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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게임을 마녀사냥 하지 마라

입력 : 2010-03-14 02:46:15 수정 : 2010-03-14 02: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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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온라인 게임업계는,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마다 단초를 제공하는 듯한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게임을 말리는 어머니를 살해하는 일, 사이버 공간에서 캐릭터를 키우느라 실상 자신의 어린 자식을 방치해 죽게 한 매정한 부모…. 최근 잇따라 사회 구성원을 경악케 한 사건에는 공통적으로 ‘게임 중독’이란 수식어가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사건·사고를 저지른 인물들이 스스로 가치판단할 수 있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게임과 관련된 사건·사고만큼은 ‘게임’이라는 마녀가 주술을 부린 양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으니 게임업계가 억울할 법도 합니다.

게임에 한번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이번 사건 가운데 포함된 ‘프리우스 온라인’(CJ인터넷) 같은 이른바 MMORPG류의 게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여하느냐에 따라 레벨(등급)에 변화가 생기는데요. 이같은 속성에 유저들은 시간과 정력을 필요 이상 쏟게 되기도 합니다.

단편적인 면만을 보자면, 게임에 지나치도록 몰입하게 만들고 얽매이도록 방치(?)한 점을 들어 게임업계를 비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연가나 애주가들이 폐암 판정을 받거나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할 때마다 담배·주류 회사에 모든 책임을 케묻는 일은 자주 회자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물론, 게임업계도 유저들이 과하게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식 개선에 더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러나 특정 게임을 동시에 접속하는 숫자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현실은 업체가 일일이 점검하고 관리하는데는 물리적으로 한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마약이나 도박 중독처럼 다소 범법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게임 중독’이란 표현은 다소 과격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탓에 업계는 과몰입이라는 순화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미 업계에서는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제어 기능을 도입했고 여러 시스템을 통해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50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해 게임 과몰입을 막겠다고 강조했지만, 이 역시 게임업계에는 생소한 일이 아닙니다.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이른바 마녀사냥 열풍이 몰아쳤습니다. 당시 그리스도교 이외의 어떤 사상도 용납되기 힘들었던 연유로,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통념과 의식에 어긋나는 움직임은 ‘마녀’라는 낙인을 찍어 처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급부적으로 억울한 죽음도 수없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은 연간 1조 3000억원 규모(2009년 기준)로 수출되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산업입니다. 모든 범죄의 원흉으로 온라인 게임을 치부하는 사회 인식은 자칫 효자를 억울한 마녀로 몰아가는 모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게임=불순분자’로 평가절하하려는 사회적 배제기제(排除機制)로 인해, 후세에 21세기판 마녀사냥을 논할 때 온라인 게임을 꼽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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