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차길진과 세상만사] 41.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편지

입력 : 2016-09-19 04:40:00 수정 : 2016-09-18 18:17:49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05년 9월 6일, 나는 C호텔에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부부를 만났다. <부의 미래>라는 자신의 저서를 들고 모습을 보인 토플러는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어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반짝였다. 그는 방한 이전부터 나와의 만남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나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한 것으로 보였다. 내가 영능력자로서 영혼을 부르고 죽은 자를 천도하며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나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자신은 DATA를 최대치로 모아 분석하고 연구하며 검토해야 추측할 수 있는 미래상을 나는 영적인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한 그는 각국을 방문할 때마다 미래학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접촉해왔다. 한국에서는 바로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

그의 미래학은 적중률이 높다. 그는 세계 석학들이 인정하는 학문적 수준에서 미래를 예측해왔다. 2000년 초 그가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는 한국이 IT와 BT사업에서 세계 일류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참 벤처붐이 불고는 있었지만 그의 예측대로 대한민국이 세계 일류가 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던 때였다. 혁신적이며 획기적인 보고서였던 셈이다.

그의 이 보고서가 있었기에 김대중 대통령은 전폭적으로 벤처를 육성했고, 그 결과 토플러의 보고서대로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토플러는 영적인 문제를 매우 궁금해 했다. 그의 첫 질문도 “앞으로 종교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까”였다. 나는 대답 대신 미소만 지었다. 노트까지 펴놓고 열심히 필기하려던 토플러는 내가 대답하지 않자 무척 당황해했다. 동석한 분들도 재차 내게 답변을 요구했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토플러는 ‘그럴 수 있다’는 듯 다시 여유를 찾고는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앞으로 영혼의 DNA가 밝혀지겠습니까”였다. 그 질문에도 나는 미소만 지었다. 이쯤 되자 토플러는 장난기 있는 미소로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와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했다. 오랫동안 미래를 연구한 그는 영적으로 매우 맑은 사람이었다. 그의 미래학은 비단 학문적 연구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는 영적 수련의 결과이기도 했다. 앨빈 토플러는 분명 노스트라다무스나 에드가 케이시 같은 영능력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영적인 능력이 학문적 결과 도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영적인 아우라를 느끼고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던 것인데, 나의 미소에 답을 얻기는 커녕 자꾸 노트에 내 말을 받아 적으려 했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그는 내가 미소로 일관하자 ‘포기했다’는 듯 겸연쩍게 웃었다. 그와 동석한 부인은 남편의 난처한 얼굴을 읽었는지 다음 스케줄을 체크하는 분위기였다. 토플러는 자신이 만난 한국 유명 인사들과 내가 너무 달라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토플러와 만나면 다들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의 말에 무조건 수긍하고 칭찬하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는 것이 상례였지만 나는 태연히 앉아 그에게 ‘정답을 맞춰보라’는 식으로 웃고만 있었으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결국 토플러는 빈 노트만 들고 쓸쓸히 작별의 악수를 나눴다.

그는 떠나기 전 <부의 미래> 영문판을 내게 선물했다. <부의 미래>는 굉장히 충격적인 책이었다. 과거·현재·미래를 꿰뚫어보는 앨빈 토플러의 날카로운 견해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다. 그러나 철저하고 완벽한 그도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부의 창출 요인이었다.

그는 혁명적 부(富)의 창출 요인으로 시간·공간·지식을 꼽았다. 이 요인들이 비즈니스는 물론 경제, 사회 전반을 주관하는 기반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작용하는 심층기반이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富)의 창출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 하나가 빠져있었다. 바로 영혼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토플러는 내게 편지를 보내왔다. ‘별로 많은 말씀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감흥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구명시식에 대해서 한 번 연구해보겠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그랬던 그가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나는 <부의 미래>의 부(富)의 핵심은 영혼의 성숙이라 말하고 싶다. 여기서 부(富)는 경제적인 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영혼의 성숙을 부(富)의 핵심이라 본다면 미래는 부자의 근본 개념부터가 바뀐다. 마태복음에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나니'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행복이 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듯이 부의 개념부터 바꾸지 않는 한 이 세상은 항상 빈곤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