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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정몽규 협회장이 선택한 '집안사람의 덫'

입력 : 2017-06-28 05:30:00 수정 : 2017-06-27 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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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결국 또 집안 사람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내민 카드는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었다. 정 협회장은 지난 26일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한국 축구의 탈출구를 찾는다는 명분 아래 김 부협회장을 기술위원장에 선임했다.

김 신임 기술위원장은 2013년 프로축구 K리그 울산 현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현장에서 물러났지만, 협회 부회장에 선임되며 축구 행정가로서 한국 축구를 두루 살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 지도자로 대표팀의 습성을 잘 알고 있고, 월드컵·올림픽·클럽월드컵까지 각종 국제대회에 지도자로 참가하며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바로 대한축구협회의 녹을 먹고 있는 ‘집안 사람’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변화의 흐름이 절실한 한국 축구의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 지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앞서 부작용을 이미 경험했다.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현 부협회장)은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이후 기술위원장직에 올랐다.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 아래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한다는 강점이 선임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기대대로 그는 부임 초반 신태용 감독 대행체제-울리 슈틸리케 감독 선임까지 일사불란한 업무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 말이다. 정 협회장이 그를 부회장에 선임한 시점과 일치한다. 이후 이 전 기술위원장에게서 과감한 결단력이 사라졌다. 지난 3월 중국전 패배 이후 슈틸리케 감독 경질론이 거세게 일어났으나, 이 전 기술위원장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연임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연임은 하되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당시 한 축구인은 “이 전 기술위원장은 정말 존경하는 분인데, 지금처럼 끌려다니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이 전 기술위원장은 여전히 협회 부회장에 올라 있다.

기업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종종 시도하는 것이 바로 ‘제3의 인물’ 영입이다.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는 결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인인 정 협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집안 사람을 선봉에 세웠다. 이는 김 신임 기술위원장 역시 이 전 기술위원장이 범한 ‘집안사람의 덫’ 안에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과연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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