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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마의 드라마 비틀어보기]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드라마 속 '검사'들의 세계

입력 : 2017-05-28 17:05:14 수정 : 2017-05-28 1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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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연일 발표되는 '인사'가 화제다. 그중 지난 19일 발표된 서울중앙지검장 인선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하루 종일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다른 어떤 자리보다 특정 자리에 이렇게나 많은 관심이 쏠린 건, 그간 쌓여온 국가 최고 수사권력에 대한 불신이 한몫 했기 때문일 거다. 대체 검사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들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해서 이런 오해가 쌓이는지 드라마 몇 편을 통해 확인해봤다.

그러나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 현실에 완벽히 대입시키는 건 무리다. 다만 지금을 살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 권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참고는 가능하다. 사실, 필자에게 검사란 드라마 '모래시계' 속 박상원의 이미지였다. 죽마고우라도 예외 없이 그 죄를 묻는 강직함, 그러면서도 법리 하나로 악과 맞서 싸울 줄 아는 치밀함. 그런 면모를 가진 자가 바로 1990년대 드라마 속 검사였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2010년 이후 강직하고 치밀한 검사는 대중문화 속에서 사라졌다. '부당거래'를 비롯한 많은 영화가 검사의 비리를 고발했고, 드라마 속 평범한 주인공들은 법 때문에 고통받고 상처받기 일쑤였다.

2014년에는 권력의 부패를 정면으로 꼬집는 극본을 쓰기로 유명한 박경수 작가가 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펀치'를 선보인다. '펀치'에는 2명의 검사가 등장한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검사 조재현(이태준 역)과 그를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렸다가 다시 떨어뜨리는 검사 김래원(박정환 역)이다. 극 중 김래원은 흙 수저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그는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검사 임용까지 받았지만, 이렇다 할 배경이 없어 승진과 성공은 언제나 남의 몫인 현실에 야속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야심에 가득 찬 조재현을 만나 목숨을 다해 그를 보필하며 하나둘 씩 권력을 잡아간다. 그 과정 속에 박경수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검사 세계에 대한 불신과 야욕은 여과 없이 드러난다. 국민을 돕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쓰여야 할 법이 그들의 욕망을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그려냄으로써, 순진무구한 국민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진정, 박상원 같은 검사는 없고, 조재현 같은 검사만 남게 된 걸까. 다행히도 최근 종영한 드라마 '피고인'이 그에 대해 해명했다. 열혈 검사로 등장한 지성(박정우 역)이 악마 같은 자본의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면서 일부 오해를 풀었다. 매 회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며 그야말로 '고구마'만 던져주던 '피고인'은 마지막에 통쾌한 복수를 벌이면서 '정의는 살아있다'는 교훈을 안겼다. 오랜만에 우리가 원하는 검사가 나온 작품이었다.

요즘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밌다는 말들이 많다. 좋은 사람들을 좋은 자리에 앉히는 당연한 일이 '피고인'의 마지막 복수극처럼 반전같이 느껴지기 때문인 듯하다.

현실에서나 그 밖에서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재벌도 권력자도 아닌 소시민이어야 한다. 그들이 승리하고 그들이 행복한 게 당연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복수 없이도, 사이다 같은 일들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드라마는 조금 재미없더라도, 현실은 아름다울 테니 말이다.

정들마(필명) / 밥처럼 드라마를 먹고 사는 'TV 덕후'다. 낮에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이다. 그래서 약 20년째 주로 밤에 하는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 중이다.

사진 = SBS 드라마 ‘피고인’ 속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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