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330m정상 드넓은 야생화 정원·귀네미 배추밭선 몽환적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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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 낙엽송 사이로 구름이 흘러 가는 몽환적인 풍경. |
기나긴 여름 비 떨치고 가을 문턱에 들어선 강원 태백에 가다
하늘이 손바닥 만하게 보이는 곳. 태백은 주위 사방을 둘러봐도 산으로 막혀 있는 동네다. 제천에서 38번 국도를 따라 내려와 하이원 리조트를 지나서 나오는 두문동재는 정선과 태백을 가른다. 그저 잔뜩 찌푸린 날씨라고 생각했지만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두문동재 정상에 올라가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구름 속에 들어선 것이다. 보랏빛 야생화 ‘벌개미취’가 도로의 경계를 희미하게 표시해줄 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계속 되다가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태백산맥의 연봉들이 구름 사이로 장엄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산아래 동네는 아직도 찌는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태백은 벌써 가을 문턱을 넘어섰다. 길가를 따라 늘어선 자작나무의 머리꼭대기에는 단풍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긴 소매 옷을 미리 챙겨 왔지만 냉랭한 한기가 느껴진다.
하늘이 손바닥 만하게 보이는 곳. 태백은 주위 사방을 둘러봐도 산으로 막혀 있는 동네다. 제천에서 38번 국도를 따라 내려와 하이원 리조트를 지나서 나오는 두문동재는 정선과 태백을 가른다. 그저 잔뜩 찌푸린 날씨라고 생각했지만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두문동재 정상에 올라가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구름 속에 들어선 것이다. 보랏빛 야생화 ‘벌개미취’가 도로의 경계를 희미하게 표시해줄 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계속 되다가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태백산맥의 연봉들이 구름 사이로 장엄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산아래 동네는 아직도 찌는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태백은 벌써 가을 문턱을 넘어섰다. 길가를 따라 늘어선 자작나무의 머리꼭대기에는 단풍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긴 소매 옷을 미리 챙겨 왔지만 냉랭한 한기가 느껴진다.
▲ 만항재에 펼쳐진 천상의 정원
해발 1330미터의 만항재는 일반인이 자동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태백에서 올라가면 오투리조트 뒤편으로 길이 나있고, 하이원 리조트에서 출발한다면 ‘수마노탑’과 ‘적멸보궁’이 있는 정암사를 지나 계속 올라가면 된다.
정상부에는 약 10만 평의 야생화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산나리, 노랑투구 꽃, 어소리, 자주꽃방망이, 산 솜방망이, 동자꽃 등 온갖 고산식물들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다.
구름이 산을 넘지 못하는 흐린 날이면 이곳에 차를 몰고 올라가는 길은 녹록지 않지만 정상에 올라 차에서 내리면 낙엽송들 사이로 구름이 흐르고 야생화 꽃밭 사이로 사향 제비나비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져 시간이 정지된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구름 속을 걷다 보면 금새 옷이 젖기 때문에 방수가 되는 겉옷과 간단한 등산화는 필수다. 만항재 정상에서 태백·정선·영월 방면 세 갈래로 길이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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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네미골에 펼쳐진 끝없는 배추밭에는 차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
늦여름 태백의 풍광을 대표하는 것은 해바라기다. 산속 깊은 곳에 있어 해가 짧기 때문일까? 시내 여기저기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태백에서 가장 큰 해바라기밭은 구와우마을에 있는데 올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해바라기가 일찍 졌다.
구와우 마을을 지나 자작나무숲으로 유명한 피재를 넘어 임계·하장 방면 이정표를 따라 구불거리는 길을 계속 따라 가면 구와우 마을이 나온다. 초행길이라면 끝없이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불안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손바닥 만한 화면의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기보다는 차를 세우고 어르신들께 물어보는 것이 훨씬 낫다.
길에서 만난 할머니 한 분이 “저쪽 모루를 지나면 잘 지은 집이 하나 나오고 그걸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귀네미가 나온다”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잘 지은집’은 무척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오렌지색 플라스틱 기와지붕을 얹은 집이 나오는 순간 ‘저집이 그집이구나’라고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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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 야생화 정원.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고산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
평창과 강릉 경계 ‘안반덕’ 배추밭이 탁트인 풍광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이곳 귀네미의 배추밭은 보성 녹차밭 처럼 가지런히 줄서있는 동그란 배추들의 군무가 기하학적인 쾌감을 준다. 배추밭에 구름이 몰려오면 만항재 야생화 정원에서 맛봤던 몽환적인 느낌이 또다시 살아난다.
귀네미 마을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가면 다시 태백으로 돌아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가면 하장·임계를 거쳐 강릉으로 가는 길이다. 강릉까지는 멀다. 쉬지 않고 가도 1시간 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태백산맥의 속살에 숨겨진산촌마을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껴 볼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이 코스를 택하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태백=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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