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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66. 예언은 요나의 심정으로

입력 : 2016-12-19 04:40:00 수정 : 2016-12-18 18: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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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언할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2013년 2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을 예언했을 때는 더더욱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전국적으로 탄핵과 하야의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날 분위기가 되자 그때서야 내가 한 예언을 들었던 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에 들어간 요즘, 여의도 정치권은 내년 대선을 대비하여 전략을 짜느라 어수선하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언론사 지인들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다음 대선을 어떻게 보시나요? 누가 차기 대권주자가 될 것 같습니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안다고 말할 수 없고 모른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예언을 들은 사람은 호기심에 맞기를 바라지만, 말하는 사람은 차라리 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을 알고 있을까. 세상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예언인 경우 더욱 그렇다. 상반된 길을 갔던 두 예언자의 이야기를 해보자.

성경에 보면 ‘요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요나’는 죄악의 도시 니느웨로 가서 하나님의 경고를 전하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배를 타고 도망갔다. 바다에서 큰 풍랑을 만난 ‘요나’는 풍랑을 잠재우기 위한 선원들에게 재물로 뽑혀 바다에 던져지게 된다. 큰 물고기 뱃속에서 3일간을 보내고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되어 하나님이 명령하신 타락의 땅에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그는 여기서 타락한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으면 하늘의 가혹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사람들은 혹세무민이라고 비난이 거세었고, 그는 그러한 예언이 실현되길 바라지 않았다. 신이 자신을 통해 인간들에게 준 예언이지만 자신은 바로 그 멸망의 예언이 맞지 않기를 바랐다. 요나의 예언은 결국 타락의 땅을 구원의 땅으로 바꿔놓는다.

다른 경우는 일본의 유명한 점술가 이야기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고 공부도 잘할 만큼 한 엘리트였다. 그녀의 예언은 대부분 적중했고 순식간에 그녀 주위에는 정치인, 기업인들이 몰려들었다. 다들 그녀가 신의 능력을 가졌다고 믿었다. 그녀는 명성과 부를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하와이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여성 예언자를 죽음에 이르도록 한 사람은 바로 그녀의 둘도 없는 아들에 의해서다. 예언을 개인적 이해로 충족하고 오남용하느라 정작 자신의 죽음은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당대 최고 예언자라는 사람들이 사회가 변곡점에 있을 때 미래를 예언하여 세간의 이목을 받은 일이 종종 있었다.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예언자는 지금도 그 예언이 진행 중이다. 저명한 예언가일수록 자신이 세상에 던져 놓은 말이 때론 사회적 파장이 작지 않음을 인식한다. 그래서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예언의 파장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면 일종의 ‘직무유기’ 내지 ‘직무남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언을 할 때는 ‘요나’의 슬픈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명의(名醫)는 환자가 불치병에 걸렸을 때 임종이 언제인지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천리(天理)다. 지금까지 내가 한 예언들은 말 그대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예언들은 시간의 흐름에 맡겨두면 되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예언이나 2009년 두 개의 별이 떨어진다는 예언처럼 그냥 두면 되었다.

이쯤에서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예언들은 순간적으로 눈에 보이는 모습이나 느낌을 말로 전한 것이다. 그리고 예언이 모두 맞았던 것은 아니다. 틀렸던 적도 있었다. 예언의 결말은 아는데 시작과 과정을 예견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예언은 어찌 보면 ‘반쪽짜리’ 예언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의 경우도 미리 알기는 했지만 그 원인과 진행과정까지 전부 알지 못했으니 나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요나’의 심정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언은 명상 중에 나타나는 한 현상에 불과하다. 누군가 미래의 일을 미리 아는 것이 행복할 건지 물으면 나는 “글쎄요”라고 답한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좋고 때로는 예언이 틀렸으면 한다. 예언을 예언이라고 말하면 이미 예언이 아니다. 나는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미래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만히 음미하여 한 생각을 한다면 적어도 조짐은 알 수 있다 할 것이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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