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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남아공에서 생긴 일]한국 기자들의 창살 없는 감옥 생활

입력 : 2010-06-09 09:55:42 수정 : 2010-06-09 09: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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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기자단이 묵는 호텔은 ‘허정무호’ 연습 구장인 올림피아파크슈타디온에서 자동차로 15분 떨어져 있습니다.

 루스텐버그는 요하네스버그에서 2시간 떨어진 곳인데요. 30분 거리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조트 ‘선시티’가 있는 등 휴양도시의 개념이 짙은 곳입니다. 기자단 호텔은 루스텐버그에서도 남서쪽 외곽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 있는 한국 기자단은 평소에 뭘 할까요? 불행하게도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취재를 위해 훈련장을 갈 때와 식사를 위해 쇼핑몰을 갈 때를 빼고는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호텔 앞으로 큰 ‘마당’이 있고 철로 된 울타리가 그 마당을 감싸고 있는데요. 이 곳이 쉬는 시간에 한국 기자들이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쇼핑몰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모두 나와 단체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이유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악명 높은 남아공의 치안 때문입니다. 8일엔 나이지리아-북한 평가전을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의 밝은 얼굴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반대로 남아공월드컵을 방해하고 있는 최고의 적 ‘치안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한국 기자들은 5일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안 좋은 소식부터 들었습니다.

 방송국 관계자 한 명이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겼다는 것과 다른 방송국 관계자들이 자동차 유리를 깨고 들이닥친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도둑맞을 뻔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루 뒤엔 그리스 취재를 위해 더반으로 간 일간지 후배가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비보까지 전해졌습니다. 때문에 메신저를 키면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괜찮냐?”는 안부 인사를 계속 하곤합니다.

 현지 교민의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남아공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은 더 이상 설명할 것도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의 1950년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갖고 싶고, 또 어떤 사람이 가진 게 많으면 ‘좀 나눠쓰면 어때?’라는 사고를 하는 곳이 바로 남아공이고 아프리카”라는 말이었습니다.

 더욱이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발전했다는 이유로 나이지리아나 짐바브웨 등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이 수두룩한 곳입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월드컵은 어쩌면 ‘나쁜 마음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아공 대사관에서 7일 ‘기자단을 위한 안전 권고사항’을 내놓았습니다. 화장실도 무리를 지어 다니고, 차량 이동시엔 앞 차와 안전거리 확보하라는 것 2차선으로의 운행을 금지하라는 것 등입니다. 권고대로 하고 있습니다. 남자들도 화장실에 갈 때 5∼6명 씩 모집을 해서 갑니다.

 저는 3년 전 아시안컵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갔다가 방을 털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무사히 귀국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서울올림픽 때 소매치기 연합회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소매치기하면 손목을 자른다’며 자체 결의했었다는 데, 남아공 사람들도 그런 결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독자 여러분들도 저와 한국 기자들이 무사히 돌아가기를 기도해주세요.

 <루스텐버그에서>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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