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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 현주소는… 동네북 종주국, 벼랑끝 긴~한숨

입력 : 2008-12-15 21:04:15 수정 : 2008-12-15 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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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산업협, “문화산업 가치 폄하” 반발
YNK재팬이 서비스할 ‘십이지천2’(일본명 천지대란).
종주국임을 자청하는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밖에서는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게임 탓에 일본 시장의 경우 설자리마저 빼앗길 처지로 몰렸다. 나라 안을 들여다보면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삐딱해지다 못해 이젠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규제안마저 상정을 앞두고 있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따로 없는 셈이다.
대만 감마니아가 개발한 ‘루센트 하트’(Lucent Heart)는 일본에서 동시접속자수 7000명∼1만명선을 유지, 히트작으로 올랐다.

▲해외에서 압박받고…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은 영토 밖 세상에서 녹록지 않은 현실에 처했다. 중국·대만산 게임이 인해전술로 일본과 북미 시장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의 게임업체인 ‘익사이트’는 아예 2년전부터 중국산 게임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종구 YNK재팬 대표는 “중국 온라인 게임의 인해전술식 일본 진출은 당연하다”며 “이미 그래픽과 기획력은 (한국을) 따라왔고, 한국은 이젠 네트워크 기술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중국 게임의 파고속에 ‘여러가지 가운데 하나’(One Of Them)라는 단계로 추락했다는 의미인 셈이다.

특히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할 주역으로 게임산업이 부상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책은 부실하다.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게임수출 현지 지원 거점은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닌텐도와 코에이 같은 자국 게임기업을 국가 브랜드로 소개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시장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문제다. 고만고만한 한국산 게임들이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게임은 무료’, ‘일본 자본이 빠져나간다’라는 부정적인 인식마저 팽배해지고 있다.

게임하이의 일본법인인 게임야로우 김명균 사업총괄본부장은 “신규 유저 유입속도가 빨라지면서 반대급부적으로 ‘엔화가 한국으로 유출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일종의 게임허가권인 판호를 자국산 게임에 유리하게 배치, 한국 게임에 배타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게임업체들은 과거 한국 게임을 모방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질적 향상을 거듭하면서 일본과 북미 지역에서 한국산 게임을 위협하는 단계로 올라섰다. 중국산 ‘완미세계’를 비롯해 대만 감마니아가 개발한 ‘루센트 하트’(Lucent Heart)는 일본에서 동시접속자수 7000명∼1만명선을 유지, 히트작으로 등극했다. ‘레전드 오브 추센’도 동접수가 3000명을 넘어서며 흥행 반열에 근접했다.

세 작품 모두 한국이 강점을 지닌 MMO 장르여서 향후 한국과 중국, 대만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한국산 게임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장르 다변화를 통한 반격 채비를 갖췄다. 일본 시장에서는 MMO 위주로 구성됐던 장르가 FPS와 액션캐주얼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한빛소프트 ‘팡야’는 올해 100억원의 로열티 수입이 예상되며 한게임재팬과 채널링 계약도 체결, 내년에는 매출 신장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역시 연 매출 150억원에 도전한다.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은 매칭 시스템을 갖춘 이후 동접 1만명을 돌파해 흥행에 성공했다.

게임하이는 내년 초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메카닉풍 ‘메탈레이지’로 굳히기에 돌입한다. YNK재팬은 ‘캐시카우’인 ‘로한’과 ‘씰온라인’에 이어 ‘마경기담’, ‘십이지천2’(일본서비스명: 천지대란) 등으로 또 한 차례 출격을 준비중이다.

온라인 게임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영역 확대도 꾸준하다. 겅호온라인은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를 오는 18일 닌텐도DS 버전으로 선보인다. 이이노 타이라 겅호온라인 퍼블리싱본부 온라인게임부장은 “온라인 게임이 대중적인 플랫폼인 콜솔로 이동하면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낮은 유저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홀대받는…

하나의 산업을 육성하는데 정부 부처의 협력 없이는 맨땅에 헤딩하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은 그동안 정부 보조를 기대하기보다,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으로 가득했던 게 사실이다.

정부 부처간에도 ‘게임’이라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놓고 엇갈린 시각이 엄존한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가 추진중인 청소년보호법 전면개정안에서는 온라인게임을 하나의 매체로 간주, 심야시간대 접속 차단 같은 규제책을 준비해 놓은 상태다. 일명 ‘셧다운제’가 그것이다.

물론,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은 복지부의 개정안 추진에 전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안이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는 차원을 넘어 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폄하하며, 문화산업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다.

실제 개정안이 적용된 사례를 보면 밤 12시 이후 온라인 게임에는 접속할 수 없는 반면, 콘솔게임 등 여타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전무하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며칠 뒤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은 오는 2012년까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총 3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수조원씩 투여해온 여타 산업에 비해 미약한 금액인데다, 경제 위기속에서도 올 한해만 10억 달러 규모의 실적을 올리며 수출 역군으로 자리잡은 게임산업에 대한 낮은 인식 해소가 더 시급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유 장관은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2012년까지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역시 10년 가까이 외치고 있어 ‘생경한 구호’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은 환율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현실에도 게임이 이처럼 수출 역군인지 잘 모른다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며 “정부 기관 차원의 조율과 과감한 지원이 시급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도쿄=스포츠월드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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