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교육용 온라인 게임 속속 등장

 

 서울 개포동에 사는 맞벌이 부부 이종민씨(42)와 윤미라씨(39)는 최근 9살 딸 아이와 약속 하나를 맺었다. 딸이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하루 한 시간씩 즐길 때마다 한자 10자를 외우는 것. 집 인근에서 근래 한자 열풍이 분 터라 한자를 가르치고 싶지만 교재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딸이 좋아하는 게임 속 캐릭터를 활용하니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이처럼 과거 ‘일단 막고 보자’는 식으로 배척했던 부모들이 어느새 자녀 교육의 도우미로 게임과 연관 콘텐츠를 꼽고 있다.

 근래 수개월 사이 온라인 게임업계에는 ‘오해 풀기’가 화두다. 게임 중독이나 과몰입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 파생된 ‘돌연변이 인자’를 해소하자는 움직임이다.

 정액제이든 아이템 구매 방식이든, 돈을 지출하는 대다수 주체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칫 게임에 기준 이상으로 빠질세라 이용 빈도를 줄이거나 차단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이를 게임업계는 ‘오해 아닌 오해’라고 주장해온 것.

 부정적인 인식 해소를 위해 지난해 말 게임전시회 ‘지스타2008’에서부터 교육용 온라인 게임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게임 콘텐츠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 역시 교육과 게임을 연계한 산업에 과감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생활밀착형 게임 급부상

 온라인 게임산업이 주창하는 교육용 게임이란, 바로 생활과 밀접한 콘텐츠를 일컫는다. 해당 범주 또한 수학이나 한자부터, 영어까지 부모들이 관심이 있을 법한 ‘종목’은 두루 갖췄다.

 카테고리가 넓어진 만큼, 게임에서 구현되는 교육 콘텐츠는 맞춤형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인기가 높다.

 NHN 한게임에서 공개한 교육용 게임 ‘한자마루’의 경우 지난 1월말 2주간 첫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총 2만6000여명이 참가했다. 게임을 즐기다보니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힐 수 있었고 이 과정을 통해 테스터들은 1시간만에 평균 13개 한자를 체득하는 학습 효과를 체험했다고 한다. 10세 이하 저연령층 참가자들 가운데 78%가 게임 후 실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자마루’는 한자의 음과 독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며 게임을 통해 한자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 몬스터를 잡는 과정에서 몬스터에 쓰여진 한자가 획순으로 사라져 한자를 써보는 것과 같은 학습 효과를 전해 주는 게임이다.

 ‘아이들 장난용’이라고 온라인 게임을 치부하던 과거 습성(?)도 이젠 버려도 될 정도로 품질 수준도 높다. ‘한자마루’는 앞서 서울대 심리학과 ‘언어와 사고실험실’에서 ‘문자 학습도구로써의 게임’이라는 주제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효과를 실험한 바 있다. 실험진들은 이 결과 테스트 참가자들이 온라인 게임상에서 몬스터를 공격하는 동안 시각적으로는 주로 한자를 보고 청각적으로는 음을 듣는 반복적인 시청각 학습이 ‘파블로프식 조건 형성’의 기제를 만들어, 한자의 생김새와 음을 연합해 연상시킬 수 있는 교육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이 게임을 자녀와 함께 체험한 학부모 권수연 씨(43)는 “게임을 통해 흥미를 갖고 반복 학습을 함으로써, 주입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학습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즐겁게 자발적으로 한자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교육방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거둠에 따라 게임기업들은 2009년 한해 사업의 주축으로 교육용 게임을 내건 모습이다. NHN 한게임은 일상 생활의 재미 요소를 게임화 하고 교육 효과를 가진 다양한 게임을 올 한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도 이끌어낸다는 각오다.


 ◆친숙함 덕분에 인기 쑥쑥

 교육용 게임의 특징으로는 게이머에 친숙한 게임 혹은 캐릭터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댄스게임 ‘오디션’을 기반으로 제작된 한빛소프트(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잉글리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3D(차원) 애니메이션을 보고 듣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말하기 능력을 길러주는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이다.

 기능성 게임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교육뿐 아니라 건강, 심리 치료, 군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효과를 입증 받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소아암 환자 치료용, UN의 구호활동 체험, 학교 폭력 예방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유라 한빛소프트 이사는 “영어 실력이 높은 일반인들도 ‘입을 떼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자신감 부족인데, 컴퓨터와 온라인 상에서 대화하다 보면 다른 사람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입을 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게임은 학업 위주의 지엽적인 학습용 콘텐츠를 넘어, 청소년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좋은 도구로도 손색이 없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UN 세계식량계획(WFP)과 함께 긴급구호활동을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발된 PC게임 ‘푸드포스’(Food Force)를 한글판으로 제작했다.

 좋은 의도인 만큼 사내 게임전문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개발에 참여했고, 엔씨소프트는 무상으로 게임CD를 배포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ncsoft.com)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대외협력이사(상무)는 “게임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게임 형식으로 지구촌 기아문제를 인식하고 구호 미션을 수행하는 ‘푸드포스’는 게임의 사회적 순기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월드 김수길 기자


<세계일보>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