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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게임 재미는 ‘오토’ 아닌 매뉴얼

입력 : 2009-03-02 11:57:57 수정 : 2009-03-02 11: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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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를 반드시 때려잡겠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오토 프로그램에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게임 내 자동사냥프로그램으로 풀이되는 ‘오토’는 몬스터와 싸우면서 경험치를 얻고 캐릭터를 키우는 일종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위주로 배포되고 있다.

 ‘오토 척결 전도사’를 자청한 이재성 엔씨소프트 대외협력이사는 오토가 가져다 주는 해악의 근원은 이를 배포하는 사이트이며 결국 피해는 실제 게임 유저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오토 이용자들은 손쉽게 사냥하고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반면, 비(非)오토 유저들은 공들인 노력이 모두 허사가 돼버린다는 설명이다.

 오토를 공공연히 소개하는 각종 사이트에서는 오히려 오토가 갖는 순기능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PC 앞에서 연신 클릭하는 일종의 ‘노가다’ 행위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게임중독이라는 오명에서 유저들을 탈출시켜준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이는 오토라는 프로그램을 팔기 위한 상술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토는 구매해야 하는 경제 개념이 적용되는 것 외에, 오토를 유통하는 주체 스스로 해악 행위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토 배포자들은 인터넷 포털에 오토 사이트나 정보 등을 홍보할 경우 상품 지급 안되니, 입으로 소문을 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은밀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불법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오토를 알리기 위해 선정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미끼를 던지는 사례도 있다. 엔씨소프트의 감시망이 좁혀오니 드러내놓고 제재를 회피하는 안내 문구도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인터넷 주소(URL)를 바꿔놓는 변칙 영업도 성행한다. 이같은 행태를 종합해볼 때 오토 서비스측 주장은 그럴듯하게 포장해 본말을 전도한 것과 마찬가지다.

 오토가 가져다준 폐단은 게이머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게임상에서 노력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 게임을 떠나는 것은 자명한 수순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99.9%에 달하는 선량한 유저들은 오토의 백태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지언정, 온라인 게임이 전해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후진국형 악성 바이러스로 치부되는 오토는 입맛을 떨어뜨리는 1차적인 해악을 넘어, 쥐구멍 빠져나가듯 기회주의적인 사고만 심어주는 ‘악의 축’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오토를 근절할 수 있는 환경은 게임업계와 정부기관, 유저들이 똘똘 뭉쳐 조성해야 한다. 이에 앞서 오토를 배포하며 배를 불리는 주체들이 발 디딜 틈을 줘서는 안된다. 게임의 즐거움은 오토(자동)로 얻어지는 부산물이 아니다. 공을 들인 만큼 결과가 달라지는 매뉴얼(수동)에 기반한다.

레저생활부 김수길 기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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