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완벽 몰입… 눈물샘 자극
싱글들 보면 결혼 생각 간절
인생을 대화로 푸는 여자 원해
“15년 연기하면서 언제나 내 안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끄집어내기만 했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텅 비어있는 느낌이긴 해요. 전 연기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거든요. 배우로서는 한창 나이다보니 좋은 시기인데 새로운 작품 만나서 연기할 때는 늘 힘들죠. 그래서 한편으로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취미요? 있던 것도 없어진 지 오래인 걸요. 내년에는 잠시 휴식기를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뭘 해야 할지.”
‘오직 그대만’은 전직 복서 출신 철민과 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시력마저 잃어가는 정화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소지섭이 철민을, 한효주가 정화를 연기했다. 지난 6일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이날 새롭게 영화제 전용 공간으로 건립된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됐다. 배우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데다 영화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것의 의미를 처음엔 잘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바라보는 순간, 정말 대단한 자리구나 느껴지면서 객석에 대선배님들의 모습까지 보이자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배우로서는 평생 한 번 올까말까 한 일이라는 걸 절감했어요.”
이번 ‘오직 그대만’은 송일곤 감독의 장편상업영화다. 송 감독은 독특하면서도 작품성 높은 예술 영화로 유명하다. 소지섭도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함께 작업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효주 역시 TV에서나 봐왔을뿐 실제 연기 호흡을 맞춘 건 이번 작품이 첫 번째다.
“감독님은 일부러 편견이 생길까봐 전작들을 보지 않았어요. 함께 작업해보니 굉장히 마음 속이 여리고 동화와 같은 마음을 갖고 사시는 분이더라고요. 한효주 씨요? TV에서 봤을 때는 밝고 명랑한 성격일 줄만 알았는데 현장에서 만나보니 나이에 비해 진중하고 스스로 노력도 굉장히 많이 하더라고요.”
어두운 과거를 지닌 철민과 시력을 잃어가는 정화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자체가 두 연기자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여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의 감정에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실제 영화는 여성 관객은 물론, 남성 관객들마저 눈물샘을 자극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완벽히 몰입한 소지섭, 한효주 두 배우와 이를 순수하게 그려낸 송일곤 감독 덕분이다.
“촬영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죠. 과연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있느냐부터 두 사람의 인연에 얽힌 사건을 결국 둘 다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어요. 어쨌든 감정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없을 수 없었죠. 멜로물이지만 격투 장면 등 액션신도 많아서 힘들기도 했어요.”
2년 전부터 홀로서기에 나서 순수하게 자신의 연기 활동을 목적으로 한 회사를 설립한 소지섭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에 후배 키우기는 사양하고 있는 상황. 서른 다섯. 나이를 거론하며 인생 계획을 묻자 결혼에 대해 마흔 전에 꼭 하고 싶다는 언급을 했다.
“마흔 전에는 꼭 결혼하고 싶어요. 사실 주변에 제 나이 또래 동료 연기자분들 중 결혼안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 분들 보면서 정말 누군가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어쨌든 이런 바람이라도 갖고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어요. 이상형이요? 특별한 건 없어요. 하지만 결혼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생을 대화로 풀어가는 상대였으면 좋겠어요.”
글 한준호, 사진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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