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최고의 스태프 e사람] 넥슨 박이선 사회공헌실장, "함께하는 작은 도움에 큰 보람 느끼죠"

입력 : 2011-11-22 10:37:10 수정 : 2011-11-22 10:37:1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넥슨, 성숙한 만큼 전사적 차원 나눔활동 참여
'작은책방' 전국 개설… 낮은 자세로 정성 다해
박이선 넥슨 사회공헌실장은 '소외계층'이란 표현을 싫어한다. 대신 낮은 자세에서 정성을 전한다는 의미로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 부른다.
PC 앞에 과도하게 ‘묶어둔다’는 오해로 게임 산업은 중독이나 과몰입 같은 다소 과격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작지만 알차고 체계적인 공익활동을 무수히 펼치는 분야도 바로 게임 업계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일례로 지난 1997년부터 전국을 돌며 도서를 전하고 책방도 꾸며주는 넥슨의 ‘작은책방’ 사업은 게임 업계의 지향점을 보여줄 만큼 결실을 맺고 있다. 이처럼 게임 업계는 산업이 성숙함에 따라 전국에 ‘사랑비’를 내려주는 주체가 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 사회공헌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상대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이용자 비중이 높은 넥슨을 꼽을 수 있다. 환아방문과 책방 꾸미기, 스키 캠프 등 저 연령층을 주 대상으로 설정한 활동이 잦다.

넥슨의 이러한 행보에는 물론 경영진의 의지가 바탕으로 깔려 있지만, 이를 기획·구상하고 실천하는 중심 축은 박이선 넥슨 사회공헌실장이다. 올해로 입사 11년차가 된 박이선 실장은 “재미는 제가 좇았지만 회사가 의미를 얹었다”고 한줄로 정리한다. 박 실장은 지난 2001년 입사 후 웹기획 업무를 담당하면서 넥슨의 게임포털(넥슨닷컴)을 그려갔다.

그는 “온라인 게임이란 산업이 태동기를 지나 성장하려는 단계여서 웹기획은 유저들의 생각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분야였다”며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면서 게임과는 별도로 이들이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말한다.

◆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뿐

2010년 사회공헌실이 생겼고 박 실장은 이곳으로 이동했다. 당시 서민 넥슨 대표는 박 실장이 웹기획에다 사내보 등을 제작하면서 회사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어서 대외적인 업무를 담당하기에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박 실장은 부서를 꾸리면서 슬로건을 정했다. 넥슨의 기존 사내 사회공헌 동아리 명칭인 ‘넥슨핸즈’를 고스란히 도입했다. 또한 넥슨의 사회공헌 역사라고 평가되는 ‘작은책방’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넥슨핸즈’의 실제 활동에 참가하는 이들의 발바닥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박 실장은 “‘작은책방’ 담당자를 ‘전국노래자랑’이라고 부르는데, 책방을 사전답사하고 서적 공급원 및 인테리어 담당자 불러 책방을 설치하면서 총 3번 들르는 셈이기 때문”이라며 “전국을 이동하다보니 전국노래자랑을 다니는 듯하다”고 했다. 그만큼 보람은 배가 된다. 그는 “책방이 세워진 곳에서 과일이나, 약초로 만든 진액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그러니 애정을 더 안가질 수 없다. 작은 도움을 드린 것뿐인데…”라고 말한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리면서 건설적인 피드백도 나온다. 넥슨측은 책방 개설을 마치고 매달 도서를 추가 업데이트해주고, 노후된 도서와 인테리어 교체도 수시로 이뤄진다. 책방으로 인연을 맺은 아이들, 선생님들과도 문화체험과 스키캠프, 독후감 대회 등으로 인연을 이어간다. 그럴 때마다 넥슨이 정하는 개념은 ‘동정이 아닌 함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는 ‘소외계층’이란 표현도 지양한다. 넥슨핸즈는 낮은 자세에서 정성을 전한다는 의미로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 부른다. 박 실장은 “제주도 아이들을 서울로 초청했는데, 비행기를 처음 타서 그런지 설렌 기분에 전날 모여 같이 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자칫 ‘넥슨이나 서울 사람들이 동정하듯 보이지 않을까’ 지도 교사들이 경직되기도 했는데, 막상 와보니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스케줄대로 다 하고 즐겁게 보내 조심스러웠던 기분은 다 사라졌다”며 애틋함을 소개했다.

독후감 대회의 경우 전국에 흩뿌려진 ‘작은책방’ 아이들을 한번 더 만나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그는 “활동의 의미를 찾고 있던 중에, ‘다 같이 모여서 독후감으로 이야기도 하고 즐거운 기억을 갖는다는 게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배경을 전했다.

◆ 사회공헌에는 임직원 일치단결

사회공헌활동은 비단 박이선 실장과 부원만의 일이 아니다.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회장과 서민 넥슨 대표 등 최고경영진들의 관심이 유달리 크다. 사내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여름에 경영진, 전문가 그룹, 직원들은 사내 게시판에서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해 의견을 공유했다. 여기서 상당한 양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계열사의 자산이 사회공헌활동에 등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넥슨에 편입된 엔도어즈가 운영하는 랩핑 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사회공헌실이다. 버스에 탑승하는 수혜자(?)인 어린이들의 반응도 뜨겁다. 넥슨은 계절마다 이 버스를 헌혈차로도 사용한다.

넥슨은 다음 단계로 과거 직원 전용 어린이집(도토리 소풍)을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방 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곳의 규정이 눈에 띈다. 유치원 교사를 모집할 때 넥슨 측은 ‘어린이들과 매일 선릉을 산책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아이들이 잘 먹고 놀고 내집처럼 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박이선 실장은 “조기교육을 원하는 건 저희와 콘셉트가 맞지 않다”며 “‘동일한 예산을 갖고 이렇게 잘 쓸 수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어 “인체에 무해한 페인트로 칠하고, 색깔 하나하나 찾으려고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덕분에 아이들의 색감이 발달할 수 있는 색을 골랐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부모들의 인식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박 실장은 “바위는 갤 수 있지만 편견은 깨기 힘들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더욱 금물”이라며 “편견을 직접 깨지 못하면 다른 쪽에서 오래 걸리더라도 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장선에서 시민단체인 학부모정보감시단(학정감)과 손잡고 네티켓(인터넷 예절) 캠페인을 펼친다. 학교 운동장에서 모래주머니를 던지거나 공굴리기를 하면서 네티켓을 몸소 체득하는 방식이다. 박 실장은 인문학이야말로 아이들의 정서를 맑게 할 최고의 도우미라고 말한다. 그는 “게임과몰입 같은 유해 요소를 해결하는 것은 기업만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고 본다”며 “가정과 사회,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책과 문화 체험을 통해 사고력도 키우면 문제가 차츰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박이선 실장은 전국을 돌고 돌았지만 지금도 넥슨만의 색깔 만들기가 한창이다. 그는 “나누는 건 다 좋은 것 같다. 회사에서는 쓰지 말라는 말은 절대 안하는데, 다만 의미있게 쓰라고 한다”며 “정말 필요한 곳에 가야하고 넥슨이 잘할 수 있는 사회공헌을 여전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길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