저지를 계획입니다. 함께 축구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며 말을 마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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