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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성공 제 4막, 유럽서 연다"

입력 : 2012-08-14 15:36:56 수정 : 2012-08-14 15: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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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평정·일본 증시 상장
미국 개척 이어 유럽 시장 진출
최대표, 법인 설립부터 직접 공들여
최승우 넥슨 대표는 설립에 직접 관여한 넥슨유럽에 애착이 강하다.
 ‘제 4막은 유럽이다.’ 넥슨에는 ‘욕심쟁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로 게임 산업에 불을 지핀데 이어, 일본 증시에 상장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기준도 뇌리에 새겼다. 최대 라이벌이던 엔씨소프트마저 품에 안으면서 명실상부 국내 게임 업계 1인자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 태평양 건너 미주에서는 ‘프리페이드’ 카드라는 선불제 형태 유료 모델로 어메리칸 드림을 일궈가고 있다. 넥슨이 다음 대상으로 정한 곳은 바로 유럽이다. 넥슨 가문(家門)에서 이제 만 5살이 된 막내가 담당하지만, 유럽은 최고경영진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무대다.

 넥슨이 올해 설정한 매출 목표는 1020억엔(약 1조 5000억원, 넥슨 추정 100엔당 1469원 환율 기준)이다. 지난해보다 20% 정도 높게 잡은 수치다. 2분기 실적을 마감한 결과, 회사측은 당초 예상보다 2% 가량 매출이 더 보태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사업이 잘된다는 의미다.

 이런 넥슨 가문에서 유럽 법인(공식 명칭: 넥슨유럽, 룩셈부르크 소재)의 비중은 아직까지는 매우 낮다. 2011년에는 전년 대비 111% 폭증한 286억원을 달성했으나, 이는 넥슨의 전체 매출 대비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많은 주문을 듣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김성진 넥슨유럽 대표는 “넥슨 일본(넥슨의 본사) 최승우 대표님은 여전히 인터넷 메일로 잔소리(?) 하세요. 그만큼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은 시장이란 거죠. 애착이 남다르시다고 할까요?”라고 말한다. 최승우 대표 역시 “같은 본부에서 일하던 후배가 대표 직을 맡고 있으니 더 애착이 가기 마련”이라고 했다.

 유럽 시장은 넥슨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넥슨의 뿌리부터 함께 동고동락한 인사라면 해외 사업 중에서 유독 유럽에 관심이 크다. 최승우 대표는 유럽 법인을 두고 “자식같은 곳”이라고 칭한다. 넥슨유럽은 최 대표가 법인 설립 구상부터 직접 관여했다. 당시 해외사업본부장이었던 그는 일본이나 미국 법인과는 달리, 자신의 본부 소관으로 넥슨유럽을 열었다.

 난관도 많았다. 2007년 개소 첫해 매출은 3억원에 불과했다. 이듬해부터 27억원, 다시 80억원으로 차츰 고개를 들어올렸다. 2010년에는 100억원 시대(135억 7000만원)가 개막했다. 고무적인 것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였다. 절대적인 숫자는 작았으나, 최대 678%라는 경이적인 팽창 기록도 있다.

 2009년 초 최승우 대표가 일본 상장을 위해 넥슨 대표 직에 오르면서 넥슨유럽은 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당해 유럽에 진출한 FPS(일인칭슈팅게임) ‘컴뱃암즈’는 본격적인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컴뱃암즈’는 2012년 7월 기준으로 유럽에서 회원수 550만명을 확보했고, 일일 순방문자수는 10만명이 넘는다.
김성진 넥슨유럽 대표는 2∼3년 내 독립법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했다.
 ‘컴뱃암즈’는 넥슨유럽의 시야를 터준 주역이다.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도출된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를 읽게 된 연유에서다. 이같은 선험은 좋은 게임을 잘 서비스하고 최고의 평가를 얻는 방법론을 습득하게 했고, 차기작에 대한 참고서도 됐다. 김성진 대표는 “‘컴뱃암즈’를 서비스하면서, 눈에 쉽게 띄지는 않지만 세밀한 흐름을 파악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스라엘이 대표적인데, 미미한 결과를 얻다가 최근 들어 급격히 성장세가 높아졌고 이런 흐름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성공신화의 배경으로 벤처다운 ‘헝그리 정신’을 꼽는다. 그는 “과거 넥슨의 DNA는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역할이었지만 2004년 ‘메이플스토리’ 개발사인 위젯을 인수해 성공하면서, 이후 인수합병(M&A)이 중심축을 꿰차게 됐다며 “이와는 다르게 현재 넥슨유럽은 초창기 넥슨의 모습인 것 같다. 그래서 아직 벤처 정신이 더 강하다”고 자평했다. 또 “5년전 15명이 유럽 법인 설립에 동참했는데, 원년 멤버는 2명이 남았다”며 “최고경영진에서 유럽 관계자들의 끈기를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넥슨유럽이 안착한 또 하나의 발판은 직접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대신, 밑바닥부터 몸소 터득했다. 김성진 대표는 이를 마라톤에 비유한다. 그는 “마라톤에서는 1위 그룹을 형성해 가느냐, 아니면 먼저 치고 나가느냐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며 “현지 파트너를 통한 간접 진출도 일리가 있지만, 유럽이나 미주는 시장이 엄청 커서 남한테 주긴 아까운 곳같다”고 말했다.

 매년 몰라보게 달라지는 성과에다 임직원들의 굳은 결의는 최고경영진의 마음도 흔들어놨다.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는 요즘 유럽 체류가 부쩍 잦아졌다. 이재교 NXC 이사는 “일본과 제주를 오가던 김정주 대표가 이젠 유럽에 더 자주 그리고 오래 체류한다”며 근황을 전했다. 최승우 대표도 넥슨유럽에 대해 “숱한 난관에서 임직원들의 의지 덕분에 ‘국책사업’으로 지켜오던 법인화”라며 “언어도 다양하고 손이 많이 가는 유럽 시장에서 매출보다 더 값진,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현지 게임 기업들은 넥슨유럽의 방대한 IP(지적재산권)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근래 게임하이와 엔도어즈, JCE 등 중견 개발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막강한 라인업을 꾸려서다. 김성진 대표는 “넥슨은 유럽에서 IP 홀더로 더 알려져 있다”며 “이는 곧 가진자의 여유처럼 비쳐치기도 해, 이방인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길 기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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