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리뷰]‘내 사랑 내 곁에’, 눈물샘 자극 못한 메말랐던 ‘슬픈영화’

입력 : 2009-09-18 09:15:21 수정 : 2009-09-18 09:15:2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신파 경계한 지나친 절제 감정선 흔들어
김명민등 배우들의 열연, 형식에 빛 바래
영화속 곳곳 대중가요의 등장 흥미 유발
미리 손수건을 준비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손수건을 사용할일이 없을 수도 있다.

마음껏 울어도 좋다! 각오했었다. 그런데 눈물샘이 말라버렸는지,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감정이 말라버린 걸까. 그것이 아니라면 영화 자체의 문제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관객을 실망시킬 수 있다. 너무 일찍부터 그리고 과도하게 슬픈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예전 ‘그놈 목소리’때도 그랬지만, 제작사 영화사집은 마케팅이 영화를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

홍보는 적중해 슬픈 영화라는 입소문이 무척 많이 퍼진 상태다. 그런데 이 영화, 의외로 건조하다. 박진표 감독은 영화가 신파로 흐르는 것을 경계 했을 수도 있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영화의 감정 선을 흔들어버린다. 전작 ‘너는 내 운명’에 보여줬던 풍성한 이야기들이 ‘내 사랑 내 곁에’에는 없다.

결말을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영화가 가진 한계는 간단하게 드러난다.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 종우(김명민)와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 남녀주인공의 설정만으로도 웬만한 영화팬이라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도 미리 예상해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영화는 예상됐던 그대로다. 자칫 잘못하면 TV 병상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수 있었다. 역시 이런 우려도 현실이 됐다.

그래도 영화는 ‘극장판’의 요건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자극적인 장면들이 있다. 하지원은 몇 번이고 속옷차림으로 등장한다. 김명민은 전라까지 드러낸다. 눈이 밝은 관객이라면 은밀한 부분까지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의미인가.

죽어가는 남자를 돌보는 여자의 힘겨운 상황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지 않다. 여기서 가치를 찾으려면 행동에 분명한 의미를 부여해 줬어야만 했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 않나. 이미 죽음을 알고 있는 남자가 국화꽃으로 여자에게 청혼한다는 것도 몰상식한 행동이다. 두 번이나 이혼을 경험한 여자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도 아이러니컬하다. 여기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면 영화는 기본 설정부터 흔들린다. 이후 안쓰럽게 펼쳐지는 여자의 희생이 진심으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지나치게 발랄하다. 실제 연인다운 일상적인 대화들을 포착한 것은 좋았지만, 이후 비장해지는 영화의 전개에 발판이 되지 못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형식에 갇혀버렸다. 김명민은 훌륭한 연기를 했지만 20kg이상 체중을 감량했다는 ‘팩트’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단순히 살을 뺀 것을 이슈로 만들 것이었으면 앞선 권상우의 캐스팅이 더 어울렸을 법도 싶다. 더 안타까운 것은 조연으로 등장한 임성민이다. 삭발까지 했는데 실제 영화에서 민머리는 단 한 컷 등장한다.

영화 속 대중가요의 활용은 흥미롭다. 김돈규, 에스더가 불렀던 ‘다시 태어나도’, 김종국의 ‘한 남자’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등이 김명민, 하지원 그리고 손가인의 입으로 소박하게 다시 불려진다. 그리고 역시 엔딩은 김명민이 부르는 ‘내 사랑 내 곁에’다. 이 목소리는 참 애절하다. 24일 개봉.

스포츠월드 김용호기자 cassel@sport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