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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 풍경소리] 불교의 지혜

입력 : 2014-11-25 14:30:43 수정 : 2014-11-25 14: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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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에 해동 화엄종을 창시한 원효대사는 신라의 불교를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불교의 대중화에 온 힘을 기울였던 원효는 세속을 살고 있는 중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요석 공주와의 사이에서 설총을 낳은 원효는 삶 자체가 파격이었고 그가 내세운 이론도 기존의 것들과는 많이 달랐다. 원효의 사상은 일심(一心)과 화쟁(和諍)이 핵심이다. ‘도는 모든 존재에 미치지만 하나의 마음의 근원으로 돌아간다’는 것으로 이는 만물을 차별 없이 사랑하는 삶을 강조한 것이다. 서로 이론이 다른 종파들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불교라는 고리 속에서 어우러지는 큰 그림을 그리자는 것이 원효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 삶, 서로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 원효가 화쟁을 설파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벌써 1300년 전의 일이다. 무리를 지어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며 싸움을 벌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싸움이 쉽게 그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의 사람들 역시 다툼과 갈등을 벌이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서 잦은 다툼이 생기는 건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기 때문이다. 내가 옳다 네가 틀렸다고 주장하며 싸움을 벌인다. 자기가 틀렸다고 하면 우선 화부터 내는 게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쉽게 다툼이 벌어지는 것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도 전혀 하지 않는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대상이지만 원효가 말했던 사랑과 어우러짐은 사라지고 반목만 남게 된다. 그런 행태로 인해 사회가 거칠어지고 시끄러워지며 심한 대립이 그치지 않는다.

조선시대의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에 얽힌 이야기도 원효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정승 집의 여종이 서로 다투다가 한 여종이 와서 고했다. “아무개가 이런저런 짓을 했는데 나쁜 계집입니다.” 그 말을 들은 정승은 “네 말이 맞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또 다른 여종이 와서 똑같은 투로 말을 했다. 그러자 정승은 또 “네 말이 옳다”고 했다.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부인이 “아니 어떻게 둘 다 옳다고 하실 수가 있습니까”하니 정승은 “허허, 당신 말도 맞소”라고 했다. 어찌 보면 소신도 없고 주관도 없이 말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절대 그렇지 않다. 서로 의견이 다를 뿐 누가 옳고 그르다 판단할 일이 아님을 정승은 알고 있었다. 한쪽의 입장만 옳은 것이 아니라 서로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고 서로의 다른 생각을 정승은 받아들인 것이다. 반대되는 것을 끌어안아 포용하고 함께 어우러져야 함을 황희 정승은 짧은 일화 속에서 가르쳐 주고 있다.

이미 1000년도 전에 원효대사는 불교의 가르침을 대중들에게 퍼뜨려주고자 했다. 일심과 화쟁사상으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삶을 알려주고자 했다. 자신의 주장만 소리 높여 떠드는 것 역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내가 옳다면 다른 사람도 옳은 것이다. 사회가 시끄러울수록 자기의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서로를 인정하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빠져서는 안 된다.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은 대립과 다툼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불교의 지혜가 천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새겨져 있음을 새삼 느낀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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