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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구조조정? 명작에 내일은 분명 있다

입력 : 2011-01-30 15:18:42 수정 : 2011-01-30 15: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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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작가인 가키네 료스케(垣根凉介)가 쓴 ‘너희에게 내일은 없다’(君たちに明日はない)라는 소설은 현대 직장인 대부분이 경험했거나 또는 언제라도 직면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란 테마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는 해고 전문기업에서 일하는 주인공 무라카미 신스케는 누군가가 ‘확실하게’ 회사를 그만둘 수 있도록 유도하는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일약 스타로 등극합니다. 지령받은 대상자를 한치 빈틈도 없이 사지(死地)로 몰아내는 기술로는 자존심을 훼손하거나, 대의(大義)를 위한 희생 등이 소개되는데요. 설득에 내세우는 근거로는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수명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일본 샐러리맨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지난 2005년 제18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평론가와 실제 구매자들이 재밌다고 평가한 작품에 수여된다고 하니, 사회에서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한 셈입니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동명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했습니다.

일본을 떠나, 한국 그것도 온라인 게임세상에서 구조조정은 예삿일입니다. 몇 번씩 뒤집거나 중도 그만두는 사례도 부지기수입니다. 근래 한국 온라인 게임을 쥐락펴락하는 엔씨소프트 ‘아이온’과, 최근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역시 구조조정과 유사한 과정을 지나왔습니다.

‘아이온’은 2008년 11월 출시 이후 만 2년간 5000억원을 엔씨소프트에 안겨줬습니다. 그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입니다. 이런 ‘아이온’도 지난해 잠시 머뭇거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점에 오른 하드코어 유저를 중심으로 이탈 기운이 감지되면서, 일부에서는 ‘아이온’의 생명력에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서비스 이래 최대 규모로 업데이트를 단행, 떠날 뻔한 유저를 붙잡아두는데 성공했고 결국 105주 연속 1위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테라’는 구조조정의 혹독함을 몸소 체험한 경우입니다. 4년 이상 450억원 가까이 투입된 대작이란 사실은 ‘꼭 성공해야 한다’는 명제를 늘 달고 나녔는데요. 네 번이나 개발 줄기에 큰 변화를 주고 인력을 이동시키면서 ‘출시가 불투명하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정작 공개서비스가 시작되던 순간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로 끝났고, 한때 ‘구조조정의 대명사’였던 작품은 ‘잘 만든 게임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진리를 입증시킨 주체로 올라섰습니다. 기준에 따라서는 ‘아이온’을 제치고 1위에 이름을 걸며 역사를 다시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소설 속 구조조정 후보자들은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걸어가는 모습으로 상상됩니다. 이들은 자연적으로 맞이하는 내일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패배자로 그려집니다.

‘아이온’과 ‘테라’ 또한 주춤거리거나 걱정 어린 시선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잘 다듬고 충전한 덕분에 사랑을 한몸에 받는 ‘역전의 명수’로 변신했습니다. 두 작품에 어울리는 표현은 ‘명작에 내일은 분명히 있다’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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