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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의 G-세상 바로보기]‘진정한 게임人’ 권준모 회장

입력 : 2009-04-02 03:52:42 수정 : 2009-04-02 03: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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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넥슨 권준모 대표(사진)를 만났습니다. 지난해 말, 한번 뵙자고 말을 꺼낸 이후 두번의 연기 끝에 성사된 자리였는데요. 권 대표 본인 입장에서도 현재 겸직하고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임기가 막바지인 상황이라, 갑자기 기자가 만나자고 졸라대니 당황스러웠을 법도 합니다.

회장 임기말인데다, 몸담고 있는 넥슨에 구조조정이 한창이어서 다소 무거울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가 던진 한 마디 말에 분위기는 갓 퍼올린 생크림처럼 부드러워졌습니다.

“아직 아이템이 없어 좀 힘든 것 같아요.” 권 대표는 최근 넥슨이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버블파이터’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굴지의 온라인 게임기업 대표가 전해준 이 짧은 소감에는 굳이 최고수장이 아닌, 한명의 유저로서 의미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권 대표는 사내 임직원, 대외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게임을 직접 즐겨본 일화를 먼저 소개합니다. 게임업계 종사자라는 국지성 한계를 넘어, 유저로서 고민하며 떠올린 화제들도 대화속에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권 대표는 심리학 박사 학위를 가진 학자 출신입니다. 협회장으로 재임한 2년간, 게임 산업을 평가절하시킨 중독이라는 ‘억울한 혹’을 떼놓기 위해 방방곡곡 뛰어다녔습니다. 전문가로서 식견을 산업과 접목한 덕분에, 요즘 중독이란 표현 대신 과몰입이라는 순화된 이미지로 통칭되고 있죠.

또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같은 정부기관들이 게임산업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두루뭉수리하게 지원되던 금액도 명확하게 규정했고 영화로 대변되는 문화 콘텐츠 분야에 게임산업의 비중을 넓혀놓은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지난 2년 권 대표가 게임업계에 전해준 가장 큰 헌신은, 점잖 빼지 않고 게임을 이해하는 낮은 자세입니다. 수많은 개발사에서 꺼내놓는 각양각색의 게임을 직접 체험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업계 최고 책임자다운 면모였습니다.

종종 친구들과 함께 넥슨 본사를 찾아오는 딸에게 “공부를 잘해야 게임도 잘 만들 수 있는 거야”라며 게임업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워준 권 대표. 지난 2년 그가 이끌어준 한국 온라인 게임업계는 따스함과 다정함이 묻어난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얼마 후면 어쩌면 굴레와도 같았던 ‘감투’ 하나를 벗고 다시 기업으로 돌아옵니다. 분명 업계 1인자였지만 늘 가장 밑바닥에서 게이머들과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인 권 대표야말로 진정한 게임인(人)입니다. 이는 곧 그가 왜 게임업계에 계속 몸담아하는지 말해주는 증거입니다. 또 한가지. 권 대표의 뒤를 이어 차기 협회를 진두지휘할, NHN 한게임 출신 김정호호(號)에 바라는 게 더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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