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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창의·소통’의 열정… 별난 전통의 아마 스포츠팀

입력 : 2010-04-14 22:50:21 수정 : 2010-04-14 22: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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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53주년 맞은 성균관대 미식축구부
올해 창단 53주년을 맞은 성균관대학교 미식축구부는 별나도 엄청 별난 모임이다. 동아리면서도 스포츠단 소속 스포츠부, 체육특기생이 없으면서도 일종의 아마추어 성격이 짙다. 1957년부터 미식축구에 반해 젊음을 불태우던 대학생들은 이미 원로가 되었건만, 열정 만큼은 여느 후배들 못지 않다. 변호사와 교수, 회계사, 무역업, 구청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OB들은 2007년 창단 5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코치로 10여년 활동하다 2010년 감독을 맡은 손무일 씨(41)의 약력도 특이하다. 아버지 손자섭 씨와 형 삼일 씨 등 3부자 모두 성균관대 미식축구부 출신. 창단 멤버이자 초대 주장였던 아버지는 20여년 동안 무보수 감독으로 전국대학연맹전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지난 해까지 20년 동안 감독을 맡은 홍재황 씨도 역시 무보수다. 박의웅 씨는 지난해 미식축구부 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내놓았는 데, 불과 며칠 후 유명을 달리 했다. 비인기 종목인 데다 인기 스포츠부에 밀려 학교 재정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코치, 감독 등이 모두 무보수로 나서고 있다. 돈을 떠나 ‘후배 사랑’이라는 무한 헌신에 가치를 두고 미식축구 역사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미식축구부는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기도 한다. 훈련은 1주일에 4차례 3시간 정도. 월·수요일엔 방과후 캠퍼스별로 나뉘어 연습하고 주말엔 격주로 서울 명륜동 캠퍼스와 수원 천천동캠퍼스 운동장에서 한데 모여 훈련한다.

학생의 본분인 학업을 소홀히 할 것이라면 금물이다. 학점이 평균 3.0을 넘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성균관대 미식축구부의 오랜 불문율이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범벅된 4년이니 만큼 이들의 동료애는 유난히 끈끈하다. 또 단체생활을 통해 위계질서와 운동 특성상 철저한 포지션별 분업화에 따른 전문성 인지, 선배의 리더십, 졸업 후 20년은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체력, 선배와의 리버스멘토링을 바탕으로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때문에 미식축구부 졸업생들은 국내외 기업에 100% 취업한다는 게 미식 축구부원들의 자랑이다.

최근 성공한 대기업 경영비결의 키워드로 드는 ‘혼(魂) 창(創) 통(通)’과 일맥상통한다고 할까. 혼은 정신(精神)이고, 창은 창의(創意), 통은 소통(疏通)을 말한다. 손 감독은 “미식축구의 매력은 개척정신, 희생정신, 동료에 대한 믿음과 사랑, 투지를 발휘하여 경기를 주도했을 때의 자기 성취감”이라며 “이 매력은 곧 미식축구의 정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슈퍼볼’처럼 한국에도 40개의 대학 및 실업 미식축구부들이 꼭 서고 싶은 무대 ‘김치볼’이 있다. 손 감독은 후배들에게 여느 종가집 김치보다 맛깔스러운 ‘김치볼’의 감칠맛을 보여주려고 발걸음을 운동장으로 향하는 셈. 그는 “미식축구는 체격이 왜소하여 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철저한 분업화로 포지션이 44개나 된다. 때문에 체격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며, 지체부자유라도 의지와 근성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 지적인 스포츠”라고 자랑한다. 이어 “성균관대 미식축구부야말로 ‘미식축구의 초기 정신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혼(魂) 창(創) 통(通)’을 배울 수 있는 장”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월드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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