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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의 G-세상 바로보기]아이온, 이유있는 불패신화(不敗神話)

입력 : 2009-10-26 18:25:57 수정 : 2009-10-26 18: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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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말 ‘아이온’이 공개서비스 개시 2주만에 상용화에 돌입하자 게임업계는 술렁거렸습니다. 개발사인 엔씨소프트가 성급하게 판단한 것은 아닌지, 자칫 초반 과도한 관심이 오판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기대반 우려반이었죠.

 ‘아이온’이 독주하면서 “과연 언제까지”를 궁금해하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고레벨 유저들을 중심으로 “더이상 할 게 없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그때마다 성급하거나 갑작스러운 업데이트 대신 진중한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지는 콘텐츠의 한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대답은 “차근차근”이라는 부사어뿐이었습니다. 대신 무려 3년이란 담금질을 통해 완성돼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업데이트를 준비했습니다. 덕분에 1년 가까이 업계를 쥐락펴락하는데다, 유저들의 호평은 1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합니다.

 ‘아이온’은 탈(脫)한국, 중국과 대만·일본에 이어 북미·유럽으로도 진출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불모지인 일본의 경우 평균 동시접속자수 5만명선을 유지하며 한지붕 가족 ‘리니지2’와 일본 온라인 게임시장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동생 덕분에 ‘리니지2’도 트래픽이 최근 2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지난 9월 북미·유럽에 첫발을 디딘 ‘아이온’은 한국산 게임으로는 최초로 북미PC게임 중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지에서 ‘아이온’ 패키지는 서비스 개시 2개월도 채 안돼 100만장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블리자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가 북미·유럽에서 350만 유료가입자 모집에 30개월이 소요됐다고 하니, ‘아이온’에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더욱이 넥슨이나 NHN이 딱히 마땅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북미·유럽에서, 엔씨소프트는 EA와 블리자드 등 글로벌 경쟁사를 누르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한국게임=무료’라는 도식이 부지불식간 팽배해진 현지에서 “제대로 된 콘텐츠로 제값 받겠다”는 다짐의 결과물입니다.

 놀라운 실적 뒤에는 한편으로, 엔씨소프트의 겸손함이 숨어있습니다.

 얼마전 미국 시애틀에서 만난 이재호 엔씨웨스트(엔씨소프트 북미·유럽법인) 대표는 “‘엔씨컨’같은 엔씨소프트만의 별도 행사를 준비하는 게 어떻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분명 자신감의 발호였지만 그 이면에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앞서 수백억원이 들어간 ‘타뷸라라사’의 흥행 실패와 맞물려, 관계된 인력 퇴사로 자존심을 구겼을 법도 했지만 엔씨소프트의 대응은 어찌보면 차분했습니다. 그 어디에도 작품과 해당 인사를 원망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후속작 ‘아이온’에 더 큰 공을 들였습니다. 실추된 자존심을 실력으로 만회하겠다는 의지의 발호였습니다.

 요즘 한국 내 온라인게임업계는 수출 성장산업이라는 본질과는 반대로, 정책 입안 또는 유관 기관마다 각종 족쇄를 채우려는 움직임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난세(亂世)에도 ‘아이온’은 우직함으로 흥행몰이가 진행중입니다. 목표는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불패신화’(不敗神話)를 안겨주는 것입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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