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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LG 박용택 “기량 저하요? 도루만 인정!”

입력 : 2016-05-25 06:06:00 수정 : 2016-05-25 19: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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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울산 박인철 기자] “도루만 인정할게요.”

프로 15년간 통산 타율이 3할(0.304)이 넘는 박용택(37·LG)의 방망이는 올 시즌에도 식질 않는다. 24일까지 38경기 타율 0.341(리그 8위) 47안타 4홈런 득점권 타율 0.361. 타율과 득점권 타율, 최다안타 모두 팀 내 1위다. 시즌 초 잠시 부진하나 했지만 어느새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최근 10경기에선 타율이 무려 0.447(38타수 17안타)에 달한다. 올 시즌 리빌딩을 천명한 LG에서 여전히 1군 최고령 박용택은 가장 뜨거운 타자다. 실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스로 기량이 떨어졌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여전히 최정상에서 싸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박용택을 스포츠월드가 만났다.

-4월이 부진했다고 하는데 사실 나쁜 기록(타율 0.280 2홈런 8타점)은 아니었다.
“타점이 유독 부진해서 부각된 것 같다. 이제 와서 얘기하지만, 한화와의 개막전 첫 타석(1회 1사 2루)에서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뜬공으로 연결된 적이 있다. 그때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다가 트레이너들한테 “나 4월달에 고생 좀 하겠다” 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게 되더라. 득점권만 되면 뭔가 꼬인 느낌이었다. 그런데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 못 치는 이유는 많지만 언제나 답은 시간이었다. 기술적으로 변화를 줄 필요 없다.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할 일을 하다 보면 회복된다. 내가 신인도 아니지 않나. 슬럼프가 시즌 초반에 오느냐, 중반에 오느냐. 그 차이다.”

-시즌 개막에 앞서 양상문 감독이 올 시즌부터 박용택을 지명타자 위주로 기용한다고 했는데 아쉽진 않았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지만 젊은 선수를 키워야 하는 팀 사정이 있으니까 이해한다. 그런데 사실 외야수로도 많이 나갈 것 같았다.”

-그 이유는?
“특별히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안 보이기도 했고… 가장 큰 이유는 서상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 지켜보니까 우리 팀 젊은 타자 중에선 서상우가 타격이 가장 좋더라. 근데 상우는 수비가 약하다. 그럼 지명타자로밖에 못 나가니 상우가 출전하면 내가 좌익수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절반 정도는 좌익수를 나갈 걸 예상했다. 그런데 지금 내 생각보다 더 나가고 있다(웃음).”

-그 얘긴 곧 젊은 선수들이 기대만큼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는 뜻 아닌가.
“음… 사실 비시즌 때 애들 하는 거 보니까 올해는 정말 한두 명은 치고 올라올 줄 알았다. 예전보다 싹이 보이는 선수는 많다. 그런데 내 기대치보다는 약하다. 서상우도 그렇고 이천웅도 안 맞을 때 극복하는 요령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잘할 때는 정말 잘한다.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그런데 야구선수, 특히 주전이 되려면 힘들 때 이겨내는 법을 익히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이 내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

-그럴 때 조언하는 것도 조심스럽겠다.
“못 하는 거지. 다른 조언은 다 해줘도 그 부분은 조심스럽다. 슬럼프를 극복하려면 기술적인 요령도 있어야 하지만 경험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내가 1년에 10경기 안 좋으면 애들은 20, 30경기씩 안 좋을 거다. 고비가 올 때 강하게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이상은 해주기 힘들다. 

그러면 ‘컨디션이 좋을 때만 경기에 나가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은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누가 오늘 안타 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 알파고가 감독을 해야지. 또 감이 안 좋을 때도 경기에 나가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확한 해답이 없다. 그래서 어려운 거다 야구가.”

-개인 얘기로 돌아가자. 다시 최고령 톱타자가 됐다.
“내 경력쯤 되면 타순은 큰 의미가 없다. 그저 1번 타자가 됐으니 투수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나이 때문인지 조금만 부진해도 기량 저하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는데 내 스스로 예전보다 못한다고 생각되는 건 도루뿐이다.”

-도루?
“이제 베이스가 멀어 보인다(웃음). 마음에서 압박이 오더라. 내 판단으로만 훔치기 어렵다(박용택은 올 시즌 5번의 도루 시도 중 2번만 성공했다).  3루 도루는 아직도 자신 있다. 2루 도루는 배터리하고의 1대1 싸움이지만 3루 도루는 변수가 많다. 상대가 방심하고 있으면 언제든지 훔칠 자신이 있다.”

-LG 팀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 1군 최고령으로써 표현해준다면.
“이렇게 표현하겠다. 예전에는 내가 잡담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조용히 지낸다.”

-전 주장으로서 류제국에 조언도 많이 해주는지.
“제국이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성격도 쿨하고 애들하고 격의 없이 잘 지내고. 그저 제국이가 모를 것 같은 부분만 알려준다. 야구를 떠나 구단과의 일이나 스케줄 조정 등. 사실 주장이 힘든 게 가운데서 조절해야할 게 매우 많다. 

제국이가 얼마 전에 스트레스성 알러지에 걸렸다고 얘길 들었을 때 딱 한 마디 해줬다. “그게 주장이야”. 나도 예전에 주장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2000안타(1921안타)가 목전인데 의식되진 않은지.
“에이. 난 3000안타를 바라보고 있다(웃음). 이제 더 이상 수치적으로 원하는 목표는 없다. 그저 아프지 않고 무난하게 1년을 보냈으면 좋겠다. 아프지만 않으면 내가 할 몫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유형의 타자인가. 나는 거포도 아니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닌 에버리지 타자다. 에버리지 타자의 장점은 오래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동안 쌓인 노하우나 기술 경험이 늘면서 투수와의 싸움이 오히려 유리해진다. 기복 없이 꾸준하게 갈 수 있다. 이치로(마이애미)를 봐라. 40대 중반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3경기에서 안타 10개씩 친다.”

-팀 우승도 간절할 텐데.
“말할 필요도 없다. 더도 말고 제발 딱 한 번만 해봤으면 좋겠다. 신인(2002시즌) 때 준우승을 했는데 첫 단추가 잘못 꿰져서 이렇게 된 건가 망상도 하게 되더라. 내게 팀 우승은 목표가 아니라 간절함이다.”

club100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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