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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봄날’…이영하가 깨는 두산의 1차 지명 잔혹사

입력 : 2017-05-28 18:00:24 수정 : 2017-05-28 18: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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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잠실 권기범 기자] ‘영하의 봄날이 왔다’

지난 16일 이영하(20·두산)는 처음으로 콜업 지시를 받고 잠실야구장으로 나왔다. 긴장하며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던 약관의 청년은 시간이 흘러 감독의 중용을 받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 이영하는 구원등판해 1⅔이닝(22구)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입단 2년차에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모험이었다. 4-0으로 앞서던 5회초 선발 이현호가 5연속 안타로 동점을 허용하자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를 투입했다. 동점에 무사 3루, 1군 ‘초짜’인 이영하의 등판이 다소 의아했지만 잠시 후 이유가 드러났다. 이영하는 오정복에 우전 1타점(이현호의 자책) 적시타를 내줬지만, 박경수(우익수 뜬공) 유한준(유격수 뜬공) 김동욱(유격수 땅볼)을 힘으로 압도했다. kt의 클린업트리오를 맞아 거침없이 150㎞ 직구를 꽂아넣었고, 140㎞대 초반 슬라이더를 섞어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두산은 5회말 추가 2점을 뽑아 6-5 재리드를 잡았고, 이영하는 6회초에도 등판해 장성우와 정현을 삼진과 우익수 뜬공으로 간단히 요리했다. 이후 필승조가 차례로 나선 뒤 타선이 추가점까지 내자 이영하는 생각지 못한 첫 승을 가슴에 안았다.

요즘 이영하는 ‘핫’한 선수다. 김대현(LG)과 함께 선린인터넷고 원투펀치였던 이영하는 2016년 두산의 1차 지명 우완 파이어볼러다. 그런데 입단과 동시에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의 터널에 들어갔다.

10년 동안 두산은 1차 지명 잔혹사를 겪고 있다. 눈에 띄는 이는 2007년 이용찬 뿐이다. 진야곱(2008) 성영훈(2009) 한주성(2014) 남경호(2015) 최동현(2017)까지 아직 껍질을 깨지 못했다. 2010∼2013년은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된 시기였는데 이 기간 1라운더 장민익(2010), 최현진(2011), 윤명준(2012), 김인태(2013)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이영하의 부상은 또 잔혹사의 연장선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시즌이 바뀌어 툭하고 돌아온 이영하는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지난 19일 KIA전 1이닝 1실점, 27일 kt전 1이닝 무실점투에 이어 이날은 연투와 함께 세 번째 등판 만에 승리투수까지 됐다. 김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녀석”이라며 “두산의 미래”라고 했다. 20세의 패기로 힘차게 공을 뿌린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하루하루가 재미있다”고 즐기고 있었고, 이런 모습이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영하는 “아직도 떨린다. 기분이 무척 좋다”며 “기회가 되면 세이브왕을 해보고 싶다. 중간투수로 나가 이닝을 막는 모습이 멋있다”고 웃었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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