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도 블리자드 행보에 촉각
“너무 한국만 편애하는 것 아닌가요?” 블리자드가 지난달 12일 한국 PC방에서도 ‘스타크래프트Ⅱ’의 베타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하자, 이를 접한 전세계 게이머들의 시샘 어린 푸념이 들려왔다. 블리자드의 기준에 따라 제한된 숫자만 테스트에 참가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 확대 정책을 펼치자 이같은 볼멘소리가 터져나올 법도 했다.
‘한국 사랑에도 깊이가 다르다.’
블리자드의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뜻하는 이른바 ‘코리아 프렌들리’(Korea Friendly, 친한국) 정책이 어느새 전세계 유저들이 부러워할 만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게이머와 e스포츠 시장에 남다른 스킨십을 보여온 블리자드는, 이제 한국 게임산업의 근간으로 꼽히는 PC방으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유저에 대한 ‘극진한’ 배려도 묻어난다.
블리자드는 최근 ‘스타크래프트Ⅱ: 자유의 날개’(이하 스타크래프트)의 2차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기존 블리자드 가맹 PC방에 2대씩 적용했던 전용 좌석을 10석으로 대폭 늘렸다. 이는 1차 테스터로 뽑히지 못해 아쉬워하는 국내 게이머들의 기대와 한국 특유의 PC방 문화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무엇보다 PC방 베타 테스트는 전세계에서 한국에만 유일하게 채택된 데다, 이처럼 범위를 확장한 것은 그동안 ‘스타크래프트’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에 대한 블리자드의 각별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PC방에서 실시된 1차 베타 테스트는 비공개 베타 테스터로 선정되지 못했던 국내 게이머들에게 초반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블리자드는 전국 1만여개가 넘는 PC방에 IP(인터넷주소) 및 게임 클라이언트 설치를 지원하고, 베타 테스트 포스터와 좌석 안내 표시(POP)를 부착하는 등 게이머들이 테스트에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번 PC방 확대 정책 또한 ‘게임의 속성상 친구들끼리 PC방을 찾는 게 대부분인데 이미 선점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좌석수가 부족하다’는 한국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 2차 비공개 베타 테스트에 맞춰 시행에 옮겼다.
스타크래프트 II 베타 PC방 포스터 |
한편, 게임업계는 베타 테스트부터 블리자드가 시도하는 PC방 관리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분위기다.
‘블레이드앤소울’과 ‘테라’, ‘워해머온라인’ 등 대형 신작이 줄줄이 쏟아질 전망인 가운데 ‘스타크래프트Ⅱ’ 같은 대작이 먼저 PC방으로 밀착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서다.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기업들이 PC방 관리를 직영 체제로 변화시키고 있어 블리자드식 PC방 전략은 ‘즐겨찾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PC방이 한국적 게임 환경이고, 게임을 즐기는 보편적인 공간이란 점에서 업체마다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한국 게임기업보다 더 한국 정서에 부합하게 PC방 정책을 단행하는 블리자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월드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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