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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윤기자] '개훔방' 논란, 이제 끝내야 할 때

입력 : 2015-03-04 10:34:44 수정 : 2015-03-04 10: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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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을의 횡포’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극장가에선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개를 훔치는 방법’(이하 ‘개훔방’)은 3일 하루 33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30만2410명을 기록했다. 전국 44개관, 57회차가 상영된 ‘개훔방’은 박스오피스 23위에 랭크됐으며, 좌석점유율은 4.7%를 기록했다. 예매관객수는 4일 오전 8시 현재 123명에 그쳤다.

‘개훔방’은 지난해 12월31일 이후로 2달여 넘게 극장가에서 살아남았다. 개봉 당시 ‘퐁당퐁당’ 교차상영으로 흥행에 있어 쓴맛을 본 ‘개훔방’은 제작자인 엄용훈 대표가 직접 나서 ‘절대갑’ 멀티플렉스와 투쟁을 이어나갔고, 긴 싸움 끝에 CGV 아트하우스 상영관과 예술·독립영화관에서 사실상 ‘개훔방’을 재개봉하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엄 대표의 투쟁은 엄밀히 말하면 반쪽짜리 성과였다. 진정 한국 영화계를 위해 싸웠다면 CGV아트하우스 상영관이 아닌 일반 상영관을 받았어야 했고, 예술·독립영화 전용상영관까지 ‘개훔방’을 밀어넣은 건 분명 환영받지 못할 선택. 하지만 ‘개훔방’은 아트하우스와 함께 예술·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을 차지했고, 엄 대표의 요청대로 ‘최소 상영’ ‘알짜 시간대’에 집중 편성됐다. 그 결과 설 황금연휴를 지나 가장 먼저 개봉한 신연식 감독의 독립영화 ‘조류인간’이 피해를 봤고, ‘조류인간’이야 말로 개봉 2달째가 넘어가는 ‘개훔방’에 밀려 아침시간대와 심야시간대 그리고 퐁당퐁당 상영되는 쓴맛을 맛봤어야 했다.

물론 ‘개훔방’의 상영관 되찾기 운동을 전면에서 홀로 지휘한 엄용훈 대표의 노고도 인정한다. 하지만 진정 엄 대표의 희생이 빛을 발했어야 한다면 ‘CGV아트하우스’가 아닌 ‘일반상영관’을, 예술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고사했어야 한다. 하지만 엄 대표는 2달의 기간이 걸리는 예술영화 인정 심사를 미리 신청, 2월 설 연휴에 딱 맞춰서 예술·독립영화 전용관에 ‘개훔방’을 딱 내걸었다. 참으로 기막힌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또 ‘개훔방’은 관객에게 있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가장 객관적인 흥행 지표인 좌석점유율에서, 재개봉 이후 좋은 상영 시간대를 가져갔음에도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또한 IPTV 동시 개봉하고 있는 상태에서 불법파일 유출까지 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관객들이 최대 1만1000원의 티켓값을 지불하고 극장에서 ‘개훔방’을 보고 싶을까.

엄용훈 대표도 외로운 싸움을 했다. 이제 그 싸움을 끝내고, 후배들을 위해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진정 한국영화계를 위한다면 ‘개훔방’이 아닌 다른 ‘한국영화’, ‘한국독립영화’를 위해 다시 한번 투쟁해줄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진정 엄 대표의 취지가 ‘영화계 상생’을 위한 것이라면, 이젠 ‘개훔방’이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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