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소리가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세상을 떠난 스태프를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에 자리한 문소리는 특별한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무대에 서봤지만 오늘은 이 무대는 특히나 더 힘든 자리인 것 같다. 2021년에 ‘미치지 않고서야’라는 드라마가 하나 있었다.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6개월 넘게 촬영을 했었다. 배우를 시작한 지 20여 년이 됐지만 한 지역에서 매일 6개월 이상 촬영을 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처음이었다. 제가 그때 6개월 동안 창원에서 살았다. 방 3개짜리 아파트를 구해서 3명의 스태프와 함께 지내면서 촬영을 했다. 그 당시 저와 함께 6개월 이상 한 아파트에서 살았던 스태프 중에 가장 어린 막내. 21살이었다. 스타일리스트 보조 역할을 했던 친구가 있다. 이름은 ‘안지호’”라고 울먹이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문소리는 “6개월 동안 한집에서 먹고 자고. 유튜브 보면서 같이 운동도 하고 새벽에 눈 비비고 나가서 촬영 나갔다가 끝나면 같이 떡볶이도 먹고 그런 시간을 보냈다. 제가 본 지호는 무척 똑똑하고 밝고 예의도 바른 친구였다. 오죽하면 제가 그런 말을 여러 번 했다. ‘지호야 너희 부모님은 정말 좋으시겠다. 너를 이렇게 멋지게 훌륭하게, 멋진 딸을 키워내서 얼마나 뿌듯하시겠니‘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라며 추억을 되새겼다.
그러면서 “촬영이 끝나고 지호는 복학을 했고, 의상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종종 저에게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그 다음 해 2022년 10월 29일. 졸업작품 준비를 거의 다 마치고 이태원에 갔다가 숨을 못 쉬고 결국”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문소리는 이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지호에게 편지를 써보려고 했다. 근데 쉽지 않더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기도 하고. 그래서 몇 날 며칠을 편지를 썼다가 지웠다가. 그러다가 예전에 본 영화이긴 한데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그 영화 마지막에 ‘아녜스의 노래’라는 주인공 미자가 쓴 시가 나온다. 그 시를 보고 들으면서 ‘아 이 시가 지호가 나한테 보내는 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소리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한 이 자리에서 제가 지호에게 보내는 편지 대신 지호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그날 이태원에서 생을 마감한 모든 이들이 이 자리에 모인 우리에게 보낸 편지와도 같은 아녜스의 시를 읽어드리고 싶다”며 시를 낭독, 많은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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